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엔 3m 변신 로봇, 옆엔 중국산 AI칩 수천장 묶은 ‘수퍼포드’

상하이/이벌찬 특파원 2026. 7. 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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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WAIC 가보니
이벌찬 특파원 르포
19일 중국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행사장 입구에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판매 중인 로봇 GD01이 전시돼 있다. 높이 약 3m, 무게 약 500㎏인 이 로봇은 사람이 탑승한 채 두 발로 걷다가, 몸을 접어 네 발로 이동할 수 있다. 모니터에는 GD01의 이동 장면이 나오고 있다./상하이=이벌찬 특파원

19일 오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박람회인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입구에는 높이 약 3m의 붉은색 거대 로봇이 관람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판매 중인 GD01으로 무게는 약 500㎏, 가격은 390만위안(약 8억원)이다. 사람이 탑승할 수 있고 두 발로 걷다가 몸을 접어 네 발로 이동할 수 있다. 이동 및 특수 위험 작업에 투입될 수 있는 변신 로봇인 셈이다. GD01에서 몇십 걸음 떨어진 화웨이 부스에는 길이 10여m의 ‘탈(脫)엔비디아 벽’이 늘어서 있었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 최첨단 칩 확보가 어려워진 중국이 자국산 AI 칩을 연결해 만든 AI컴퓨팅 시스템 ‘아틀라스 950 수퍼포드’다. 최대 8192개의 AI 칩을 하나의 컴퓨터처럼 작동시켜 개별 칩의 성능 한계를 대규모 연결 기술로 메운다는 구상이다. 딥시크의 최신 모델 V4 구동에도 최적화됐다. 전시장 한쪽에 AI의 ‘몸’을, 다른 쪽에 ‘두뇌’를 배치해 중국의 독자 AI 공급망을 압축해 보여준 것이다.

19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박람회인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중국 기업이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상하이=이벌찬 특파원

WAIC는 베이징의 ‘휴머노이드 하프마라톤’이나 16일 선전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대회’처럼 볼거리에 집중한 행사가 아니다. 반도체와 AI 모델부터 AI 로봇, 산업 적용 현장까지 중국의 AI 역량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쇼케이스에 가깝다. 2018년 시작된 WAIC에 올해 처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했다. 시진핑은 개막식에서 “AI는 한 국가의 독주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연주하는 교향곡이 돼야 한다”며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글로벌 AI 규칙과 기술 표준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일 폐막일까지 중국 AI 공급망을 관통하는 1100여 기업이 4500여 제품을 전시한다. 전시 면적은 처음 10만㎡를 넘었고, 350여 제품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행사장에는 바이두의 쿤룬칩과 알리바바의 핑터우거 등 중국 대기업이 개발한 AI 칩도 전시됐다. AI 모델 분야에서는 WAIC 개막일에 맞춰 공개된 문샷AI의 키미 K3가 전시장 곳곳에서 협업·지원 대상으로 거론됐다. 키미 K3는 2조800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웨이트(학습이 완료된 AI모델의 핵심 가중치를 공개해 누구나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는 방식) 모델로, 독립 평가기관 종합 성능 평가에서 세계 3위에 올랐다. AI 에이전트 분야에선 텐센트가 업무용 AI인 워크버디를 홍보했고, 알리바바의 AI 안경 ‘첸원 S1′은 미국 메타의 ‘레이밴 디스플레이’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중국 대표 이미지 인식·분석 기업 센스타임은 다국어 영상 제작을 처리하는 AI 영상 플랫폼 세코 3.0을 선보였다.

그래픽=김성규

휴머노이드 전시장에서는 이전과 달리 ‘묘기’보다 ‘노동’이 강조됐다. 미국 테슬라 옵티머스 3세대는 상반기로 예고했던 공개 시점을 넘겼지만, 중국 애지봇은 작업 순서를 스스로 판단 가능한 ‘뇌’를 탑재한 산업용 로봇 A3 울트라 등 신제품 4종을 선보였다.

다리를 없앤 채 작업대에 고정한 반쪽짜리 휴머노이드를 주력 제품으로 전시한 부스도 많았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아령을 들어 올리며 힘과 제어 능력을 과시했다. 중국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로봇 약국에서는 20개 로봇 기업에서 채용한 가지각색의 ‘휴머노이드 직원’들이 약을 찾아 포장하고 있었다. 중국이 자동차 부품 조립과 창고 정리, 매장 고객 응대 등 현장 업무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로봇을 선제적으로 출시해 휴머노이드 시장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계산이 읽혔다.

19일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박람회인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중국 기업이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상하이=이벌찬 특파원

다스로보틱스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 탑승형 사족보행 로봇(AI 로봇말)인 치지 X1도 선보였다. 최대 300㎏을 싣고 험지를 달리며 한 번 충전으로 40㎞를 시속 10㎞로 이동한다.

중국은 첨단 AI 칩과 최상위 AI 모델 등 핵심 기술에서는 미국에 뒤처졌지만 폭넓은 제조 공급망과 두터운 고급 인재층,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미국 중심의 AI 산업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빅테크 관계자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기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서 AI의 산업 전면 도입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2030년까지 AI 연관 산업 규모를 10조위안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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