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풀에 회전문… 돌고 도는 연기금·공제회 CIO

배동주 기자 2026. 7.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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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현 사학연금行… 전범식은 수협으로
국민연금 후보군도 전직 CIO들이 채워
높은 문턱에 임기는 불과 2년… 공석도 길어져
“장기 투자 맞춰 CIO 임기 늘려야” 지적
/Nano Banana

이 기사는 2026년 7월 16일 16시 1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자본시장 ‘큰손’ 연기금과 공제회의 신임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선이 기관 간 인사 교류로 변했다. 자산운용 부서장 이상 경력을 요구하는 높은 문턱에 더해 2년짜리 짧은 임기가 겹치면서 소수 인력이 기관을 옮겨 다니는 구조가 굳어진 탓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신임 자금운용관리단장(CIO)에 백주현 전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을 내정했다. 전범식 전 사학연금 CIO가 2년 임기에다 추가로 1년 더 근무하면서 3년을 소화한 뒤 물러난 자리로, 전 CIO는 수협중앙회로 이동했다.

국민연금 차기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 후보에도 전직 연기금·공제회 CIO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김호진 전 수협중앙회 자금운용본부장(CIO), 이규홍 전 사학연금 CIO, 이도윤 전 노란우산공제 자산운용본부장(CIO) 등이 후보군에 포함됐다.

그나마 노란우산공제는 노철규 전 한화자산운용 전무를, 경찰공제회는 강승오 전 신한투자증권 본부장을 각각 신임 CIO로 선임했다. 공제회 일부에서 민간 수혈이 나타난 셈이지만, 후보군 상당수는 여전히 연기금·공제회 전임 CIO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기금·공제회 CIO들의 기관 간 자리 이동의 배경엔 비교적 높은 자격 요건이 자리한다. 연기금·공제회는 CIO 지원 자격 요건으로 금융기관 등에서 자산운용 부서장 이상으로 재직한 경력과 자산 관리·투자 분야 10년 이상 종사 경험을 요구한다.

여기에 임기마저 짧아 공석을 타 기관 CIO 출신이 채우는 구조가 고착됐다. 실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노란우산공제, 경찰공제회 CIO 임기는 기본 2년에 성과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2~3년마다 자리가 나는 구조다.

후보군이 적다 보니 자리가 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경찰공제회는 2023년 10월 전임 CIO 퇴임 이후 2년 8개월간 공석이었다.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는 이훈 CIO 임기가 지난해 끝났지만 후임을 정하지 못했다. 이 CIO가 여전히 직무를 수행 중이다.

기관 간 CIO 자리 이동이 연기금과 공제회의 투자 쏠림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2년 임기를 마치면 다시 옆 기관 문을 두드려야 하는 구조에서 다른 선택을 할 유인이 크지 않아서다. 홀로 다른 판단을 했다가 틀리면 좁은 시장에서 다음 자리가 없다.

2018년을 전후해 국내 연기금·공제회가 해외 오피스에 일제히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떠안은 게 대표적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국민연금과 경찰공제회처럼 규모와 성격이 확연히 다른 두 기관의 자산 운용 구조가 거의 같다”고 말했다.

연기금·공제회 기금 운용의 기본 철학인 ‘장기 투자’에 맞춰 CIO 임기를 늘리는 방안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미국 주요 공적연금의 CIO 평균 재임 기간은 6년 이상으로, 장기 철학이 일관성과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를 보장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 직전 CIO인 크리스토퍼 에일먼은 200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24년간 재임했다. 호주 최대 연기금인 오스트레일리안슈퍼의 마크 딜레이니 전 CIO 역시 2006년부터 지난 6월까지 20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국내 한 공제회 전임 CIO는 “임기가 짧다 보니 새로운 투자 방식을 밀어붙일 동력이 약해지고 단기 성과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면서 “공공기관 특성상 의사 결정에 시간이 걸려 임기 막바지에야 투자 승인이 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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