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불편한 정상들, 월드컵 결승에서 한자리에

김세훈 기자 2026. 7. 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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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왼쪽),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를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각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19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의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과 레티시아 왕비, 페드로 산체스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등이 자리했다.

스페인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의 철강·자동차 관세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를 둘러싸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결승전에서는 스페인이 연장 후반 1분 페란 토레스의 결승골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었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6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함께 시상대에 올라 스페인 주장 로드리에게 우승 트로피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이 시상식을 위해 그라운드에 등장하자 일부 관중은 야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로피 전달 뒤에도 한동안 시상대에 머물렀으며, 스페인 선수들의 본격적인 세리머니가 시작되기 전 인판티노 회장의 안내를 받고 물러났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스페인 선수들이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스페인은 최근 나토 국방비 지출과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의 국방비 지출 수준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산체스 총리는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증액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두 정상은 결승전 전 짧게 악수했지만 별도의 정상회담이나 현안 협의가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펠리페 6세 국왕과 레티시아 왕비도 귀빈석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스페인의 우승을 지켜봤다.

카니 총리와 셰인바움 대통령은 공동 개최국 정상으로 결승전에 참석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 관세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승전을 앞두고 캐나다 산불 연기가 미국으로 넘어왔다며 이를 관세 문제와 연결하기도 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오른쪽)가 20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퍼드 뉴욕·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 시상식에서 스페인의 우나이 시몬에게 골든글러브를 수여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과 멕시코는 관세와 USMCA 재검토뿐 아니라 불법 이민, 국경 통제, 펜타닐 밀매와 마약 카르텔 대응을 놓고 갈등과 협상을 병행하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개막전에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뒤 결승전 참석을 결정했다. 결승전은 지난해 12월 월드컵 조 추첨 이후 두 정상이 처음 대면한 자리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승전을 앞둔 FIFA 행사에서 미국이 다시 월드컵을 개최한다면 “다음에는 멕시코와 캐나다를 빼자”고 농담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외국 정상으로 꼽히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결승전에 참석하지 않았다.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앞선 경기들을 모두 대통령 관저에서 같은 재킷을 입고 시청했다. 관람 방식을 바꾸면 대표팀에 불운이 닥칠 수 있다는 개인적 징크스 때문에 결승전도 관저에서 지켜봤다.

밀레이 대통령의 불참이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 때문이라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AP통신은 미국과 무역·안보 현안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결승전을 관람한 점에 주목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보도에서는 결승전 현장에서 정상들 사이에 현안을 둘러싼 공개적인 설전이나 별도의 정상회담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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