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AI인재 안키우면 대학이 실업자 공장될수도"
AI가 회계 5년차 업무
대기업 채용 줄어들듯
현재 방목 교육으로는
미래 살아남기 힘들어
온라인으로 이론 듣고
수업선 토론·프로젝트
'AI네이티브' 키워내야

"2차 세계대전을 마친 미국은 돌아온 참전 용사들을 대학에 보냈습니다. 중산층을 대거 탄생시키고 경제 성장을 빠르게 이룬 선택이었죠. 인공지능(AI) 시대에 이제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최근 서울 종로구 태재대에서 만난 염재호 총장은 20세기 미국의 GI빌(GI Bill·제대군인 지원법)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 AI·미래전략대학원을 전격 신설한 그가 던진 화두는 명확했다. 사회는 완전히 바뀌고 있는데, 대학은 여전히 대량생산 시대의 '부품' 같은 인재만 찍어내고 있다는 통렬한 반성이었다. 개교한 지 3년이 된 태재대가 이제 대학원이라는 더 큰 혁신의 시험대에 올라선 배경이다.
◆ 'AI 네이티브' 육성에 교부금 투자해야 할 골든타임
염 총장은 오늘날의 대학을 향해 "방목에 가깝다"며 뉴욕타임스(NYT)의 표현을 빌려 "실업자 공장으로 전락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과서를 외우고 중간·기말고사를 치러 학위 하나를 따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대기업이 사람을 안 뽑는 건 AI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미 회계 분야에서는 AI가 5년 차 직원의 업무를 해내고 있고 사무직과 중견 간부, 심지어 전문직마저 대체되는 상황에서 정답만 맞히는 지식은 쓸모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단순한 'AI 활용'을 넘어선 'AI 네이티브'의 육성이다. AI를 바탕으로 사회와 기업이 마주한 복잡한 문제를 적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염 총장은 "미국이 GI빌을 통해 780만명의 군인을 대학으로 보내 최고 호황기를 이끌었듯, 우리도 국가적 차원에서 교부금 등을 AI 재훈련과 교육에 과감히 투자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태재대 AI·미래전략대학원의 가장 큰 특징은 '강의'가 없다는 점이다. 이론 강의는 미리 녹화된 영상으로 각자 시청하고, 수업 시간에는 오직 토론과 프로젝트만 진행된다. 철저한 자기주도학습과 능동 학습(Active Learning)의 결합이다. 학위나 연구 중심이 아니라 실무를 할 수 있는 '진짜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 세상 바꿀 인재 키우는 게 목표
대학원은 'AI융합전략'과 '미래거버넌스전략' 두 축으로 운영된다. 융합은 금융, 문화예술 등 다양한 현업에 AI를 접목해 혁신을 이끄는 식이다. 실제로 태재대 학부 2학년 학생들이 박사과정생들이 즐비한 글로벌 디자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례를 들며 염 총장은 "정답이 아닌 질문하는 능력을 키운 결과"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글로벌 역량을 위해 옥스퍼드대, 스탠퍼드대, 워싱턴DC 등 전 세계 혁신 기관과의 단기 연수 프로그램도 설계했다. 미래거버넌스전략 전공도 주목할 부분이다. 염 총장은 우리 정치와 행정 생태계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가 비대해져 서울시는 50조원이 넘는 예산을 쓸 정도 아니냐"고 짚은 그는 "지자체장들이 과연 훈련받은 전문가인지, 아니면 줄을 잘 서 당선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염 총장은 철저한 엘리트 관료 선발 메커니즘을 가진 중국이나 철저한 시장 시스템을 따르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비대해진 행정 탓에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태재대 대학원을 통해 공화주의 개념과 미래 거버넌스 시스템 디자인 능력을 갖춘 선출직 리더를 키우겠다는 포부다. 일본의 정치·경영 지도자 산실인 '마쓰시타 정경숙'을 넘어선 체계적인 혁신 파일럿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염 총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태재대의 소명을 다시 한번 짚었다.
그는 "단순히 취업을 시키기 위한 대학이 아니다"며 "세상이 바뀔 때 이를 이끌 뛰어난 '1%'를 키워 사회에 증명해 보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인 만큼 바뀌는 사회에 도전할 인재들이 태재의 문을 두드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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