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이 ‘태양풍 vs 자기권’ 싸움 연속 촬영… ‘우주 날씨’ 정확히 예보[Science]
기존에는 자기권 내부서 관측
광대한 움직임은 조합해 추정
지구서 5000~12만㎞ 거리의
긴 타원 궤도 돌면서 임무수행
태양풍에 의한 자기권 변화 등
영상에 담으면서 동시에 측정

태양에서 불어오는 고에너지 입자 흐름인 태양풍을 막아주는 지구의 ‘보이지 않는 방어막’이 처음으로 X선 영상에 담긴다. 유럽과 중국이 공동 개발한 스마일(SMILE) 위성은 지구 자기권의 경계가 태양풍에 눌리고 움직이는 모습을 우주에서 연속 촬영한다. 이를 통해 태양풍이 자기권에 에너지를 전달하고 지자기폭풍을 일으키는 과정을 규명할 계획이다.
20일 유럽우주국(ESA) 등에 따르면 스마일은 지난 5월 19일 프랑스령 기아나의 유럽 우주기지에서 베가-C 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지난달 20일 최종 과학궤도에 진입했다. 현재 탑재 장비의 성능을 확인하는 시험운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점검을 마치면 3년 이상 자기권과 태양풍의 상호작용을 본격적으로 관측한다. 관측자료는 태양폭풍이 위성과 통신·항법, 전력망 등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우주기상 모델을 정교화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지구에서 12만㎞ 떨어져 자기권 경계 촬영= 스마일은 ESA와 중국과학원이 공동 개발한 우주과학위성이다. ‘태양풍’(Solar wind), ‘자기권’(Magnetosphere), ‘전리권’(Ionosphere), ‘연결 탐사선’(Link Explorer)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해 ‘SMILE’이라고 이름 붙였다.
스마일은 지구에 약 5000㎞까지 가까워졌다가 북극 상공 약 12만1000㎞까지 멀어지는 긴 타원궤도를 돈다.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이틀이 걸리며, 대부분의 시간을 북반구의 높은 고도에서 보낸다. 태양을 향한 자기권 경계와 극지방을 한눈에 관측하기 위한 궤도다.
지구 내부에서 만들어진 자기장은 주변에 자기권이라는 넓은 공간을 형성한다. 자기권은 태양에서 끊임없이 날아오는 전하 입자인 태양풍을 밀어내 대기와 생명체, 인공위성을 보호하는 천연 방어막이다. 태양풍이 강해지면 태양 방향의 자기권 앞부분은 안쪽으로 눌리고, 반대편은 긴 꼬리처럼 늘어난다. 태양풍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경계의 위치와 형태도 계속 달라진다.
기존 위성은 자기권 내부나 경계를 직접 통과하며 입자 밀도와 자기장 세기를 측정했다. 위성이 지나간 특정 지점의 상태는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광대한 자기권 경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여러 위성의 관측값과 계산모델을 조합해 추정해야 했다. 반면 스마일은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자기권 경계의 넓은 영역을 연질 X선으로 촬영한다. 특정 지점의 수치를 재는 방식을 넘어 자기권의 모양과 움직임을 영상으로 관측하는 첫 우주 임무다.
◇태양풍 충돌 때 생기는 X선으로 윤곽 포착= 지구 자기장 자체가 X선을 내는 것은 아니다. 스마일은 태양풍이 지구 대기의 가장 바깥쪽 입자와 만날 때 발생하는 희미한 X선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자기권의 경계를 찾아낸다.
태양풍에 포함된 산소·탄소 등의 이온이 지구 외기권에 있는 수소와 같은 중성 원자를 만나면 전자를 넘겨받는다. 높은 에너지 상태에 놓인 이온이 안정된 상태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연질 X선이 방출된다. 이를 ‘태양풍 전하교환’이라고 한다. X선이 강하게 나타나는 위치와 모양을 연속 촬영하면 태양풍이 자기권을 얼마나 밀어붙였는지, 경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스마일에는 자기권 경계를 촬영하는 연질 X선 영상기와 북극 오로라를 찍는 자외선 영상기, 태양풍 이온을 분석하는 장비, 자기장의 세기와 방향을 측정하는 자력계 등 4개의 과학장비가 실렸다. 자기권 경계의 변화와 오로라, 위성 주변의 태양풍과 자기장 상태를 동시에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X선 영상기는 태양을 향한 자기권 앞면과 극지방에서 태양풍 입자가 자기권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인 ‘커스프’를 함께 촬영한다. 예상 영상에서는 활처럼 휘어진 자기권 경계가 입처럼, 극지방의 커스프가 두 눈처럼 보일 수 있다. 스마일이라는 이름은 정식 영문 명칭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것이면서, 관측 영상에서 나타날 웃는 얼굴 모양도 연상시킨다. 자외선 영상기는 북극 오로라를 최장 45시간 연속 촬영해 자기권 경계의 변화가 오로라 발생으로 이어지는 과정도 비교한다.
◇태양폭풍 예보, 우주 날씨의 ‘일기예보’로= 태양풍은 평소에도 지구를 향해 불어오지만 태양에서 대규모 폭발이나 코로나질량방출(CME)이 일어나면 입자와 자기장의 세기가 급격히 강해진다. 강한 태양풍이 지구에 도달하면 자기권 앞부분이 압축되고 내부에 많은 에너지가 저장된다. 이 에너지가 급격히 방출되면 지구 자기장이 크게 흔들리는 지자기폭풍이 발생한다.
지자기폭풍은 인공위성의 전자장비를 교란하거나 지구 상층 대기를 팽창시켜 저궤도 위성의 공기저항을 높일 수 있다. 위성항법 신호에 영향을 줘 GPS 위치 오차를 키우고, 항공기와 선박 등이 사용하는 고주파 무선통신에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우주비행사의 방사선 노출 위험을 높이고, 지구 자기장이 빠르게 변하면 송전선에 유도전류가 발생해 변압기와 전력망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현재도 태양 관측위성과 지상 관측소를 통해 태양폭발의 발생과 태양풍의 지구 도달 가능성을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풍이 자기권의 어느 부분에서 에너지를 전달하고, 자기권이 얼마나 압축된 뒤 어떤 방식으로 저장된 에너지를 방출하는지는 전체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채 개별 측정값과 계산모델로 추정해왔다.
반면 스마일은 태양풍의 세기와 자기장 상태를 측정하면서 자기권 경계의 움직임과 오로라 발생을 동시에 영상화한다. 태양풍 변화가 자기권 압축과 에너지 축적을 거쳐 지자기폭풍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관측자료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다. 스마일이 직접 경보를 발령하는 예보위성은 아니지만, 축적된 자료가 우주기상 모델에 반영되면 태양풍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과 강도를 더욱 정확히 계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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