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장대비도 속수무책…50시간 넘긴 쿠팡 물류센터 화재 검은 연기 가득 [세상&]
불난 지 50시간 넘었지만 이어져
가연물 많고 공간 좁아 진압 난항
인근 주민 대피…연기, 분진 곤욕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이준영 수습기자] 20일 오전 6시50분, 인천광역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는 여전히 검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매캐한 냄새도 코를 찔렀다. 새벽부터 인천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사흘째로 접어든 물류센터 화재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불이 난 건물을 바라보면 연기 사이로 새빨간 불길이 일렁이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는 건물 내부에서 굉음도 간간이 들렸다. 불길에 시달린 콘크리트가 터지는 폭열과 연약해진 건물 외장재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인근에 사는 주민 송모(65) 씨는 “아침에는 건물에서 소리가 커지더니 별안간 우당탕 하면서 뭐가 떨어져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화재 여파로 SK에너지입구사거리부터 쿠팡 물류센터 인근 왕복 6차선 도로는 통제됐다. 경찰버스가 배치돼 차량을 막아섰다. 인천 서해구는 전날 밤 11시부터 물류센터 램프구역 반경 116m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물류센터 남쪽에 건너편 상점가는 일제히 문을 닫았고 주민, 상인들은 걱정스럽게 화재 진압 모습을 지켜봤다.
화재 현장에서 300m 떨어진 인천서구상생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일하는 김동원(60) 씨는 “일하는 데 바로 앞에서 큰불이 나 불안하다. 공원까지 맞닿아 있어서 (불이) 번지면 큰일”이라며 “오늘은 빨리 불이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소방 지휘부는 물류센터 건물을 동서남북 4개 방면으로 나눠 화재 진압을 벌이고 있다. 서쪽 면에서의 화재 진압은 이틀에 걸쳐 완료했고 현재는 동·북 2개 방면에서 진화 작업이 이어가고 있다. 소방 고공 사다리차 8대가 소화용수를 물류센터 상단으로 쉴 새 없이 쏘고 있었다. 이날 오전 기준 소방장비 231대와 소방·경찰 등 800여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소방대원 일부는 탈진하거나 연기를 흡입하는 부상도 입었다.

불은 지난 토요일인 18일 오전 6시54분께 이곳 쿠팡 물류센터 6층에서 시작됐다. 전체면적 29만9000㎡, 지상 8층의 거대 시설로 쿠팡이 직매입해 로켓배송하는 각종 생활용품이 보관돼 있었다. 화재 규모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소방당국은 사고 당일 오후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불에 쉽게 타버리며 연기를 내뿜는 생활용품들이 선반에 가득 차 있고, 물류센터 특성상 층고가 높고 선반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어서 화재 초기 진압에 애를 먹었다. 불길은 건물 외벽을 타고 7층까지 번졌다.
소방당국은 전날 오후부터는 물류센터 외벽 일부를 뜯고 화물차량이 드나드는 램프 구역도 파쇄하는 작업을 벌였다. 화재 연기가 빠져나가고 소화용수가 건물 안으로 흩뿌려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작업 이후에도 건물 내부 불길이 가라앉지 않으며 소방대원들이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1년 6월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불길을 완전히 잡는 데 6일이 걸렸다. 인천 물류센터는 규모가 더 크기에 그때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화재는) 진압을 위해선 가연물을 다 파쇄하고 파헤쳐서 속불을 하나둘 잡아내야 하는 데 시간도 걸리고 난도도 높다”면서 “물류센터라 가연물이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내부 공간이나 진입로 확보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세진 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물 내부가 밀폐된 구조라 비가 와도 큰 영향은 없다. 오히려 외벽을 밖에서 부수고 열기와 연기부터 빼야 한다”며 “헬기로 물을 아무리 뿌려봐야 내부 화재 잡기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연기와 불에 탄 분진은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물류센터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공포의 주말을 보내야 했다. 화재 현장 건너편에는 SK인천석유화학이 자리 잡고 있어서 불이 거기까지 번질까 노심초사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60대 주민 A씨는 냄새와 연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냄새 때문에 주말 내내 창문을 열 수가 없었다. 잠깐만 연기를 마셔도 목이 칼칼해진다”면서 “하얀 분진이 차 위에 앉아서 어제는 그걸 20분 동안 닦아내야 했다”고 말했다.
구청은 대한적십자와 함께 인근 신현초, 신현북초에 임시 대피소를 마련했다. 물류센터 주변에 사는 수십여 가구 주민들이 대피한 상태다. 신현초에서 만난 주민 신현자(73) 씨는 “폐와 간이 좋지 않은데 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와 여기로 피해 있다”면서 “아까는 갈색 가래침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대피소 관리하는 서구청 관계자는 “신현초 강당에 텐트 30개를 설치했고 모두 주민들로 가득 찼다. 더 이상 대피 하러 와도 받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고영욱 “탁재훈, 그 정도 출세한 게…마지막 도리 지켜라” 옛 동료들에 일침
- 김종국, 유재석 ‘축구협회장 추천’ 발언에 “월급 10원도 안 받아도 돼”
- 36년 만에 되풀이된 불명예…결승 퇴장 7명 중 4명이 아르헨티나
- 백일섭, 졸혼 11년차 속마음 “40년 참고 살다가 집 나왔다”
- 정호연, 월드컵 폐막식 ‘깜짝’ 등장…강렬한 트렁크 세리머니
- ‘무적함대’ 스페인, 아르헨 꺾고 16년 만에 월드컵 우승
- 구급대원이 옷 벗길 때 ‘인간의 존엄’ 생각…구혜선, 기절 당시 충격 토로
- 어깨에 14억을 걸치는 남자…젠슨 황 가죽 재킷, 경매서 14억원 낙찰
- “한곡만 5번 불러” 코르티스 부실 콘서트 논란…14만원 낸 팬들 불만 폭주
- ‘김부장’ 속 진짜 현실…‘살인 무기’로 훈련, “가족 죽어도 통보 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