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파워 인터뷰 | 사회 금융가 다우치 마나부] "투자로 노후가 편해진다는 착각… 소중한 사람과 불안을 나눠라"

망원경으로 본 인간의 역사는 자연의 계절처럼 80~100년을 주기로 탄생과 각성, 해체와 전환을 반복한다. ‘제4의 대전환’ 저자이자, 미국의 거시 역사학자 닐 하우에 따르면, 지금은 겨울이다. 지난 세기 겨울이 1929년 대공황이었다면, 21세기의 겨울은 2008년 금융 위기에서 시작해 코로나19 팬데믹, 전쟁, 경기 침체,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졌고 2030년, 길면 2035년쯤 끝날 예정이다. 이후 시작될 새로운 봄의 주도권은 누가 쥘 것인가. 전 세계 출판 시장의 지식 시그널을 좇다 보니, 최근에는 영미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이 세기의 겨울을 통과하는 특유의 맷집에 주목하게 됐다. 중국 3부작에 이어 일본 3부작 인터뷰의 마지막 주자가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의 저자 다우치 마나부(田内学)다.
다우치 마나부는 전 세계의 관심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주식에 쏠려 있는 지금, 소를 가르듯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투자로 돈을 번다는 착각’ ‘그 돈으로 노후가 보장된다는 착각’의 정체를 신랄하게 보여준다. 이 사회 금융가는 노후 불안과 노후 자금 불안은 분리해야 하며, 돌봄과 생산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개인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골드만삭스에서 16년간 트레이딩을 담당한 그는 주식 거래 대부분은 투자자끼리의 전매이기에, 개인이 투자한 돈은 기업에 거의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눈앞에 닥친 AI, 고령화 사회를 살아내기 위한 심리적 실탄을 장착한다는 마음으로 다우치 마나부와 대화를 나눴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급등했고, 기술 기업의 호황으로 주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불안한 '슈퍼사이클'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데, 일본은 어떤가요.
“한국의 코스피가 8000을 돌파한 것은 일본의 NISA(주식 절세 계좌) 열풍과 겹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2024년 신NISA(주식 수익에 평생 세금을 매기지 않는 비과세 혜택)가 시작되자, ‘나도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 거야’라는 분위기가 퍼졌습니다. 다만, 코스피가 오르더라도 그것이 한국 국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지요.
일본 역시 닛케이 평균 주가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 중이지만, 실질임금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표와 생활 사이에 괴리가 있지요. 게다가 일본은 닛케이 평균 주가를 산출하는 곳이 대형 경제 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입니다. ‘실물경제와 주가지수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뉴스를 다루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됩니다.”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이 정말 착각이라고 생각하나요.
“돈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일본이 겪는 진짜 어려움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일본은 인구 약 30%가 65세 이상입니다. 교육, 의료, 돌봄, 건설, 농업 등 온갖 분야에서 일손이 부족해 공급력 자체가 약해지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는 경쟁적으로 돈을 모은들 그 이상으로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맙니다. ‘돈만 있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노동력이 충분했던 시절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거죠.”
노후에 대한 불안과 노후 자금에 대한 불안을 분리하셨어요. 그 시작이 '노후 자금 2000만엔(약 1억9000만원) 부족'이라는 발표였다고요.
“노후 자금 2000만엔 부족은 2019년 일본 금융청 보고입니다. 이 뉴스로 인해 ‘2000만엔’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에 대한 공포가 커졌어요. ‘왜 연금만으로는 노후를 보장받을 수 없게 된 거지’라는 질문은 막혀 버렸죠. 근본 문제는 돈이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입니다. 일할 사람은 줄고 고령자가 늘어난다는 것. 연금은 현역 세대가 낸 보험료로 고령자를 지탱하는 구조이기에, 구조가 변하면 유지되기 어려운 게 당연한 결과예요.
