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전고체 양산 임박… K-배터리 골든타임
[스페셜] 전고체 배터리 대전

'꿈의 배터리' 상용화를 두고 한국과 중국·일본 등 주요국은 전고체 주도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26년 2월 지식재산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2004~2023년 특허출원 누적 건수로는 일본이, 연평균 증가율로는 중국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단순히 보면, 전고체 상용화는 일본이 가장 근접해 있고, 중국이 이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국적 출원인의 특허출원은 2004년 45건에서 2023년 1044건으로 늘었다. 누적 건수는 5770건으로 일본(9881건)과 중국(6749건)에 이어 세계 3위다. 연평균 증가율은 18%로 미국(12%), 일본(9%), 유럽(8%)을 웃돌며 2위를 기록했지만 중국(34%)과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특허 수는 3위, 증가율은 2위…한국의 현주소
일본은 정부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적극 개입하며 민관 연계하에 기술력을 높이는 중이다. 도요타, 파나소닉 등이 참여하고, 대규모 정부 지원을 더해 전고체 배터리 전 주기에 걸친 실증을 진행하는 SoliD-NEXT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2025년 12월 자동차표준화기술협의회를 통해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를 대상으로 한 국가 차원의 기술 표준 초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되려는 전략을 노골적으로 구사한 셈이다. 이는 기술 상용화보다 규칙 선점을 앞세운 전형적인 중국식 산업 육성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육성책에 따라 국가 주도 표준 수립 후, 막대한 자금 지원하에 기업 단의 공격적 투자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도 전고체 배터리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2029년까지 2800억 원을 투입해 전고체·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선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소재 공급망의 국산화를 위해 2026년 2월,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전고체 소재 공장 구축 사업에 1000억 원 저리대출을 의결하기도 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주요 기업들은 2027~2030년을 양산 목표 시기로 잡았다. 양산 시기가 임박한 만큼 전고체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기업 간 경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LG·SK·현대차…K-배터리 4각 총력전
국내 배터리 3사 중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삼성SDI는 2027년 황화물계 배터리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수원 R&D센터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S라인)을 구축, 시제품 제작과 기술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고체 전해질 소재 개선과 함께 무음극 기술도 자체 개발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흑연 음극 기반 전고체 배터리를 2029년 출시하고, 무음극 구조 배터리를 2030년 상용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 중이다. SK온은 미국 솔리드 파워(Solid Power)와 협력해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2025년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했다. 목표 상용화 시기는 2029년이다.
한편, 그동안 배터리를 만들지 않았던 현대자동차도 최근 전고체 배터리를 시험 생산하는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가동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외부 배터리 조달에 의존해 왔지만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 있어서는 기술 내재화를 준비 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외 기업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일본 도요타가 상용화 가시권에 진입했다. 최근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기술 공동 개발을 추진해 온 이데미쓰 고산과 함께 고체 전해질 생산 공장 설립에 나섰으며,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 개발을 위해 스미토모 메탈 마이닝과도 협력 중이다. 2027~2028년 내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상용화가 목표다.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 CATL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미 제품 샘플 제작 단계에서 고객사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7년 소규모 생산을 거쳐 2030년 대량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BYD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소량 생산 개시 후, 고급 모델에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재 없인 셀도 없다…황화리튬 확보 경쟁
황화리튬과 고체 전해질 등 업스트림 내 활동도 살펴보자.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은 2024년 황화리튬 데모 플랜트를 증설하고, 2026년 하반기 황화리튬 마더 플랜트 완전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연간 40톤인 황화리튬 생산능력은 150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정밀화학 공정에서 황화수소 부산물을 확보할 수 있어 생산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포스코홀딩스도 제철 사업에서 조달 가능한 황산리튬과 황화수소를 활용해 비교적 저렴하게 황화리튬 생산을 추진 중이다. 아르헨티나와 호주 등에 투자해 리튬 공급망 확대에도 나섰다. 2022년에는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을 설립, 연간 24톤 규모의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향후 7200톤까지 단계적 규모 확장을 준비 중이다.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전고체 배터리 업체 팩토리알과 함께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 샘플 테스트를 진행해 왔으며, 2026년 팩토리알과 투자 계약을 체결, 전고체 소재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에코프로그룹에서는 수산화리튬 공급 업체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리튬 화합물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황화리튬을, 에코프로비엠이 고체 전해질과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이 연간 40톤 규모의 샘플을 생산하는 고체 전해질 파일럿 설비를 운영 중이다. 목표 상용화 시기는 2027년이다. 한편,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자회사 에코프로리튬은 캐나다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아 리튬메탈 음극 공정 실증 과제도 추진 중이다.
일본에서는 이데미쓰 고산이 석유 정제 시 나오는 황 성분을 활용한 황화리튬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술한 바와 같이 도요타와 함께 고체 전해질 양산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SK온과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협력 관계에 있는 미국 솔리드 파워는 한국에 연간 최대 500톤 규모의 고체 전해질 생산 거점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능력도 30톤에서 75톤으로 확장 예정이다.


