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의 아킬레스건 치주질환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2026. 7. 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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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태의 동물병원 밖 수다] 보호자의 무관심과 반려동물의 거부로 방치되기 일쑤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전신마취를 통한 정확한 구강검진은 반려동물의 치주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GETTYIMAGES
반려동물 건강에서 가장 간과되는 부분이 어디일까. 바로 구강이다. 반려동물은 불편한 신체 부위를 보호자에게 표현할 수 없기에 평소 보호자가 반려견의 몸 구석구석을 확인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구강은 유독 보호자가 무관심하거나 반려동물이 거부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3세 이상 반려동물 60~80%에서 치주질환이 발견된다고 한다. 치주질환을 방치하면 통증이 생길 뿐 아니라, 뿌리를 타고 염증이 진행돼 피부 농양을 끊임없이 일으키기도 하며, 심지어 턱뼈를 녹여 골절을 유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치석과 치태가 쌓여 잇몸 아래 조직에 장시간 노출되면 세균과 독소가 인접한 잇몸을 통해 혈류로 유입된다. 체내에선 이를 방어하고자 면역계가 활성화돼 면역 복합체가 형성되지만 이것이 혈관 내벽에 붙어 여러 장기에 염증을 유발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치주질환 면적이 1㎝2 증가할 때마다 강아지 심장병의 주원인인 판막 질환 발생률이 1.4배, 신장 이상이 1.4배, 간 이상 소견은 1.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심한 치주염을 앓던 강아지가 치료받은 뒤 활력과 식욕, 심지어 모질이 몰라보게 달라진 사례가 흔하다. 한국은 생활환경 탓에 소형견이 많은데, 6.5㎏ 이하 소형견은 대형견과 비교해 치주질환에 걸릴 확률이 5배나 높다. 그렇기에 소형견 보호자라면 더더욱 구강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구강 관리의 첫 단계는 바로 현 구강 상태 평가하기다. 여기에서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바로 전신마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구강검진을 정확히 하려면 치아 바깥쪽과 안쪽을 꼼꼼히 살피면서 치아에 붙어 있는 잇몸 부착점의 깊이를 측정해야 한다. 또한 구강 방사선 검사를 통해 매복치, 치수염, 기형 치아 유무 등을 판단해야 하는데 의식이 있는 상태에선 이런 검사들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수의사는 전신마취 후 스케일링과 함께 제대로 된 구강검진을 권한다. 그러나 보호자는 마취 사고를 우려해 선뜻 결정하지 못한다.

마취 무서워도 구강검진 꼭 받아야

일부는 구강 관리를 위해 무마취 스케일링을 하기도 한다. 마취 없이 짧은 시간에 스케일링을 마치니 매력적인 선택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는 치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무마취 스케일링이 동물 복지 측면에서 우려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치아 바깥쪽 치석만 없애는 것만으로는 반려동물의 구강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잇몸 아래와 치아 안쪽의 치태·치석을 제거하고 앞에서 언급한 구강검진을 실시하려면 전신마취가 필수다. 무마취 스케일링을 하면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구강이 건강하다고 착각하게 된다. 오히려 적절한 치료 시점을 놓쳐 구강 건강이 악화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개의 마취 후 48시간 이내 사망률은 0.05%이며, 건강하지 않은 개체를 포함해도 마취 관련 사망률은 0.17%다. 마취 전 철저한 사전 검사를 통해 반려견의 장기 기능을 평가하고, 안전한 마취 약물을 사용하며, 마취 중 활력 징후를 모니터링해 상황에 맞게 대처한다면 전신마취의 위험성은 보호자의 걱정보다 훨씬 낮다. 마취는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으며, 오히려 철저한 구강검진으로 반려동물이 얻는 가치가 더 크다.

매일 하는 양치질이 최고 치료

반려동물 치아를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매일 양치질을 하는 것이다.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은 충치 발병률이 낮기에 하루 한 번만 양치질을 해도 충분하다. 식후 양치질을 한 뒤 아무것도 안 먹이는 게 좋아 보이지만, 양치질을 거부하는 반려동물에겐 양치 후 보상 간식을 주는 것을 장려하기도 한다. 양치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치질을 처음 시작한다면 보호자 손가락에 치약을 묻혀 잇몸을 문질러주는 것으로 시작해 핑거브러시, 칫솔 순으로 한두 달에 걸쳐 차츰 익숙해지도록 만들기를 권한다. 치약은 자일리톨이나 불소 성분이 없는 반려동물 전용품을 써야 한다. 사람용 치약과의 또 다른 차이는 맛이다. 사실 반려동물용 치약의 가장 큰 목적은 충분한 시간 동안 양치질에 협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닭고기 맛, 연어 맛, 단맛을 내는 성분이 포함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양치질이 어렵다면 덴탈 껌을 사용하자. 매일 주는 덴탈 껌은 이틀에 한 번 양치질을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치태와 치석을 감소시킨다. 단, 너무 딱딱한 제품은 치아를 부러뜨리기도 하니 수의사의 추천을 받는 것이 방법이다. 이외에 티슈 형태, 물에 섞어 급여하는 형태, 바르기만 하는 치약 등 다양한 구강 관리 제품이 있지만, 무엇보다 양치질을 우선시해야 한다.

요즘엔 치과 면허를 가진 수의사도 늘어나 전문적인 치과 진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들의 치료가 앞으로의 관리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반려동물 구강 상태에 대한 수의사의 의견을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거나 검진한 지 1년 이상 됐다면 이번 기회에 동물병원을 방문해보자. 꼭 마취를 하지 않더라도 치석의 양과 잇몸 경계의 변화, 종괴 유무 등을 파악해 적절한 치료 시점이나 홈케어 방법을 제안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의 빛나는 미소는 보호자의 관심과 노력에 달려 있다.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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