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도 ‘특권’이 된 양극화 사회…가난하면 태어나기도 버겁다[점선면]

조해람 기자 2026. 7.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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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반짝 반등’, 그 뒤의 고민들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부모가 될 기회조차 소득에 따라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올랐지만, 대부분 경제적 여력이 있는 30대가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이제 결혼과 출산은 중산층 이상에만 허락된 특권일까요? 점선면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출생조차 ‘계급화’

서울 증권사 직원 A씨 부부는 올가을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지원받은 전세보증금 2억원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A씨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집 문제가 해결되니 결혼을 미룰 이유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아이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했어요.

반면 화물기사 B씨는 결혼 후 3년째 자녀가 없습니다. 화물기사 특성상 수입이 들쭉날쭉한 데다 부모님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워서입니다. 아내가 SNS에 올라온 다른 사람의 태아 초음파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걸 바라볼 뿐입니다. B씨는 “아이는 점점 더 먼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고 했어요.

매년 내려가기만 하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에서 2024년 0.75명, 2025년 0.80명으로 반등했습니다. 정부는 “정책 시너지와 인식 변화가 만들어낸 반등”이라고 했고요. 하지만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구조적인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일시적 반등’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이번 반등을 이끈 것이 ‘배우자가 있고 소득이 높은 30대’라는 점에서 더 그렇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가 지난 1월 공개한 ‘최근 출산율 반등 흐름의 주요 특징과 원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배우자가 있는 30대 여성은 2023년 대비 2024년 합계출산율을 0.04명 끌어올렸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합계출산율 상승폭(0.03명)보다 높죠. 다른 연령대가 평균보다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어도 30대가 이를 상쇄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소득분위별로 합계출산율 상승폭이 달랐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소득 상위 30%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84명에서 2025년 0.95명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연구진은 2025년 6월까지의 분만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반면 하위 30%에서는 뚜렷한 반등이 없었고 하락폭만 조금 둔화되는 데 그쳤죠. 연구진은 “최근 출산율 반등이 고소득층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고용이 안정적이고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에서 두드러진 현상임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결혼도 소득에 따라 갈렸습니다. 같은 30대에서도 하위·중상위 소득집단은 유배우율(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비율)이 꾸준히 하락하는 반면, 소득분위 상위 80~100%인 집단의 유배우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번 합계출산율 반등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다른 근거도 있습니다.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린 주체가 비교적 인구가 많은 1990년대생이라는 점입니다. 인구가 확 감소하는 2000년대생이 본격적인 혼인·출산 연령대에 접어들면 합계출산율도 줄어들 수 있죠. 코로나19로 밀렸던 혼인·출산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합계출산율이 일시적으로 반등한 점도 무시할 수 없고요.

불평등을 상속하지 않게

합계출산율을 올리려면 더 많은 청년들이 혼인하고 출산할 마음을 먹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지원 제도는 결혼·출산을 결심하게 하기보다는, 이미 그 결심을 내린 청년들을 돕는 데 집중돼 있죠. 신생아 특례대출이나 육아휴직 등 대표적인 지원 정책만 봐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며 소득과 신용이 보장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니까요.

무엇보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양극화의 굴레를 끊어내야 합니다. 지난해 6월 산후조리원 일반실 2주 평균 비용은 366만원으로 5년 전(274만원)보다 34% 뛰었습니다. 이용료가 가장 비싼 곳(4020만원)과 가장 싼 곳(120만원)의 격차는 33배에 달했고요.

사교육비 양극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그뿐일까요. 지난 3월 한국청소년연구에 실린 ‘부모·교사 관계가 학업열의와 학업무기력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학생의 학업은 물론 사회적 관계에서도 가구소득의 영향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2월에는 비수도권에서 태어나 고향에 머무는 저소득층 청년일수록 ‘가난의 대물림’이 심해진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화제가 됐습니다.

내가 겪은 불평등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부모는 없습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저출생은 취업과 독립,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청년의 생애 경로가 막혀서 생기는 문제”라며 “일자리와 주거, 교육 구조까지 함께 바꾸지 않으면 현재의 반등을 지속적인 변화로 이어가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이 마주한 가장 큰 생존과제는 불평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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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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