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암묵지’ 데이터화 시급한데…제조AI 도입한 중기 0.1%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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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주물 특화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은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AX)의 성패가 데이터의 양보다 현장의 암묵지를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디지털화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제조 현장에서는 숙련공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기술 전수 자체가 끊기면서 AI 학습의 원천 데이터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한 제조 AI 솔루션 기업 관계자는 "숙련공들의 은퇴와 함께 수십 년간 축적된 제조 노하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암묵지를 AI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의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제조 AI는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화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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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제조 DNA, AX로 명맥 이어야
50대이상 숙련공 비중 36.8% 달해
고령화에 암묵지 AI전환 수요 급증
숙련공들 ‘밥그릇 뺏길라’ 반감에
정부 지원은 후속단계 몰려 괴리감
“공공-개발·민간-적용 역할 나눠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주물 특화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은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AX)의 성패가 데이터의 양보다 현장의 암묵지를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디지털화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제조 현장에서는 숙련공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기술 전수 자체가 끊기면서 AI 학습의 원천 데이터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1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제조 현장에서는 숙련공 고령화와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가 맞물리며 뿌리산업의 기술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2025년 뿌리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뿌리산업 종사자 74만 4543명 가운데 50대 이상 숙련공은 27만 3699명으로 전체의 36.8%를 차지했다. 반면 30대 미만은 7만 6486명(10.3%)으로 60대 이상(7만 6314명·10.2%)과 거의 같은 수준에 그쳤다. 은퇴를 앞둔 인력만큼도 새 인력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 인력 부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왔지만 오히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뿌리산업의 부족 인원 2만 2662명(2024년 기준) 중 기술·기능직이 1만 8562명으로 전체의 82%에 달한다. 제조업 상당수가 여전히 숙련 기술자에 의존하고 있지만 핵심 인력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한 제조 기업 대표는 “숙련공이 빠르게 줄면서 정년을 연장하거나 퇴직자를 다시 채용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버티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젊은 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 기술 전수는 엄두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술 단절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숙련공의 기술 노하우를 AI에 학습시키려는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올해 4월 공고한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사업’에는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143개 컨소시엄이 신청해 4.77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최종 30개 과제가 선정됐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한 기관은 총 598곳으로 이 가운데 연구기관 등을 제외한 중소기업만 438곳에 달해 기술 전수 단절을 마주한 제조 현장의 절박한 온도가 그대로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한 제조 AI 솔루션 기업 관계자는 “숙련공들의 은퇴와 함께 수십 년간 축적된 제조 노하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암묵지를 AI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의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제조 AI는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를 데이터화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조 현장의 AI 도입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실시한 ‘2024년 스마트제조혁신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조 AI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0.1%에 불과했다. 제조 데이터·AI 전담 조직이나 인력을 보유한 기업도 0.8%에 그쳤다. 제조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은 60.8%로 절반을 넘었지만 수집된 데이터가 AI 학습과 공정 개선에 활용된 것은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데이터 수집 이후에도 AI가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학습하고 고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온도나 압력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데이터보다 숙련공의 경험과 감각, 상황 판단이 공정 품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암묵지를 데이터로 구조화하기 위해서는 숙련공이 직접 학습에 참여해 AI를 고도화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숙련공들의 협조를 얻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유성규 경인주물공단협동조합 사무장은 “AI가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숙련공들이 직접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AI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장에서는 AI가 결국 자신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거부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제조 AI 도입 과정에서 현장 작업자들의 반대로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 지원 방식도 제조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 기업들은 암묵지와 공정 데이터를 구축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 지원은 AI 소프트웨어 구축이나 시스템 고도화 등 후속 단계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범열 한국R&D 대표는 “제조 AX의 출발점은 암묵지를 데이터화하는 작업인데 이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시스템 구축뿐 아니라 데이터 학습과 현장 전문가 참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보다 상용화 성과를 중시하는 사업 기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은종묵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술 개발도 전에 수요 기업과 실증 기관을 확보하라는 요구가 많다”며 “개발 초기부터 대기업이 참여를 확약하는 사례는 드물어 과제 신청을 포기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제조 AX 확산을 위한 해법으로는 공공 연구기관이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민간기업이 이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역할 분담이 제시된다. 장용환 부천주물 대표는 “국가 연구기관이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민간기업이 이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역할을 맡는 구조가 갖춰져야 제조 AX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정부도 기술 개발뿐 아니라 현장 적용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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