기술도 가격도…전고체 상용화의 관문
이처럼 국내외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적극 추진되고 있고, 빠르면 2027년 상용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물론 변수도 존재한다. 그동안 전고체의 한계로 지목돼 온 계면 저항 등 기술적 난제를 극복해야 양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 또한 로봇 등 일부 영역을 공략하는 상용화 초기 단계에는 높은 가격대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으나, 향후 전기차 업계로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도 확보해야 한다.

1. 기술적 과제
고체 전해질과 양극, 고체 전해질과 음극 간 계면은 전해액을 사용했을 때보다 저항이 높고 이온 전도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황화물계의 이온 전도도는 10^-2~10^-3 S/cm로 산화물계나 고분자계보다는 높지만 전해액(10^-1 S/cm) 수준에는 못 미친다.
액체는 계면을 빈틈없이 감싸지만 고체는 채워지지 않는 공백이 일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계면 저항을 최소화해 성능을 높이는 것이 전고체 배터리가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며, 별도의 특수코팅 또는 압착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연구개발(R&D)이 진행 중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음극재는 집전체(구리박)에 흑연을 코팅하는 방식으로 제조하는 반면,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리튬메탈 음극 도입이 연구되고 있다. 이 방법으로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지만 덴드라이트(dendrite) 현상에 유의해야 한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 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이 음극 표면에 불규칙한 모양으로 쌓이며 형성되는 결정체다. 이 결정체는 이온 이동의 장애물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분리막(전고체 배터리는 분리막이 없으므로 전해질)을 훼손해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저해한다는 데 있다. 물론 고체 전해질이 손상될 위험은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낮지만 그럼에도 덴드라이트가 전해질의 미세 균열과 결함을 파고들 가능성이 존재한다. 무음극 구조에서도 리튬과 집전체 간 친화성이 낮으면 덴드라이트가 형성될 수 있어 이를 억제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2. 경제적 과제
전고체 배터리의 초기 수요는 가격보다 성능이 우선인 분야가 견인할 전망이지만 그럼에도 중장기 확장을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황화물계가 마주한 핵심 과제는 원자재 황화리튬 가격 하향 안정화다. 황화리튬은 황화수소와 수산화리튬 합성을 비롯해 여러 제조 공정을 통해 제조되는데 공정상 취급 난이도가 높고, 유독 가스 처리와 습도 관리가 필요해 실질적인 수율 확보와 대량 양산에 난항을 겪는다. 이로 인해 규모의 경제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높은 가격이 수요 확대를 다시 제한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초기 상용화 단계의 전고체 배터리 가격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약 5~6배로 추정된다. 여기에 전고체 배터리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높은 비중(40%)을 감안할 경우, 황화리튬을 포함한 핵심 소재 원가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전체 제조원가를 넘어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시장 내 경제성 확보를 위해 현재 kg당 수백 달러로 추정되는 황화리튬 가격이 장기적으로 100달러 이내로 떨어져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 황화리튬 합성 기술 고도화, 공정 손실 최소화 및 대량 양산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정우철 삼일PwC컨설팅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