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실업 48만시대?… 중소기업엔 ‘사람이 없다’ 한숨 [중기+]
![20일 국가데이터처가 집계한 고용동향 집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48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9000명 늘었다. [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20/ned/20260720103609803etpp.jpg)
못 뽑는 이유 1위 ‘경력 갖춘 지원자 없다’…신입 진입로 막히며 악순환
중기 이직자 대기업행 11.8%뿐…청년도 기업도 ‘서울만 바라본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 충남 천안 소재 한 기업 관계자는 “KTX 덕분에 천안까지는 서울에 거주하는 인원들이 내려와서 취직을 한다. 그러나 천안 이하로는 지역민이 아닌 이상 서울 인원들이 내려가 직장을 구하지 않는다. 소위 ‘남방한계선’이 천안 부근에 그어진다. 그나마 우리 회사는 천안에 있어 다행인 셈”이라고 말했다.
#2. 경기 부천의 한 ‘뿌리산업’ 중소기업은 직원 30명 가운데 20명이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졌다. 소위 ‘3D 업종’으로 불리는 이 기업은 현재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해당업체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한국인이 회사에 다니겠다는 의사만 밝혀도 매우 반가운 상황이다. 한국인은 60대 이상이 대부분이다. 젊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을 시킬만하면 나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청년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 올해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48만명으로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필요인력 46만여명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고용시장에선 구직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눈높이를 낮추라’는 조언도 쉽지 않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하고 온라인에선 중소기업 일자리를 낮춰 부르는 ‘좋소기업(좋은 중소기업)’ 표현도 나돈다.
20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 고용동향 집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48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9000명 늘었다.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1년 2분기(52만1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대졸 이상 실업률도 3.0%로 전년 동기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실업이 직접 타격한 계층은 청년층이다. 20대 대졸 실업자는 17만9000명, 30대는 13만명이다. 20~30대의 실업자는 30만9000명 수준이다. 전체 대졸 실업자의 64.2%다. 20대 대졸 실업률은 8.3%로 2021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취업 경험이 전혀 없는 실업자가 5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7000명 늘었다. 2분기 기준으로 이 수치가 증가한 것은 201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이 가운데 20대가 4만8000명이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은 구인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사업체가 정상적인 경영·생산을 위해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족 인원은 약 46만여명이었다. 올해 1분기 실제 구인활동을 벌이고도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은 9만6000명이었다.
채용시장의 주력은 중소 사업체다. 1분기 300인 미만 사업체의 구인 인원은 124만6000명으로 전체(146만여명)의 85%를 차지했다. 기업들은 미충원 사유로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응답을 25.8%로 가장 많이 꼽았다. ‘요구하는 학력·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 18.5%로 뒤를 이었다.
주목할 대목은 직원들을 뽑지 못하는 이유다. 기업들은 미충원 사유 1위로 ‘사업체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25.8%)을 꼽았다. ‘요구하는 학력·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없기 때문’(18.5%)이 뒤를 이었다. 일자리 총량이 모자란 게 아니라 경력의 문턱에서 청년과 기업이 어긋나고 있는 셈이다.
미충원 인원 자체는 1년 전보다 1만3000명 줄어 2021년 이후 처음 10만명 아래로 내려왔지만, 이는 기업들이 채용문을 경력직 위주로 좁힌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입을 뽑아 키우는 대신 완성된 경력자를 찾는 방어적 채용이 확산하면서 청년의 진입로는 한층 좁아지는 악순환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초 100인 이상 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신규채용 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67.6%)으로 압도적이었고, 올해 채용 트렌드는 ‘직무중심 채용 강화’(72.2%)와 ‘수시채용만 실시’(54.8%)가 주류였다. 신입사원이 들어올 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구조화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실업 기간을 감수하면서도 중소기업행을 망설이는 데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일자리이동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이직자 가운데 대기업으로 옮긴 비율은 11.8%에 그쳤다. 81.4%는 다른 중소기업으로 수평 이동했다. 반대로 대기업 이직자의 56.6%는 중소기업으로 옮겼는데, 이는 은퇴 후 재취업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심각한 수준인 것은 임금 등 처우 문제도 큰 원인이다. 올해 5월 기준 30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은 366만원으로 300인 이상(573만8000원) 기업의 64% 수준에 불과했다. 첫 직장이 평생의 경력 경로를 좌우하는 구조인 탓에 청년들에게 “눈 높이를 낮추라”고 조언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에 소위 ‘좋은 직장’들이 몰려 있는 것은 지방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을 가중하는 원인이다. 그렇다고 수도권 소재 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 시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2월 발표한 조사에서 수도권 중소기업 203곳 가운데 99.5%는 지방 이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직원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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