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싸우는 李정부 정책의 패색[김석의 시론]

김석 기자 2026. 7. 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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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경제부장
부동산 자금을 증시 이동 추진
공급 없는 규제에 집값만 상승
주가지수는 연일 급등락 반복
ETF 허용 후 진폭 급속히 확대
정책과 부동산·증시는 엇박자
돈은 정책 의도 아닌 수익 추종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저녁 식탁 사례를 가지고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주한과 양조업자,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이 저마다 자기 이익을 좇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장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경고를 던진다. 돈은 정부의 의도를 따라 흐르지 않고, 오직 이익이 큰 곳을 향해 흐른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을 불로소득으로 규정하고, 부동산에 투입된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는 데 주력 중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차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자본시장의 정상화와 선진화는 매우 중요한 국가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가용 자원이 부동산에 묶이니 자원 배분에서도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3일 X에 부동산을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여전히 저평가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하며 ‘대한민국은 반드시 부동산 투기 공화국 탈출, 창업국가로 대전환, 대체불가 핵심국가로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적었다.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하듯 그동안 정부는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을 쏟아냈다. 부동산을 억눌러서 그곳에 몰린 돈을 증시로 흘려보내, 주식시장을 기업 자금 조달 창구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정부가 방향만 정하면 돈은 그 통로를 따라 흐를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올린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말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부의 구상과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에 잠시 잡히는 듯했던 부동산 가격은 최근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심지어 한쪽을 누르면 다른 곳이 오르는 풍선효과에 부동산 가격 상승 지역이 더욱 넓어지는 추세다. 공급 없이 각종 규제와 세제로만 억누르니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하고 매매 가격은 물론 전세 가격까지 뛰어오르는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에 대한 정책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3일 한국갤럽의 7월 첫째 주 여론조사 결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46%로 긍정 평가(26%)보다 20%포인트나 높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대선 당시 세제로 집값을 잡으려 하지 않겠다던 말을 뒤집고, 세제 강화라는 답을 미리 정해놓은 뒤 연일 대국민 토론회를 하고 있다.

부동산을 억눌러 키우려 했던 증시도 한때 10000 선을 노렸지만, 현재는 연일 계속되는 급등락으로 투자자들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는 존재가 됐다. 정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투자자금을 국내에 붙잡으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했는데 이것이 단기 차익 추종 성향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는 증시 등락 폭을 더욱 증폭시켰고, 이로 인해 빚으로 산 주식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 증권사가 강제로 내다 파는 반대 매매가 급증해 6월에는 1조 원대를 넘어섰다. 롤러코스터 장에 지친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 미국 주식을 4월과 5월 각각 4억6892만 달러, 9억3977만 달러 순매도했던 국내 투자자들은 6월에 6억3295만 달러 순매수한 데 이어 7월에도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증시는 기업 자금줄 역할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1분기 국내 증시 신규 상장 기업은 9곳으로 전년 동기 23곳보다 61% 줄었고, 전체 공모금액은 7721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8430억 원 대비 58% 감소했다. 증시가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라는 기능을 잃어버리고 투기의 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부동산에서도 증시에서도 정부의 정책 의도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이유는 하나다. 돈은 정부의 정책 취지가 아니라 기대 수익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시장과 힘겨루기를 하는 정부는 전투에서 한두 번 이길 수는 있지만, 결국 전쟁에서는 패하게 된다. 계획경제를 내세운 공산주의의 몰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산주의는 그 이념 자체가 사악해서가 아니라 시장을 이기려 들었던 탓에 무너졌다.

김석 경제부장

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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