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지구 궤도 띄운다는 ‘우주 거울’ 두고 시끌시끌…왜?

이정호 기자 2026. 7. 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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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통신위, 리플렉트 오비탈 계획 승인
지구 궤도에 ‘대형 거울 위성’ 띄워 햇빛 반사
밤 드리운 어두운 지상에 태양광으로 조명
전기생산·농업 활용…2035년 5만기 목표
과학계 반발…미 천문학회 “망원경 망칠 것”
조종사·운전자 시야 방해 가능성도 대두돼
미국 기업 리플렉트 오비탈이 올해 말 띄울 ‘우주 거울’ 위성 상상도. 리플렉트 오비탈 제공

푸른 바다와 흰 구름이 내려다보이는 지구 궤도에 인공위성이 두둥실 떠 있다. 그런데 이 위성, 한눈에 보기에도 이상하다. 동체에 큼지막한 사각형 거울이 달렸다. 거울에는 지구 모습이 선명하게 비친다.

인류는 위성을 주로 통신 연결이나 지상 관측에 사용해 왔다. 반짝이는 거울을 위성에 매단 것 자체가 매우 특이하다. 이 ‘이상한’ 위성의 용도는 태양에서 날아드는 햇빛을 반사해 지상을 밝히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낮을 만들어 밤의 어둠을 밀어내는 도구다.

그런데 공상과학(SF) 영화의 소재처럼 보이는 이 위성의 발사가 올해 말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낮과 밤의 교차’에 인간이 개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지구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가로·세로 18m 반사판 장착

미국 정부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우주에서 지상으로 햇빛을 반사하는 위성을 제작·발사하겠다는 자국 기업 ‘리플렉트 오비탈’의 신청을 승인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시험용 위성 한 기를 띄울 수 있도록 허가 도장을 찍어 준 것이다. 발사 예정일은 올해 말이다.

리플렉트 오비탈이 쏘려는 위성 이름은 ‘에아렌딜-1’이다. 고도 수백㎞를 뜻하는 지구 저궤도에서 운영될 예정이다. 리플렉트 오비탈은 FCC 승인 직후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이번 시도의 중요성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에아렌딜-1 본체 덩치는 가정용 대형 냉장고만 하다. 지구 저궤도에 올라가면 본체에 돌돌 말려 있던 반짝거리는 얇은 금속성 막, 즉 ‘우주 거울’이 활짝 펼쳐진다. 우주 거울의 가로와 세로 길이는 각각 18m다. 농구장 면적(가로 28m·세로 15m)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크다.

이 거대한 우주 거울은 지상 특정 지역을 향해 햇빛을 반사한다. 햇빛을 맞을 ‘과녁’은 밤의 어둠이 깔린 곳이다. 과녁에 머물거나 거주하는 고객은 밤하늘에서 햇빛이 내리꽂히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리플렉트 오비탈은 이번에 허가를 받은 위성을 포함해 올해 안에 위성을 총 2기 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지구 위 지름 5㎞ 지역을 하루 약 5분 동안 보름달 밝기로 비출 수 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린 지상 태양광 발전소에 ‘우주 거울’ 위성으로 햇빛을 쏘는 상상도. 밤 시간대에도 지속적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리플렉트 오비탈 제공
5만기 올리면 ‘대낮’ 밝기 구현

하지만 리플렉트 오비탈의 목표는 보름달 정도의 조명을 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햇빛을 반사할 위성을 짧은 시간에 크게 늘려 더 강한 빛을 지상으로 보낼 방침이다.

2028년에는 위성을 1000기 이상으로 늘리고, 궁극적으로 2035년 5만여기를 달성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이 머무는 지름 5㎞ 지역을 24시간 내내 100㏓(럭스)로 비출 수 있다. 거실이나 레스토랑에서 켜는 아늑한 실내조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물의 존재나 움직임을 식별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햇빛을 비추는 시간을 약 3시간으로 축소하면 밝기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깜깜한 밤을 옅은 구름이 낀 대낮 수준(최대 3만6000㏓)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이 정도 밝기의 햇빛이 내리꽂히는 곳에서는 그야말로 밤이 자취를 감춘다.

이 기술은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우선 밤에도 태양광 발전소를 돌리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기술로는 밤에 태양광 발전을 전혀 할 수 없지만, 위성으로 햇빛을 반사하면 가능한 일이 된다.

대형 재난이 발생한 곳에서 밤에도 구조 작업을 이어가는 데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골든타임이 임박한 현장에서 반사된 햇빛에 의존해 쉬지 않고 실종자를 수색할 수 있다. 작물의 성장주기를 조절하는 데 쓰는 것도 가능하다. 일조량을 늘려 농업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

망원경 망가뜨리고 안구 손상 우려

언뜻 보면 마냥 장점만 있어 보이지만, 과학계 생각은 다르다. 미국천문학회(AAS)는 지난 13일 공식 입장을 내고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AAS는 “지상을 향해 햇빛을 반사하겠다는 계획은 어두운 밤하늘에 의존하는 연구자 집단에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밤하늘에서 뜬금없이 밝은 빛이 쏟아지면 망원경 내부 장비를 망가뜨리거나 관측자의 안구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행기 조종사나 자동차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AAS는 미국의 대표적인 연구 단체이며,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과학자 조직이다. 이번 입장 발표에는 적지 않은 무게감이 실려 있다는 얘기다. 향후 리플렉트 오비탈의 위성 발사 계획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리플렉트 오비탈의 기본 입장은 자신들의 위성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반사한 햇빛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빠르게 차단할 수 있으며, 천체 관측 장비가 존재하는 곳에는 우주 거울 각도를 조절해 빛이 내려가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반사된 빛은 눈에 해를 끼칠 만큼 밝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낮과 밤의 교차라는 자연의 섭리를 인위적으로 바꾼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행성 동물이 야외에서 돌아다니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인간의 수면 패턴에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들 수 있다. 우주 거울 기술이 상용화 단계 직전에 진입한 상황에서 지구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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