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오픈모델 사이버역량, 美 프론티어AI와 ‘4개월 차’ 추격
프론티어급 ‘키미 K3’도 등장… AI패권다툼 격화

중국계 오픈소스 인공지능(AI) 모델의 사이버 역량이 미국 최첨단 폐쇄형 모델을 4~7개월 차이까지 따라잡았다는 영국 정부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6~10개월이던 격차가 더욱 좁혀진 것이다. 지난해 '딥시크 쇼크'를 연상시키는 '키미(Kimi) K3'까지 등장하면서 미·중 AI 패권다툼이 한층 격화하는 양상이다.
영국 정부 산하 AI보안연구소(옛 AI안전연구소·AISI)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픈웨이트 AI 모델과 폐쇄형 최상위 AI 모델 간 사이버 역량 격차를 처음으로 공개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취약점 탐색·공격, 리버스 엔지니어링, 웹 침투, 암호학 등 역량을 난이도별 총 70개 과제로 측정하고, 모의 기업망에서 다단계 공격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율 수행하는 능력도 살폈다.
그 결과, 중국 즈푸AI(Z.ai)가 지난달 공개한 'GLM-5.2'는 4개월 앞서 출시된 앤스로픽 '클로드 오퍼스 4.6', 오픈AI 'GPT-5.3 코덱스'와 모든 난이도에서 대등한 성적을 냈다.
딥시크 'V4-프로' 또한 출시 5개월 차이인 '클로드 오퍼스 4.5'급이었다. 인간 전문가도 약 20시간 걸리는 32단계 모의침투 시나리오에선 GLM-5.2가 7개월 전 모델인 오퍼스 4.5 수준에 도달했다.
나아가 중국 문샷AI는 파라미터 2조8000억개로 역대 최대 오픈모델인 키미 K3를 지난 17일 내놓으며 추격에 가세했다. 아티피셜애널리시스에 따르면 19일 기준 키미 K3의 인텔리전스 지수는 57점으로, 앤트로픽 '페이블 5'(60점)와 오픈AI 'GPT-5.6 솔'(59점)에 이은 3위다.

문샷AI가 지난 5월 유치한 투자금은 20억달러로 앤트로픽(650억달러)의 30분의 1도 안 되는데, 수출통제로 연산자원이 부족했던 중국기업들이 효율 중심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주 매도세를 키워 같은 날 나스닥이 1.4% 하락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번 발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 세계AI대회(WAIC)에서 AI 국제협력을 강조한 시점과 맞물리기도 했다. 중국 개발사가 미국 프런티어 모델의 산출물을 학습에 활용하는 '증류' 기법으로 성장했다는 의혹이 재점화했지만, 그레이엄 웹스터 스탠퍼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증류 때문만이 아니다. 진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간 AI 기술격차는 점차 좁혀지는 추세다. 올해 3월 스탠퍼드 'AI 인덱스 2026'에서 양국 최상위 모델의 성능 격차는 2.7%로 분석됐다. 2023년 말 주요 벤치마크에서 최대 31.6%포인트 차이였던 것과 대비된다.
미국 민간 AI투자(2859억달러)가 중국(124억달러)의 23배에 달함에도 그렇다. 현재 미국은 첨단 AI 칩에 대해 대중 수출통제를 하면서 동맹국에 풀스택 AI 수출을 꾀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희토류 카드로 맞서며 자국 중심 개방형 생태계를 내세우는 형국이다.
한편 올해 '미토스 쇼크' 이후로 AI 모델의 사이버보안 관련 역량이 민감하게 다뤄지는 가운데, 영국 AISI는 이런 오픈웨이트 모델에 대해 그 성능보다 배포 방식에 따른 문제를 제기했다.
폐쇄형 AI 개발사가 쓰는 이용자 모니터링·차단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없고, 유해 요청을 거절하도록 하는 훈련도 가중치에 접근하면 쉽게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AISI는 딥시크 모델이 일부 과제 수행을 거부했지만 단순 재시도만으로 우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 비용 또한 핵심이다. 1억 토큰 규모 사이버공격 시뮬레이션을 1회 수행하는 데 오퍼스 계열은 약 85달러가 들지만 GLM-5.2는 46달러, 딥시크 V4-프로는 1.19달러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현재 프런티어 AI급 사이버 역량이 불과 몇 달 뒤 안전장치 없이 저비용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모의환경에 실전 같은 능동방어체계가 없고 오픈모델을 별도로 최적화하지도 않아 실제 역량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AISI는 단서를 달았다.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가 기업들에 기본 보안체계 투자와 AI기반 방어 도입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AISI는 키미 K3의 가중치가 이달 말 공개되는 대로 동일 기준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AISI는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현재 프런티어 모델이 보유한 사이버 역량이 동일한 안전장치 없이 접근 가능한 형태로 확산되기 전에 사이버방어 담당자들에게 주어진 준비 기간이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어떤 접근법도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여러 전략을 함께 적용하면 위험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팽동현 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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