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도 물도 필요 없다”…기후 위기 정면 돌파 ‘카베르네 제왕’ 케이머스의 타짜 본색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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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밸리의 케이머스 빈야즈(Caymus Vineyards)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제왕'으로 불립니다. 저명한 와인 전문 매체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케이머스 카베르네 소비뇽이 올해의 와인 1위에 두차례나 선정됐을 정도로 빼어난 품질을 자랑합니다. 바로 나파밸리 인근의 수이선 밸리로, 케이머스는 이곳을 거대한 실험실 삼아 기후변화 위기를 뛰어넘을 하이브리드 품종 와인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제니는 "수이선 밸리의 와이너리 부지와 인접한 포도밭을 실험 구역으로 삼아 UC 데이비스와 함께 교잡 품종을 시험 재배하고 있습니다. 케이머스는 대학의 실증 연구에 참여하는 실험 와이너리 역할을 맡아 새로운 포도나무를 심고, 장기적으로 어떤 성과를 내는지 관찰합니다. 지금까지는 특히 레드 품종 카베르네 볼로스와 화이트 품종 소비뇽 크레토스가 큰 성과를 내고 있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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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맞서는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를 가다 ③하이브리드 품종 개발 케이머스 빈야즈>
나파밸리 인근 수이선에 케이머스-수이선 설립
포도밭 전체가 기후변화 대응 거대한 실험장
기후변화·병충해 저항 강화 PIWI 상업화 박차


케이머스를 일군 와그너(Wagner) 가문은 1850년대부터 나파 밸리에 뿌리를 내린 농부 집안입니다. 케이머스를 창립한 찰리 와그너(Charlie Wagner)의 아버지 칼 와그너(Carl Wagner)가 1906년 러더포드(Rutherford) 땅을 매입해 호두, 자두, 포도 농사를 짓기 시작합니다. 1940년대 후반부터는 와그너 가문이 키운 포도가 당시 나파 밸리의 명문 와이너리 잉글눅(Inglenook)에 전량 납품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에 1960년대 들어 찰리와 아내 로나 벨 글로스(Lorna Belle Glos)는 과수원을 걷어내고 미래 가치가 높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본격적으로 심기 시작합니다.







나파밸리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30분 정도 달리면 케이머스-수이선에 닿습니다. 찰리와 제니 남매가 일행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야자수가 도열하고 장미꽃이 만발한 와이너리는 고즈넉한 휴양지에 온 듯 아름답네요. 남매를 따라간 포도밭에는 처음 들어보는 품종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적응력과 병충해 저항성을 강화한 PIWI 품종들입니다. 제니는 “수이선 밸리의 와이너리 부지와 인접한 포도밭을 실험 구역으로 삼아 UC 데이비스와 함께 교잡 품종을 시험 재배하고 있습니다. 케이머스는 대학의 실증 연구에 참여하는 실험 와이너리 역할을 맡아 새로운 포도나무를 심고, 장기적으로 어떤 성과를 내는지 관찰합니다. 지금까지는 특히 레드 품종 카베르네 볼로스와 화이트 품종 소비뇽 크레토스가 큰 성과를 내고 있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피어스병에 강한 품종은 강가에 시험 재배
케이머스-수이선이 해결하고 싶은 또 다른 과제는 포도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피어스병입니다. 이를 위해 별도로 피어스병 저항성을 가진 교잡 품종을 확보해, 나파 밸리의 강이나 개울 주변 포도밭에 완충지대 형태로 10~15줄씩 심어 병 확산을 막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숙성도 빠르고 맛도 좋다는 평가지만, 아직은 학술적인 품종명이 복잡해 소비자용 라벨에 쓰기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제니는 “누군가 더 친숙한 이름을 붙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와인 산업에서 이런 교잡 품종을 본격적으로 상품화한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수이선 밸리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품종으로 만든 케이머스-수이선의 넘버원 플래그십 레드 와인입니다. 품종은 쁘띠 시라(Petite Sirah) 100%입니다. 뒤리프(Durif)는 쁘띠 시라의 옛 이름으로, 1880년대 프랑스 론에서 캘리포니아로 건너오며 지금의 이름을 얻었습니다. 여기에 그랑(Grand)을 붙인 것은 케이머스 특유의 양조 스타일을 접목해 본래 거칠고 타닌이 강한 쁘띠 시라를 놀랍도록 리치하고 유연하게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짙은 잉크 빛깔을 띠며 블루베리 잼과 블랙 자두, 잘 익은 제비꽃 향이 폭발합니다. 입안에서는 에스프레소와 카카오, 다크 초콜릿의 달콤 쌉싸름한 풍미와 함께 촘촘하고 부드러운 타닌이 묵직한 바디감을 완성합니다.

매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직관적이고 경쾌한 스타일로 진판델(Zinfandel)과 쁘띠 시라(Petite Sirah)를 블렌딩했습니다. ‘더 워킹 풀(걸어 다니는 바보)’은 제니의 고조부 요하네스 글로스(Johannes Glos)를 기리며 지은 이름입니다. 1880년대 나파 밸리에 정착한 그는 늘 걸어서 여행을 다녀 동네 사람들에게 정겹게 이 별명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신선한 라즈베리와 크랜베리 같은 붉은 과실의 생동감 넘치는 산미가 중심을 이루고, 여기에 진한 에스프레소 힌트와 시가 박스·삼나무 향이 더해져 매끄러운 텍스처와 함께 기분 좋은 여운을 남깁니다.

와이너리가 위치한 수이선 밸리 남단, 샌프란시스코만의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포도로 양조한 프리미엄 로제 와인입니다. 그르나슈(Grenache) 100%로, 수이선 밸리에서도 가장 서늘한 해양성 기후를 가진 밭에서 소량 생산됩니다. 은은한 구리 빛이 감도는 아름다운 로즈 골드 색상을 띱니다. 흰복숭아와 신선한 딸기, 잘 익은 수박의 싱그러운 과실 향이 입안에서 군침을 돌게 하는 청량한 산미와 함께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기후변화 맞서는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를 가다 ④에서 계속>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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