[공연리뷰] 부평 조병창,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뮤지컬 ‘언노운’

김성호 2026. 7. 2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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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UNKNOWN) 독립운동가 소환
부평 조병창 아픈 역사, 희망 노래로

뮤지컬 언노운의 공연 장면. /창작집단시앤 제공

일제강점기 인천 부평 조병창의 가슴 아픈 역사를 그린 뮤지컬 ‘언노운’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알려지지 않았다’는 수식어에서 이 작품의 정확한 기획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수많은 무명(Unknown)을 떠올리게 된다. 공연은 지난 16일 남동소래아트홀에서 진행됐다.

작품은 인천 조병창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무명들의 이야기를 무대로 옮겨와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무대는 전면부와 이보다 높은 2단 후면부로 나뉘며, 양쪽 가장자리의 계단이 둘을 연결한다. 후면의 대형 스크린 영상을 결합한 연출은 조병창의 시공간을 효과적으로 재현해 낸다.

공연은 옛 조병창에 관한 기록 영상과 자막으로 시작된다. 본격적인 서사는 1986년 부평 산곡동 어느 마을의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한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둔 시점, 조병창 옛터의 지하 땅굴에 숨겨진 일제의 보물을 찾겠다고 나선 이들이 모여들며 배우들의 군무와 노래(넘버)가 펼쳐진다. 도굴꾼과 다름없는 이들은 곧 수군거린다. 진짜 보물이 있는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만물상 할머니’라며…

현재의 조병창은 탐욕을 이끌어내는 속물적 공간으로 보이지만 만물상 할머니의 회상과 함께 194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 그곳은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면서 지옥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임금은 물론 제대로 된 휴식조차 보장되지 않는 지옥과 같은 조병창의 지옥과 같은 비참한 모습은 주인공 ‘딸그마니’의 눈을 통해 그려진다. ‘딸은 그만 낳으라’는 이유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녀는 일제 공출로 빼앗긴 집안의 가보 청동 향로를 되찾고, 동시에 강제 성노예 징집을 피하기 위해 조병창 여공으로 자원했다.

딸그마니와 일본인의 비호를 받는 총독부 내무국장인 조선인의 아들 재후와의 만남이 작품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둘은 무기를 제조하는 기계에 휘발유 대신 그리스를 주입해 폭발 사고를 일으키고, 조병창의 지도와 군자금을 빼돌리며 독립운동을 하는 동지이자 연인으로 서로의 감정을 발전시킨다.

뮤지컬 언노운의 공연 장면. /창작집단시앤 제공


조병창의 잊힌 역사는 첩보극의 긴장감과 로맨스의 애틋함을 결합한 형식으로 우리가 이제는 쉽게 잊을 수 없는 이야기로 완성된다. 주인공을 비롯해 다른 여공과 독립운동가들이 역동적인 무대 배경에 맞춰 달리는 질주 장면이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맑은 음색은 작품의 어두운 배경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수많은 무명의 장삼이사들이 절망 속에서 부른 ‘희망의 노래’처럼 아름답게 들린다.

뮤지컬 ‘언노운’은 인천 부평 조병창이라는 ‘로컬’의 고유의 역사를 대중적인 뮤지컬 방식으로 무겁지 않게 영리하게 풀어낸다. 화려한 영웅 서사는 아닐지라도 무명의 이야기를 복원하고 그들을 위로한다는 점만으로도 지역 극단 창작집단시앤이 거둔 성취는 결코 작지 않다.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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