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28조 증발’에도 개미는 떠나지 않았다…“실탄 고갈 아닌 배치” [투자360]
지난달 22일 신고점 이후 35조8000억원 순매수
코스피 7000~8500선 매수 집중은 부담
![[chatGPT로 제작]](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7/19/ned/20260719083211824nnly.png)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투자자예탁금이 한 달여 만에 28조원 넘게 줄었다. 그러나 이를 개인투자자의 증시 이탈이나 수급 붕괴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탁금 감소액보다 개인의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순매수액이 더 컸다. 신용거래 자금을 제외한 실제 현금도 증권계좌로 순유입된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위험요인은 남아 있다. 신용융자잔고가 사상 최대 수준이다. 개인 매수도 코스피 7000~8500선에 집중됐다. 지수가 반등하면 개인 매물이 나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6월 4일 139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7월 14일 111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감소액은 28조4000억원이다. 감소율은 20.3%다.
그러나 예탁금 감소가 곧 자금 이탈을 뜻하지는 않는다. 개인이 주식을 사면 매수대금만큼 예탁금이 줄기 때문이다. 예탁금은 주가가 오를 때 늘고 하락할 때 줄어드는 경향도 강하다. 증시 흐름과 함께 움직이는 지표라는 의미다.
실제 개인투자자는 코스피가 6월 22일 종가 기준 신고점을 기록한 뒤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개별 종목을 27조원 순매수했다. 국내 주식형 ETF도 8조8000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고객예탁금은 21조원 감소했다. 주식과 ETF 순매수액은 모두 35조8000억원이다. 예탁금 감소액보다 14조8000억원 많다.
현대차증권은 이를 개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주식 매수에 쓰인 결과로 해석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고객예탁금 감소는 6월 말부터 이어진 하락장에서 적극적으로 매수하면서 투자자금이 소진된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예탁금 감소를 개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과 개인 수급 악화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성급하다”며 고객예탁금 하락은 결과일 뿐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영증권도 같은 결론을 내놨다. 신영증권이 매매대금 결제 시차와 신용융자·미수금 증감을 반영해 개인의 실제 증시 현금 유입액을 추산한 결과, 지난해 11월 이후 증권계좌로 들어온 개인의 실제 현금은 약 112조원이다. 같은 기간 예탁금 잔고 증가액은 33조4000억원이었다. 실제 유입액이 잔고 증가액의 3배를 웃돌았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예탁금 잔고만 보면 실제 유입 규모를 3분의 1 수준으로 과소평가하게 된다”며 “최근 예탁금 감소는 실탄의 고갈보다 실탄의 배치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두 수치의 차액인 약 79조원은 계좌 밖으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증권계좌로 들어온 직후 주식 매수에 쓰여 예탁금 잔고에 남지 않은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과거 코스피 급락 사례에서도 기계적인 매도의 실익은 크지 않았다. 신영증권이 2000년 이후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하락한 48차례를 분석한 결과, 급락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익률이 양전한 비율이 더 높았다. 급락 후 1주일 평균 수익률은 3.6%,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3.2%였다.
하루 8% 이상 하락한 11차례만 뽑아보면 3개월 평균 수익률은 21.4%로 높아진다. 반면 급락 후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사례는 48차례 중 13건이다. 이 가운데 11건이 2000~2002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기에 발생했다. 나머지도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금융시스템 위기의 시작점에 해당했다.
신영증권은 현재 조정을 시스템 위기나 버블 붕괴의 시작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급락장에서 공포에 따른 과도한 매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고점 이후에도 5% 넘게 상향됐고, 주가 하락으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배 중반까지 낮아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기업 이익 전망은 나빠지지 않았는데 주가만 크게 내렸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급락 국면에서의 매도는 통계적으로 실익이 크지 않았다”며 “급락의 원인이 시스템 리스크가 아닌 한 하락 구간에서의 기계적 매도는 이후 반등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개인 수급 가운데 빚을 낸 투자자금은 취약한 고리로 꼽힌다. 신용융자잔고는 6월 24일 38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3월 6조6000억원의 5.8배다. 2021년 고점인 24조9000억원보다도 55% 많다.
다만 신용융자잔고의 절대 규모만으로 시스템 위험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증시 시가총액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비중은 과거보다 낮아졌다. 신용이 중소형 테마주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에 집중된 점도 과거와 다르다. 이들 종목은 거래량이 많고 실적 기반도 상대적으로 탄탄하다.
향후에는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보다 반등 시 매도 압력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코스피 7000~8500선 사이에서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투자 여력 감소보다는 향후 반등 시 매도 출회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개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 상승 시 매도하고 하락 시 매수하는 패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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