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찜한 결말?… 나홍진 “쿠얼, 여호와같은 존재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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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프'를 관람한 관객들이 가장 당혹스러운 대목은 단연 엔딩이다. 이제 막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찰나, 영화는 뜬금없이 끝을 맺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속편이 반드시 나와야만 할 것 같은' 찜찜함을 안고 극장을 나선 관객들을 위해,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나홍진(사진) 감독을 만나 결말의 의미와 해석을 물었다.
액션과 SF라는 장르적 외피를 벗겨내면 '호프'는 결국 나 감독의 전작들이 늘 그래 왔듯 '악(惡)'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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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속 신의 죽음과 부활 차용”
핵심캐릭터로 목수 ‘양배’ 꼽아

영화 ‘호프’를 관람한 관객들이 가장 당혹스러운 대목은 단연 엔딩이다. 이제 막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찰나, 영화는 뜬금없이 끝을 맺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속편이 반드시 나와야만 할 것 같은’ 찜찜함을 안고 극장을 나선 관객들을 위해,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나홍진(사진) 감독을 만나 결말의 의미와 해석을 물었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관람 후 읽기를 권한다.
나 감독은 전작 ‘곡성’에 이어 ‘호프’에서도 성경을 중요한 모티프로 차용했다. 극 후반부, 외계인 ‘조르’는 히브리서 구절을 인용하는데, 이를 통해 그가 말하는 ‘희망’이 인간이 아닌 외계인의 관점에 닿아있음을 알 수 있다. 나 감독은 “후반부 전함에 타고 있는 ‘쿠얼’이 우리가 기독교에서 여호와, 즉 ‘신’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그 존재의 사망과 목수의 창고에 죽어 있는 아이의 부활이 곧 희망일 수 있다”고 했다. 신의 죽음과 부활로 이어지는 전개는 성경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어쩌면 속편은 애초에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다.
극 중 웃음을 자아내는 해술(임현식)의 회상 신과 외계인 해부 장면에도 감독의 치밀한 의도가 숨어있다. 범석(황정민)과 외계인들이 충돌했던 전반부가 끝난 뒤 등장하는 이 장면들은 일견 숨을 돌리는 ‘휴식 포인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 감독은 관객들이 이 대목에서 재미를 느끼길 유도한 뒤, 후반부 모든 전말이 밝혀졌을 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죄의식”을 느끼길 바랐다고 했다.
액션과 SF라는 장르적 외피를 벗겨내면 ‘호프’는 결국 나 감독의 전작들이 늘 그래 왔듯 ‘악(惡)’에 관한 이야기다. 아무런 의도 없이 벌어진 사소한 행동이 빚어낸 비극은 호포항은 물론 전 지구적 위기로 번져나간다. 그렇기에 나 감독이 꼽은 가장 핵심적인 캐릭터는 목수 ‘양배’(음문석)다. 그가 어린 외계인을 야생동물로 오해하고 쏜 총성 한 발에서 모든 비극이 잉태된다. “이토록 큰 비극적인 상황이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 발생할 수도 있고, 의도가 없어도 악행이 되어버릴 수도 있어요.악행의 원인 제공자에게 악의가 있으리란 법은 없어요.”
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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