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마 이어 수마까지"…토사 덮친 산불 임시주택들
안동에 지난 17일부터 누적 강우량 211mm, 의성은 시간당 최대 46mm 폭우

(안동·의성=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산불 피해 보고, 물 피해까지 보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19일 오전 11시께 경북 안동시 일직면 산불이재민 임시주택단지.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폭우로 유실된 도로와 무너진 정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뒤로 토사에 뒤덮인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2025년 3월 경북산불 당시 큰 피해를 본 이재민들의 임시주택 10동이 설치된 곳이다.
당초 가지런히 정렬돼 있어야 할 임시주택들은 토사에 떠밀려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한 임시주택은 30m가량 떠밀려 주택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 있었다.
마을과 도로를 나누던 울타리도 무너졌다.
마을로 들어서자 토사에 발이 푹푹 빠져들었다.
임시주택 내부는 온통 진흙탕이었다.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은 장화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침수된 임시주택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고령의 주민들은 여기저기 나뒹구는 세간살이들을 건져 차로 나르기도 했다.

임시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산불 이재민 권영환(74)씨는 "어젯밤 자다가 잠결에 모터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나서 창문을 여니 물이 쏟아졌다"며 "물 때문에 문이 안 열려서 아내와 함께 창문으로 탈출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구조대가 뻘 때문에 다가오지를 못해서 나이 많은 어른들을 모시고 그나마 높은 집으로 대피해 주민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다"면서 "산불 피해 보고 물 피해 보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다.
권영환 씨의 아들 권모(40) 씨는 "산불 피해를 보고 살 집을 빨리 구해야 하니 넓은 공터가 있고 전기 설비 등도 바로 할 수 있는 곳으로 임시주택단지가 들어왔다"면서 "그때는 살 집이 먼저였지 지금처럼 물난리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임시주택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들도 피해가 컸다.
벽돌로 쌓은 담벼락이 무너지는가 하면 마당에 세워둔 차량이 침수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처음 보는 광경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일손이 모자라 여기저기 분주히 움직였다.
한 자원봉사자는 "비가 또 내린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정리를 해 놔야 하지 않겠냐"며 팔을 걷어붙였다.
마을에는 현재 포크레인과 크레인 등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폭우로 유실된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 진입도로도 복구작업이 한창이었지만, 복구 완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통행이 불가능해진 해당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일시 대피하기도 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에서 밤사이 폭우로 대피했다가 귀가한 인원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136가구 182명이다. 아직 185가구 238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에서 지내고 있다.
안동(남선)은 지난 17일부터 누적 강수량이 211mm에 달했다.
의성군에는 시간당 최대 46㎜가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이날 오후(12∼18시)까지 경북권을 중심으로 시간당 30∼50mm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보했다. 앞으로 30∼100㎜의 비가 더 내릴 전망이다.
ps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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