언뜻 생각하면 현역 세대에게서 걷는 돈만으로는 부족하니 여기에 개인 저축을 보태면 어떻게든 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일손이 부족해 물건이나 서비스가 부족한 상황이 되면 저축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요. 처음엔 ‘2000만엔이면 노후 자금으로 충분하다’고 했던 것이 지금은 그 두 배인 4000만엔도 부족하다는 이야기로 진행됐으니까요. 그럼에도 언론과 금융 업계는 인구구조 논의는 건너뛰고 ‘스스로 2000만엔을 더 모읍시다’라며 개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배후에는 투자 상품을 팔고 싶은 금융 업계의 사정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말하는 ‘환상’이 바로 이 지점이에요. 본래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개인의 돈 문제로 치환돼 버린 거죠.”
착실하게 일정액을 모으면 노후는 큰 걱정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산 넘어 산이로군요.
“노후 안심의 기준이 ‘일정 금액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많은 돈을 모으는 것’이 돼 버리기 때문이죠. 가령 돌봄 서비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가격이 오르고, 더 많은 돈을 가진 사람만이 서비스를 손에 넣을 수 있어요. 그야말로 의자 빼앗기 게임이죠. 모두가 저축을 늘려도 의자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결국 누군가는 선 채로 있어야 합니다. 개인이 돈을 불리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사회 전체로서는 ‘의자 자체를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면서 기업도 키우는 최고의 재테크가 주식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한국에선 금융 멘토가 추앙받고 있습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로버트 기요사키가 1990년대 돈에 관한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처럼 말입니다.
“짚어야 할 진실이 있습니다. 주식 거래가 활발해진다고 기업이 커진다는 기대는 환상입니다. 주식 거래 대부분은 투자자와 투자자의 전매입니다. 개인이 주식에 투자한 돈은 기업에 거의 흘러 들어가지 않으며, 잠들어 있던 자금이 다른 계좌에서 다시 잠들게 될 뿐이지요. 기업으로서는 주식보다 자사 제품을 사주는 편이 훨씬 고맙지요. 지금까지 일본이 성장한 이유도 개인 투자보다 많은 사람이 은행에 예금했기 때문입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쓴 로버트 기요사키의 논리에는 ‘당신이 산 상승주를 누가 비싼 가격에 사줄 것인가’라는 관점이 빠져있습니다. 나라 전체를 생각하면 투자 이익은 누군가의 지갑에서 온 것일 뿐입니다. 모두가 투자자가 되면 노동은 누가 합니까. 생산량이 부족해지면 결국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투자의 멘토’가 추앙받는 사회는 위험해요. 추앙해야 할 대상은 시장가격 변동을 이용해 이익을 얻은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창업가입니다.”
그래도 미래 가치를 보는 장기 투자는 모두에게 이롭지 않은가요.
“‘장기 투자를 하면 반드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주장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 그리고 나중에 시장에 참가할 젊은 투자자 수가 계속 늘어날 것이 그것입니다. 1989년 12월에 닛케이 평균주가가 거품기의 최고치인 3만8915엔을 기록했을 때부터 매달 적립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이익을 실현한 시기는 2013년쯤입니다. 약 24년 동안 손해를 끌어안고 있었던 거죠. 도중에 퇴직해서 현금화해야 했다면, 치명적인 손해를 봤을 것입니다.
앞으로 장기 투자의 중요한 리스크 요인 역시 인구 감소입니다. 두 가지 층위에서 작용해요. 기업이 국내시장만으로 이익을 지속적으로 늘리기 어려워지고, 내가 노후에 팔 주식을 사줄 젊은 투자자도 줄어듭니다.살 사람이 적으면 주가는 하락하기 쉬워지죠. 한국도 일본 이상으로 저출산이 진행되는 만큼, 과거 데이터만 근거로 ‘장기 투자는 안전하다’고 믿으면 근본적인 변화를 간과하게 됩니다.”

인구 감소를 '돈' 문제와 연결한 사례로, 대만의 TSMC가 구마모토 지역에 생겼을 때 노동인구를 빨아들여 지역의 학교 인력이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 유치는 고용과 국내총생산(GDP)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사람이 남아돌 때 이야기입니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급여가 높은 반도체 기업으로 인재가 유출되고, 급여가 고정된 교원 자리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교육 투자가 제일 뒷전으로 밀리는 거죠. 무작정 시장경제에 맡겨 놓으면 GDP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사회에 가장 중요한 행위가 고사돼 갑니다. 구마모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앞으로 일본 전역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도 이 책을 쓴 동기 중 하나입니다.”
