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주식은 되고 부동산은 안 된다는 정부

정라진 기자 2026. 7. 1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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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윤 명지대학교 경상·통계학부 경제학전공 교수

2026년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은 다이내믹했다. 슈퍼 메모리 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가 수출과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렸고, ‘코스피 5000’을 공언해온 정부의 부양 드라이브가 불을 붙였다. 지수는 목표를 훌쩍 넘겼다. 그러나 축제에는 난기류가 함께 왔다. 2000년 도입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12차례 발동됐던 서킷브레이커의 절반이 올해 상반기에 몰렸고, 하루 변동폭이 5%를 넘은 날이 거래일의 29%에 달했다. 코스닥보다 코스피의 변동성이 더 큰 시간이었다.

이 열기의 상당 부분은 빚 위에 서 있다. 5월 은행권 기타대출은 마이너스통장을 중심으로 6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었고,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두 달 새 3조5000억원 넘게 불었다. 당국도 주식시장 활황을 대출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증권사가 직접 빌려주는 돈도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와 주식담보대출, 미수거래는 차주의 소득보다 주식의 담보가치에 기대는 돈이다. 대표적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반년 새 45% 늘어 한때 38조원을 넘어섰다. 증권사들은 이를 뒷받침하려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조달까지 늘렸다. 문제는 이런 레버리지가 월별 가계대출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기 가계신용 통계에는 반영되지만, 정부가 매주 들여다보는 지표 밖에서 가장 위험한 빚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여기서 기이한 비대칭이 드러난다. 지난 십수 년간 주택담보대출을 조여 온 제1의 논리는 가계부채발 거시건전성 위험이었다. 그런데 같은 가계부채가 주식으로 향하자 잣대가 달라졌다. 주담대는 차주의 소득을 기준으로 한도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겹겹이 묶어두는 반면, 증권사 신용융자에는 차주의 상환능력을 묻는 규제 자체가 없다. 유일한 총량 제한은 증권사 자기자본의 1배라는 공급자 쪽 기준이다. 일부 증권사에서 개인 한도 최대 20억원까지 열렸던 신용융자는,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가 실제로 바닥나고서야 신규 대출이 멈췄다. 집을 사기 위한 빚은 안 되고, 주식을 사기 위한 빚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어느 쪽 빚이 더 위험한가. 두 빚은 갚는 방식부터 다르다. 주택담보대출은 수십 년에 걸쳐 매월 ‘소득’으로 나눠 갚는 빚이다. 만기가 30년을 넘는 것이 보통이고, DSR도 이 긴 상환 기간을 전제로 산정된다. 상환의 원천이 집값이 아니라 소득이기에 가격이 출렁여도 상환은 월급날마다 계속되고, 설령 가격이 내려도 그 집에는 거주라는 사용가치가 남는다. 반면 마이너스통장과 신용융자로 만든 주식 빚투는 소득으로 갚을 계획이 처음부터 없다. 수익률이 좋을 때 빌려 크게 먹고, 판 돈으로 빚을 지운다. ‘가격 상승’ 그 자체가 유일한 상환 계획인 것이다. 이런 빚은 가격이 꺾이는 순간 모두가 동시에 팔아야 하는 빚이 되고, 반대매매는 그 하락을 다시 증폭시킨다. DSR 규제의 본질이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빌리라는 원칙이라면, 정작 소득과 무관하게 설계된 빚은 그 원칙의 바깥에 놓여 있다.

자산시장을 향한 정부의 두 얼굴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이 정부에게 자산가격이란 무엇인가. 부동산 가격 상승은 근절해야 할 투기이고 주식 가격 상승은 자랑해야 할 성과라면, 정책은 위험의 크기가 아니라 정치적 선호에 따라 설계되고 있는 것이다. 가격은 정책의 목표가 아니라 시장의 신호다. 신호를 목표로 삼는 순간 신호는 망가지고, 그 비용은 빚을 낸 개인들의 계좌에 쌓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어느 자산은 되고 어느 자산은 안 된다는 선별이 아니라, 자산가격과 레버리지를 관통하는 일관된 원칙이다.

오지윤 명지대학교 경상·통계학부 경제학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