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위기 기업에 몰린 ‘애국 매수’…상한가 속출, 추격 투자는 주의

이준우 기자 2026. 7. 2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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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기업, 모나미, 에넥스 등 상폐 위기 기업에 매수세 몰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 우려가 불거진 장수 기업을 응원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잇따르고 있다. 한성기업과 모나미에서 시작된 매수세가 에넥스·모나리자·비비안 등 다른 종목으로 번지면서 지난주 상한가 종목이 속출했다. 그러나 실적이나 사업 경쟁력의 변화 없이 투자 심리만으로 주가가 치솟은 종목이 적지 않아, 테마가 식으면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3일 한성기업 홈페이지에 감사문이 올라와있다. /한성기업 홈페이지 캡처

◇한성기업 238%·모나미 196%·에넥스 157% 급등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6일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모나리자·비비안·에넥스·에이엔피·주연테크·형지엘리트 등 6종목이 상한가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PN풍년·손오공·좋은사람들·형지I&C·형지글로벌 등 11종목이 가격 제한 폭까지 올랐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국산 브랜드나 장수 기업으로 소개된 뒤 단기 매수세가 몰린 종목이다.

애국 테마주의 출발점은 수산물 가공업체 한성기업이었다. 한성기업이 25년 동안 6·25전쟁 유엔군 참전 용사를 위한 음악회를 후원해 왔다는 사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대표 상품인 ‘크래미’를 사자는 소비 운동과 함께 주식 매수 인증도 잇따랐다. 한성기업 주가는 이달 1일 4300원에서 16일 기준 1만4520원으로 237.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67억원에서 902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9일과 10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15일에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단기간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서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됐고, 지정 이후에도 이틀간 40% 이상 상승해 지난 16일 하루 매매가 정지됐다. 거래는 20일부터 재개된다.

국산 볼펜의 상징으로 꼽히는 모나미도 애국 매수의 대상이 됐다. 1963년 국산 볼펜 ‘153’을 출시한 장수 기업이라는 점과 독립 유공자 후원 활동 등이 주목받았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졌을 때 일본산 필기구를 대체할 국산 브랜드로 부각됐던 이력도 영향을 미쳤다. 모나미 주가는 이달 1일 1260원에서 16일 3730원으로 19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38억원에서 705억원으로 약 3배가 됐다. 단기 급등이 이어지면서 모나미 역시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주방 가구 업체 에넥스도 이달 1일 1070원에서 16일 2755원으로 157.5% 뛰었다. 시가총액은 127억원에서 327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복지 기관과 아동 보육 시설 등에 학생용 가구와 침대를 기부해 온 사실이 알려지며 애국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애국 테마주 열풍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달부터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이다. 코스피 상장사의 시가총액 유지 기준이 300억원으로 높아지면서 기준선 아래에 있거나 근접한 기업들이 퇴출 우려에 놓였다. 이달 초 한성기업과 모나미, 에넥스의 시가총액은 모두 3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종목 게시판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오랫동안 사회에 기여한 국내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했다. 제품 구매로 기업을 돕는 이른바 ‘돈쭐’ 문화가 주식시장으로 옮겨붙은 셈이다.

초기에 한성기업과 모나미에 집중됐던 매수세는 이후 모나리자·비비안·PN풍년·손오공·좋은사람들 등으로 번졌다. 토종 소비재 브랜드나 오랜 업력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부각됐지만, 일부 종목은 애국 기업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주가가 급등했다. 애국 매수라는 명분 아래 저가·저시가총액 종목 전반으로 순환매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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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뒷받침 없는 급등… 투자 주의해야

문제는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만한 실적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넥스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2.6% 감소한 467억원에 그쳤고, 29억원가량의 영업 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모나미도 같은 기간 약 2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사회공헌 활동이나 브랜드 역사가 긍정적인 평가 요소일 수는 있지만, 기업의 현금 창출력이나 경쟁력을 곧바로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시가총액 기준을 넘어섰다고 해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시가총액이 30거래일 연속 기준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단기간 주가가 오른 뒤 다시 하락하면 시가총액 역시 기준선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테마주는 새로운 투자자가 유입되는 동안에는 주가 상승이 다시 매수를 부르는 흐름이 나타난다. 그러나 관심이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거나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면 특별한 악재가 없어도 급락할 수 있다. 실제 호남권 반도체 투자 기대로 급등했던 금호건설은 지난 10일 고점을 기록한 뒤 일주일 만에 40% 가까이 떨어졌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테마로 올랐던 천일고속과 동양고속도 52주 최고가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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