인구 부족에 따른 일손 부족을 이야기했지만, AI로 인해 실업률이 높아지고, 대량 해고를 서슴지 않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일본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만, 이는 화이트칼라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리크루트워크스연구소에 따르면, 2040년 일본은, 노동력 약 20%, 1100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는 데이터 처리와 정형 업무에 강하지만, 돌봄·의료·보육·건설·농업·운송 등 사람 손과 몸이 필요한 일은 대체할 수 없습니다. 필수 노동일수록 더 부족해질 겁니다.
언젠가 로봇 같은 피지컬 AI(Physical AI· 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물리적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AI)가 이런 일도 대체하겠지만, 그 전에 에너지와 자원 확보라는 벽에 부딪힐 겁니다. 로봇도, AI 데이터센터도 전력을 대량으로 씁니다. 생성 AI(Generative AI) 보급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급증해 화석연료 수요마저 늘고 있어, 자원 없는 일본에는 역풍입니다. AI 실업 불안과 일손 부족 불안은 별개처럼 보이지만, 사람·물건·에너지라는 ‘실체’ 부족이 만들어 내는 불안이라는 점에서 근본은 같습니다.”

골드만삭스에서 16년간 트레이딩을 담당했습니다. 그곳에서 경험했던 가장 큰 충격과 교훈은 무엇이었나요.
“책에도 썼던 ‘100억을 번 사나이’의 진상이 체포라는 형태로 밝혀졌을 때 두 가지를배웠습니다. 첫째, 세상에 나도는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거의가 신기루라는 것. 정말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둘째,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이익’ 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부터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부정한 수단을 썼지만, 합법 범위에서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이익을 내는 방법은 무수히 많습니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같은 시장에서 정말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까요? 화려해 보이는 돈벌이 이면에는 거의 반드시 누군가의 지갑이 털리고 있고, 내 지갑만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일이 트레이더에서 사회 금융가로 변신한 계기가 됐나요.
“어느 한순간의 결정은 아니었지만, 노후 자금 문제에 대한 위화감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나는 ‘이것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느꼈는데, 주위에서는 ‘자금 운용이 중요하다’고만 했습니다. 채권 트레이더로 기관투자자와 매일 거래하면서도 같은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가격에 따라 1억엔의 손익이 오갔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1억엔이 우리에게 오느냐 상대에게 가느냐일 뿐 사회 전체로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습니다. ‘당신이 하는 일이 실물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딱히할 말이 없는 겁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이런 위화감을 느낀 채, 나는 시장 밖으로 나가자고 결심했습니다. 이 책에서 거듭 물은 ‘그 이익은 누구에게 도움이 된 것에 대한 보수인가’는 본래 나를 향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다들 투자로 돈을 벌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멘털이 흔들리기 마련이죠.
“트레이더 시절의 나도 그랬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반응이지요. 다만 이 마음의 흔들림에는 ‘정체’가 있습니다. 소셜미디어(SNS)나 동영상 사이트에는 ‘투자로 1억엔을 벌었다’ ‘반년 만에 자산을 10배로 불렸다’는 글과 동영상이 넘쳐납니다. 본인은 자기 능력이나 노력 덕분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운 좋게 시장의 흐름에 편승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노력하면 나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구나’라고 믿지만, 시장의 타이밍은 재현되지 않습니다. 패자는 말이 없기에 SNS에서 실패담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들 돈을 벌고 있다’라는 풍경은 신기루에 가깝습니다.”
'누구의 지갑에서 나온 돈인가'라는 질문이 꼭 필요한가요.
“그것이 투자인가 도박인가를 파악하는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투자 이익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것에 대한 보수’입니다. 기업이 좋은 상품으로 이익을 내고 그 일부를 배당으로 돌려주거나, 예금이 은행을 통해 공장이나 집을 짓는 자금이 되는 경우죠. 다른 하나는 ‘다른 투자자를 표적으로 삼은 돈’입니다. 가격 상승 이익을 노린 투기, 가상화폐 등은 투자자끼리 서로의 돈을 빼앗는 것일 뿐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낳지 않습니다. 이는 도박에 가깝습니다. 누구의 지갑에서 나온 돈인가라고 물으면 이 둘을 구별할 수 있지요. ‘반드시 돈을 벌 수 있다’ ‘리스크 없이 월 10% 이익’ 같은 유혹을 접했을 때도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수긍할 만한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십중팔구 사기이거나 도박입니다.”
