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AI 수요, 2030년까지 강력하게 유지"… 설비투자 최대 640억달러로 확대
"3나노 가동률 100% 초과, 고객 수요 못 따라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한 강한 확신을 재확인하며 올해 매출 전망과 설비투자 계획을 나란히 끌어올렸다. 차세대 2나노 공정의 조기 양산과 첨단 패키징 수요가 투자 확대를 이끌었다.
TSMC는 16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달러 기준 연간 매출 성장률 목표를 기존 '3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상향했다. 연간 설비투자 규모도 종전 520억~560억달러에서 600억~640억달러(약 89조~95조원)로 대폭 늘려 잡았다. 회사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웨이저자 TSM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콜에서 "다년간 이어질 AI 메가트렌드에 대한 우리의 확신은 여전히 매우 높다"며 "고객 수요를 맞추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3나노 생산라인 가동률은 100%를 넘어선 상태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TSMC는 3분기(7~9월) 매출 가이던스로 446억~458억달러(약 66조~68조원)를 제시했다. 1달러당 32대만달러의 환율을 가정한 매출총이익률은 65~67%, 영업이익률은 56~58% 수준으로 내다봤다.
3분기 매출 전망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으나, 매출총이익률 전망은 2분기 실적치(67.7%)보다 낮아졌다. 2나노 공정의 양산 초기 원가 부담이 반영된 결과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나노 기술 램프업이 하반기 매출총이익률을 약 3~4%포인트 희석할 것"이라면서도 "견조한 수요와 원가 개선으로 일부 상쇄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2나노 양산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다고 밝혔다.
설비투자 확대 기조는 중장기 계획으로도 이어진다. 웨이저자 회장은 "향후 3년간 설비투자는 과거 3년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애리조나에 대한 1000억달러(약 148조원) 추가 투자와 관련해서는 전공정과 후공정을 합쳐 최소 4개 이상의 팹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구체적 일정을 시장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결정한다는 방침 아래, 미국·대만·일본의 신규 생산시설 구축을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추진하고 있다.
AI 반도체의 중장기 성장세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회사는 지난 1월 제시한 '향후 5년간 AI 반도체 매출 연평균성장률(CAGR) 50%대 중후반' 가이드라인을 이번에 수치로 다시 올리지는 않았지만, 실제 성장 흐름은 기존 전망보다 강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웨이저자 회장은 "지금부터 최소 2029년, 2030년까지 반도체 수요는 매우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전 산업으로 AI가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 인텔 등 경쟁사들이 EUV 장비를 대거 확보한 데에는 파운드리 사업의 구조적 특성을 근거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운드리가 단순한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기술 협력부터 캐파 준비, 양산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장기 파트너십이라는 점이 TSMC가 내세우는 자신감의 이유다. 기술 전환비용과 진입 장벽이 높아 고객사가 단기 변수만으로 파트너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TSMC는 정부 지원이나 자금력도 긍정적 요소이지만, 경쟁력의 본질은 독보적 기술 리더십과 제조 우수성, 견고한 고객 신뢰에 있다고 밝혔다.
차세대 노광 장비인 극자외선(EUV) High-NA 도입과 관련해서는 노광 필드 크기가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기술적 특성과 원가 영향을 이미 내부 제조원가 산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장비 파트너인 ASML과 협력해 기술 성숙도와 원가 효율성 측면에서 양산에 적합한 시점에 도입한다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설명이다.

상위 고객사 매출 집중도 우려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는 요인이 아니라며 기존 고객이 성장하는 동시에 AI 산업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며 고객 기반이 다변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빅테크에 대한 금융 지원이나 지분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고객사에 대한 파이낸싱 계획은 없다"며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하겠다고 못박았다.
가격 정책과 관련해선 단기 초과 수요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가격을 올리지 않고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건전한 수익성 확보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다만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는 공급 병목이 여전한 현안으로 지목됐다. TSMC는 CoWoS를 비롯한 첨단 패키징 캐파가 고객 수요를 감당하기에 매우 빠듯하다며, 업계에 다른 대안 패키징 솔루션이 활성화되는 것을 오히려 환영한다고 밝혔다. 경쟁사의 대체 기술이 공급망 병목을 완화하면,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전공정 웨이퍼 사업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이에 맞서 TSMC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PC용 COUPE 플랫폼은 소량 생산을 시작해 향후 램프업을 앞두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절감과 대역폭 확장 요구에 힘입어 수년 내 핵심 기술로 부상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했다. CoWoS의 레티클 크기를 14배 이상으로 확장하는 작업과 함께 유리 기판 등 차세대 재료도 개발 중이나 실제 상업 양산 적용까지는 약 1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