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의 글로벌AI] “의사용 챗GPT, 기업가치 30조원”… 의료 AI 생태계 형성

이규화 2026. 7. 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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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오픈에비던스, 200억달러 가치로 2억달러 제안 받아
최신 의학 논문과 임상 연구 결과를 빠르게 검색해 제시
수익성 업계 최고 수준, 매출 총이익률 약 90%에 달해
오픈AI도 '의사를 위한 챗GPT' 출시하며 의료시장 공략
이규화 대기자


의료진을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개발한 미국 스타트업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가 기업가치 약 200억달러(약 30조원)를 인정받는 신규 투자 유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용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의료처럼 전문성이 높은 분야에서는 오히려 특화 AI 기업의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픈에비던스가 최근 투자자들로부터 200억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조건으로 약 2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제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창업자와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등을 이유로 실제 투자 유치는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최근 대형 기술기업과 인수 협상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에비던스는 의사들이 최신 의학논문과 임상 연구 결과를 빠르게 검색하고 진료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돕는 AI 챗봇을 개발한 기업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챗GPT와 달리 의료 전문가만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으며, 의학 저널과 학술자료를 기반으로 답변을 생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논문 출처를 함께 제시해 의료진이 직접 근거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회사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현재 연환산 매출은 약 3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월평균 약 2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의미로, 불과 7개월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당시만 해도 기업가치는 약 12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짧은 기간 동안 매출이 급증하면서 기업가치도 다시 200억달러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특히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픈에비던스는 의사들에게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 대신 제약회사가 챗봇 내 광고를 집행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는 구글 검색 광고와 유사한 구조다.

최근에는 광고 단가를 고정가격에서 실시간 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광고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체 광고 재고의 5%도 판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광고 확대만으로도 연매출이 수십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생성형 AI. 연합뉴스


수익성 역시 AI 업계 최고 수준이다. 회사의 매출총이익률은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버 운영비와 AI 모델 사용료, 의학 저널 콘텐츠 라이선스 비용 등을 제외하고도 대부분의 매출이 이익으로 남는 구조다. 현재는 자체 의료 AI 모델 개발과 의료기록 작성 기능 고도화 등에 적극 투자하면서 현금흐름 기준 손익분기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캐피털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세쿼이아캐피털, GV(구글 벤처스), 클라이너퍼킨스, DST글로벌, 스라이브캐피털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약 7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창업자인 다니엘 내들러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AI 금융기업 켄쇼(Kensho)를 S&P글로벌에 수억달러 규모로 매각한 경험을 가진 연쇄 창업가다.

오픈에비던스의 성장은 범용 AI 기업들의 의료시장 진출과도 맞물려 있다. 오픈AI 역시 올해 의료 전문가를 위한 모델 '의사를 위한 챗GPT'를 출시하며 의료 AI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오픈에비던스는 일반 대화형 AI가 아니라 의사들의 실제 진료 환경에 맞춰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생성형 AI 산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AI 산업은 거대언어모델(LLM)을 누가 더 크게 만들 것인가를 중심으로 경쟁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법률·금융·반도체 설계 등 전문 산업별 AI(Application AI)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의료 분야는 일반 AI보다 높은 정확도와 신뢰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특정 산업의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깊이 이해한 특화 AI가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쉽다. 반대로 범용 AI가 모든 산업을 일률적으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AI 산업의 수익 모델 변화다. 지금까지 많은 생성형 AI 기업들은 막대한 서버 투자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비용으로 인해 매출은 늘지만 적자도 커지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오픈에비던스는 광고 기반 플랫폼 모델을 접목하면서 90%에 달하는 높은 수익성을 확보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의료 AI가 의사를 대체하기보다 '의사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AI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진은 방대한 최신 논문과 치료 지침을 실시간으로 검토할 수 있고, AI는 근거를 제시하며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의료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AI의 정확성 검증, 책임 소재, 개인정보 보호, 규제 체계 마련이 산업 성장의 핵심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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