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이게 사람 살 날씨야”… 여름 원기회복 음식으로 버텨보자

정래연 2026. 7. 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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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용정동 길성이백숙의 닭 백숙. 정래연 기자


폭우 지나니 폭염오고 다시 폭우다. 이번 여름에는 체감온도가 39도 이상 넘기도 하고 시간당 100㎜가 쏟아지는 날씨가 계속됐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몸은 쉽게 지치고 입맛은 뚝뚝 떨어진다. 여름을 나기 위한 원기회복 음식을 소개한다.

초·중·말복… 복날은 왜 세번일까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세 날을 삼복이라 부른다. 2026년 초복은 7월 15일, 중복은 25일, 말복은 8월 14일이다. 올해는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이나 벌어져 예년보다 늦더위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복날은 음력이 아닌 24절기를 기준으로 정한다. 낮이 가장 긴 ‘하지’가 지난 뒤 세 번째 경일(庚日)을 초복, 네 번째 경일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이라 한다.

복(伏)이라는 한자에는 ‘엎드리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강해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아직 힘을 펴지 못하고 엎드려 있다는 의미다. 즉 삼복은 한 해 중 가장 더운 시기를 표시해둔 셈이다.

더운 여름에 왜 뜨거운 음식을 먹나


이열치열(以熱治熱) 이다.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뜻으로 과거 조상들은 더운 날 뜨거운 음식을 먹고 땀을 내 몸의 체온과 균형을 맞춘다고 생각했다. 무더위에 떨어지는 체력을 영양가 높은 음식으로 보신하는 것이었다.

농경시대 백성들에게 농작물이 한창 자라는 농번기에 체력을 보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일반 백성들은 사냥이 힘든 사슴, 비싼 소, 돼지 대신 접하기 쉬웠던 개와 닭으로 몸보신했다. 초기 보양식 재료는 개가 대중적이었다.

지역에 따라 민물고기나 미꾸라지, 염소고기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몸을 보신했다. 비싼 재료보다는 그 계절에 나는 것을 활용해 부족한 영양을 채우는 것이 복날의 원래 모습에 더 가까웠다. 1910~1920년도 인삼재배가 대중화되면서 삼계탕을 즐겨먹었다.

서울 정동의 추오정 남원 추어탕. 정래연 기자

삼계탕 말고 이런 보양식은 어떨까


삼계탕이 질렸다면 우리 조상들이 먹어온 다른 여름 보양식 몇 가지를 추천한다.

추어탕은 여름동안 허해진 몸을 가을에 접어들며 회복하려고 먹었던 음식이다. 추어탕의 핵심재료인 미꾸라지는 예로부터 속을 따뜻하게 하고 기운을 북돋는 재료로 여겨졌다. 가을에 제 맛을 낸다 해 추어(秋魚)라 불렸다. 국가유산청은 “너무나 서민적인 음식이기에 조선시대 기록에서 추어탕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장어구이는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스태미나 음식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뱀과 닮은 겉모습 때문에 즐겨먹기 보다는 약으로 먹었다. 1893년 일본인이 쓴 <조선통어사정>에서 ‘한국인들은 뱀을 닮은 모습 때문에 잘 먹지 않아 일본인들이 잡는다’고 저술돼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장어를 ‘강한 양기의 효능이 있어 허해진 폐와 대장을 돋우는 좋은 식품’이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칼로리가 꽤 높은 편이라 가끔 든든하게 챙겨 먹는 음식으로 좋다.

콩국수는 차가운 콩물에 국수를 말아 먹는 여름 별미다.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해 소화가 편하고 몸의 열을 내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옛날에는 부유한 집안에서 참깨로 만든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었는데 이후 값싸고 구하기 쉬운 콩으로 대체했다고 전해진다.

삼계탕 한 그릇으로 복날을 나는 것도 좋지만 늦더위까지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올해에는 다른 음식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초복엔 삼계탕을, 중복엔 추어탕이나 장어구이로 입맛을 바꿔보고, 말복엔 시원한 콩국수나 초계탕으로 마무리하는 식으로 말이다. 세 번의 복날을 보양식으로 채우다 보면 어느새 가을이 다가왔을 것이다.

정래연 기자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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