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9조 벌어들인 이란...봉쇄 풀리자 원유 '중국행 러시'
말레이시아 거쳐 중국으로
'그림자 선단'·해상 환적 총동원
이란 전쟁자금 숨통 터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지난달 중순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한 이후 약 한 달 동안 이란이 최대 60억달러(약 8조9400억원) 규모의 원유를 수출한 것으로 추산됐다. 상당량은 말레이시아 인근 해역에서 선박 간 환적을 거쳐 중국으로 향한 것으로 분석됐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대이란 압박 단체인 이란핵무장반대연합(UANI)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중순까지 이란이 약 7000만배럴의 원유를 해외에 수출한 것으로 추산했다. 금액으로는 50억~60억달러, 우리 돈 약 7조4500억~8조9400억원 규모다.
WSJ은 "미국이 해상 봉쇄를 해제한 지 약 열흘 뒤인 지난달 하순부터 원유를 실은 이란 유조선 약 20척이 말레이시아 동부 연안에 잇따라 도착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선박의 최종 목적지를 중국으로 보고 있다.
이들 유조선은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에서 약 70㎞ 떨어진 해역에서 다른 유조선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해상 환적(STS)을 거친 뒤 중국 산둥성 등의 민간 소규모 정유업체인 '티팟 정유소'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AP통신은 "해당 해역이 이란과 중국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데다 국가 간 관할권이 비교적 모호해 이란산 원유의 대표적인 환적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UANI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28일 이후 이 지역에서는 이란산 원유와 관련한 선박 간 환적이 모두 42차례 이뤄졌다.
수출 규모도 급증했다. 이란은 지난달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5270만배럴을 수출했다. 하루 평균 수출량은 약 175만8000배럴로, 해상 봉쇄가 유지됐던 5월의 하루 평균 6만5000배럴보다 27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수출액은 약 45억1000만달러로 예상된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적극 활용해왔다. 이들 선박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선박 이름과 소유주 정보를 바꾸는 방식으로 원유의 출처를 숨긴다. 말레이시아 해양당국도 "환적이 대부분 자국 영해 밖이나 레이더 감시가 어려운 해역에서 이뤄져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약 90%를 수입하고 있으며, 미국 제재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된 민간 소규모 정유업체인 '티팟 정유소'가 주요 수입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은 "이번 원유 수출이 전쟁과 제재로 재정난을 겪던 이란에 상당한 완충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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