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숨진 은마아파트 화재, 무자격 인테리어 업자 입건…'전기배선 부실' 발화 가능성

나민서 2026. 7. 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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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0대 여학생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당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와 전기공사 작업자를 입건했다. 화재 자체는 '원인 미상'으로 결론 났지만, 경찰은 소방당국이 확인한 전기배선 부실공사와 무자격자의 불법 공사 정황 등을 토대로 이들의 화재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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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공사업법·소방시설공사업법 위반
전소로 물리적 증거 소실, 화재 '원인 미상'
무자격 작업자 배선 연장·KEC 등 미준수
공사계획서 전기공사 누락 정황도 드러나
지난 2월 24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대원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박시몬 기자

지난 2월 10대 여학생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당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와 전기공사 작업자를 입건했다. 화재 자체는 '원인 미상'으로 결론 났지만, 경찰은 소방당국이 확인한 전기배선 부실공사와 무자격자의 불법 공사 정황 등을 토대로 이들의 화재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상·전기공사업법·소방시설공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인테리어 업체 대표 등 2명과 전기공사 작업자 1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무자격 전기공사 여부 등 제기된 의혹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입건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재는 2월 24일 오전 6시 18분 은마아파트 8층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김모(17)양이 숨지고 어머니와 여동생이 부상을 입었다. 가족이 이사한 지 불과 닷새 만에 발생한 참변이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167쪽 분량의 강남소방서 화재조사 보고서에는 당시 부실 전기공사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방조사팀은 이 화재가 주방 천장 내부 등기구 연결 전기배선에서 발생한 접촉 불량이나 절연 열화 등 전기적 요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테리어 업체는 주방과 작은방을 합치면서 주방 조명 위치를 바꾸고 기존 전기 배선을 약 1m 연장했다. 이를 위해 두 전선 피복을 벗기고 구리선끼리 꼰 뒤 절연테이프로 감는 이른바 '쥐꼬리 접속'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은 이 같은 시공 방식이 한국전기설비규정(KEC)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접속부 기계적 강도가 약해지고 접촉 저항이 높아져 국부 발열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봤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강남소방서가 작성한 소방보고서에 첨부된 공사계획서. 관리사무소 제출 서류에 전기공사가 기재되지 않았고 전기팀장 승인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나민서 기자

무엇보다 이 같은 전선 작업을 맡은 현장 작업자가 전기 관련 자격증이 없는 '무자격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전기 연결용 압착 공구를 사용하지 않은 점을 두고 "지금까지 같은 방식으로 작업해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다. 공구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불안하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행정 절차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해당 인테리어 업체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배선 공사 신고도 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에 제출된 공사계획서에는 난방, 수도, 도배 등만 기재했을 뿐 전기공사 항목은 빠져 있었다. 업체 대표는 경찰에 "평소에는 기재하는데 이번에는 깜빡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방당국은 세대 내부가 대부분 전소되고 전기 접속부 등 핵심 증거가 소실돼 해당 배선을 확정적인 발화 원인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종 화재 원인은 '원인 미상'으로 결론 내렸다.

숨진 김양의 아버지 김모(59)씨는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당시 발화 추정 지점 조명은 켜지 않은 상태였다"며 "인테리어 부실 시공 등 화재 원인을 끝까지 밝혀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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