미국도 메인가와 월가의 불평등이 심각합니다. 노동 수익보다 자본 수익이 커지면 사람은 일할 동기를 잃고 분노가 커지죠.
“‘금융자본이 많은 사람일수록 유리하다’ 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자산 1억엔을 연 5% 이율로 운용하면 가만히 있어도 연 500만엔의 수익이 들어옵니다. 대부분 노동자의 연봉을 능가하는 금액이지요. 토마 피케티가 ‘r>g’라는 식으로 제시한 양극화 구조는 현실 그 자체입니다. 다만 이야기를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자산을 보유한 사람이 유리하다’라는 이야기와 ‘자산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부터 노력한다면 투자와 노동 중 어느 쪽에 힘을 쓰는 편이 더 큰 보답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노력의 대상으로서 자산과 노동을 비교하면, 나는 명백히 노동이 더 노력한 보상을 받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세계는 보수도 자금도 풍부한 프로가 매일 각축을 벌이는 투기장이라, 개인이 아무리 공부해도 평균적인 수익(연 3~5%)을 넘기 어렵고, 넘었다 해도 운의 요소가 큽니다. 반면 노동은 기술을 연마하고 경험을 쌓으며 관찰력을 키운다면 평균 임금 상승률을 능가할 수 있습니다. 노력의 성과로서 재현성이 높지요. 올해 익힌 기술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당신의 강점이 됩니다.”
머니게임에서 벗어나 내 노동 가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한 답은 없습니다. 나는 ‘관찰력’이 그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헨리 포드는 사람이 더 빠른 말, 가벼운 마차를 원할 때 ‘빠른이동’이라는 본질에 집중해 ‘말 없는 마차(자동차)’를 대량생산했습니다. 관찰하고 궁리하며,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진정한 노동 가치를 낳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소비자는 생활에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돈을 씁니다. 그러면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 돈이 돌겠지요. 버스 기사, 교사, 요양보호사 등의 인력 부족이 갈수록 극심합니다. 돌봄이나 의료, 보육, 농업, 물건 만들기 등 사회를 뒷받침하고 있는 사람의 노동이 평가받는 시대가 곧 올 거로 생각합니다.”
기업이 금융 상품이라는 형태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화폐경제'에 몰두한 결과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투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입니까.
“진정한 투자는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흐름에 돈을 참가시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투자’라고 하면 금융 상품을 사는 걸 떠올리지만, 이는 금융 상품 소비자가 된 것일 뿐 본래 의미의 투자가 아닙니다. 주식 거래 대부분은 투자자끼리의 전매이며 그 돈은 기업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 들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현장에서 쓰이는 것입니다.
새 상품을 만들고 새 서비스를 시작하고 지역을 뒷받침하는 사람에게 돈이 전달될 때 투자는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 특히 젊은 사람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애플을 시작했듯, 젊은 세대가 행동을 시작할 수 있는 장소야말로 미래를 낳습니다.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면 돈은 그저 머니게임이 될 뿐이지요.”
마지막으로 돈에 대한 불안에 지지 않고 잘 살아 가기 위한 팁을 부탁드립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불안을 엔진으로 굴러갑니다. 건강 불안엔 건강보조식품, 노후 불안엔 금융 상품, 교육 불안엔 교육 서비스로, 전부 돈을 써서 ‘해결’하는 구조죠. 타임라인의 추천 정보도 우리 행복이 아니라 플랫폼에 오래 머물다 뭔가를 사게 하는 데 최적화돼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자각하고 자유로워지기 위한 내 조언은 단순합니다. 첫째, 정보의 홍수로부터 거리를 두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확보하세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가족과 대화를 나누세요. 둘째, 자기에게 소중한 것, 인생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각인시키세요. 셋째, ‘그 소중한 것’을 소중한 사람과 공유하세요. 돈에 대한 불안은 고독하며, 우리를 괴롭히는 건 그 불안을 혼자 끌어안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불안을 나누기만 해도 세상은 훨씬 살 만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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