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라서 죄송합니다”… 2030 이공계 ‘쉬었음’ 2년째 10만명

구혁 기자 2026. 7. 2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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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중 취업 유경험자 90%
제조업 부진… 양질 일자리 감소
지난 3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에서 열린 2026 상반기 잡페어를 찾은 학생들.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뉴시스

자연과학·정보통신기술(ICT)·공학 등 이공계열을 전공하고도 구직 활동 없이 쉬고 있는 2030세대가 2년 연속 1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올해 이러한 이공계 2030 ‘쉬었음’ 응답자 중 취업 유경험자가 사상 처음으로 90%대를 넘어섰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제조업들이 흔들리면서 취업에 성공한 청년조차 직장에 정착하지 못한 채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6월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만 20∼39세 가운데 자연과학·수학·통계학, ICT, 공학·제조·건설 전공 ‘쉬었음’ 인구는 약 10만800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문대 이상 졸업 20·30대 쉬었음 전체 응답자 33만7000명의 32.2%다.

이공계 쉬었음은 2022년 6월 약 6만7000명에서 올해 10만8000명으로 4만1000명(60.5%)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당 계열 졸업자 중 쉬었음이 차지하는 비율도 2.82%에서 4.58%로 1.76%포인트 높아졌다.

해당 계열 졸업 20·30대 전체 인구가 239만3000명에서 236만4000명으로 2만9000명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악화한 것이다 .

전공별로는 공학·제조·건설 쉬었음 응답자가 2022년 4만7000명에서 올해 8만 명으로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쉬고 있는 이들 대부분은 취업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 이공계 졸업자 중 쉬었음 응답자 10만8000명 가운데 취업 유경험자는 약 9만8000명으로 90.8%에 달했다. 이 비중은 그동안 80%대를 유지해 왔으나 올해 90%대로 올라섰다. 취업 경험이 없는 사람은 1만 명에 그쳤다.

일자리를 가졌다가 직장 상황에 실망한 뒤 취업 시장을 떠나 쉬고 있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취업 유경험자 중 마지막 직장을 떠난 지 1년 이상 된 사람도 4만9000명으로 절반 수준이었다.

반도체 호황에도 자동차·화학·전기장비 등 다른 제조업의 경영 부진이 이어지면서 공학계열 청년이 진입할 안정적인 일자리 자체도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년 동월보다 9000명 줄어 13개월 연속 감소한 바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계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등 리스크가 큰데 굳이 신규 고용을 늘릴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라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형화된 제조업 분야 고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명 중 9명이 취업을 경험했지만 실제로는 양질의 일자리라고 볼 수 없는 인턴이나 파트타임도 포함한다”며 “피지컬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 쉬었음 청년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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