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당 원내대표, 해외 대리모 출산 밝힌 뒤 사임

곽주현 2026. 7. 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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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츠 총리 핵심 측근으로 꼽혀
정계 진출 이래 대리모 문제 반대 입장
총리 메시지 오염될라... 당내 '사퇴' 압박
옌스 슈판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베를린에서 열린 분파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여당 원내대표이자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측근 옌스 슈판(46)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에서 대리모 출산을 통해 아이를 얻은 사실이 밝혀졌는데, 그동안 소속 당의 입장과 같이 독일 내 대리 출산 허용에 반대해 왔던 인사라 비판이 쇄도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여당인 기독교민주연합(CDU) 소속 정치인 슈판은 18일(현지시간) 원내대표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슈판은 전 연방 보건부 장관 출신으로, 메르츠 총리의 핵심 동맹이자 독일 정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슈판은 서한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가 되는 것과 같은 나의 개인적인 행복이 내가 맡고 있는 공직과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논란은 슈판이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동성 배우자와의 사이에 대리모 출산을 통해 얻은 아이가 생겼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독일은 1990년 배아보호법에 따라 독일 내 대리모 출산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대리모 출산을 통해 얻은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독일 부부가 해외에서 대리모 출산을 선택하고 있다.

옌스 슈판(오른쪽) 당시 연방 보건부 장관과 그의 배우자 다니엘 푼케가 2021년 7월 베를린 벨뷰 대통령궁에 도착해 연방 대통령 부부가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문제는 슈판 본인과 CDU가 오래전부터 대리모 출산 문제에 앞장서 반대해왔다는 데 있다. 특히 슈판의 아이를 임신한 대리모가 임신 4개월 차였을 올해 2월, CDU는 당 대회에서 대리모 금지 조치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2015년 슈판은 "동성애자이자 기독교인으로서 나는 개인적으로 대리 출산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다"고 언급했고, 2020년 보건부 장관 시절에도 그는 대리모 금지 조치 완화를 거부했다.

며칠 사이 CDU를 비롯한 정계 전체에서 슈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다니엘 페터스 CDU 대표는 "슈판은 더 이상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며 "그가 당 고위직으로서 특정 방향으로 투표해 놓고 개인으로서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노슈 다멘 녹색당 의원은 "자녀 문제가 아니라 이중잣대와 그의 정치적 신뢰도에 대한 문제"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슈판의 '대리모 스캔들'이 메르츠 총리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메르츠 총리는 19일 공영방송 ZDF와의 여름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인데, CDU 고위직들은 슈판 문제가 메르츠 총리의 중요한 경제 메시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봤다. 영국 가디언은 "메르츠 총리 측이 인터뷰 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히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결국 슈판은 원내대표직에서 사임했고, 메르츠 총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옳은 결정이며 불가피한 일"이라며 "신뢰는 정치에서 가장 귀중한 자산"이라고 이를 평가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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