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들의 눈물겨운 여정…백승기 유니버스의 현재와 미래 ('롱테이크 원테이크 미스테이크')

[TV리포트=강해인 기자] '부천의 총아' 백승기 감독이 여섯 번째 장편 영화로 돌아왔다.
지난 12일,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독특한 장르 영화들이 관객과 만났고, 그중 일부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와의 시간을 정리하며, 인상적이었던 작품에 관한 기록을 남겨둔다.
백승기 감독만큼 부천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영화인이 있을까. 백승기 감독은 초저예산 영화 '숫호구'를 시작으로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오늘도 평화로운', '인천스텔라', '잔고: 분노의 적자'까지 모든 연출작을 부천에서 선보이며 '부천의 총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B급을 넘어 C급 코미디를 추구하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그는 빈틈이 많아 보이는 미장센을 영화를 향한 애정과 열정으로 채우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 공개된 '롱테이크 원테이크 미스테이크'는 백승기 감독의 영화세계가 어디쯤 왔고, 또 어떤 방향을 고만하고 있는지 볼 수 있던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천 번의 오디션에서 떨어진 뒤 배우의 길을 포기하려는 남자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우연히 영화제 출품 마감 전단지를 발견하고, 과거 영광을 함께했던 감독을 만나 한 번 더 영화를 제작하려 한다. 적은 예산과 시간의 압박 속에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이 지점에서 유쾌한 웃음이 형성된다.

'롱테이크 원테이크 미스테이크'엔 어떻게든 영화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인물들이 중심에 있다. 이들이 무당 사채업자 등 뜬금없지만 개성 강한 인물들, 영화를 포기했던 옛 동료들과 만나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짠내 나는 과정이 담겼다. 이번 작품엔 독립 영화의 열악한 제작환경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코믹하게 연출됐고, 힘든 현실을 딛고 영화를 찍으려는 이들의 열정이 가슴을 뜨겁게 했다. 독립 영화인의 현실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카메라 뒤에 있는 백승기 감독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듯한 장면이 유독 많아 보이기도 했다.
영화 초반부는 기존의 백승기 감독의 작품과 달리 무겁고 진지한 톤으로 전개된다. 영화 산업 안에서 큰 꿈을 가졌지만, 자신의 초라한 현실 앞에 괴로워하는 배우의 얼굴은 서글픔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괴짜 감독이 등장하고, 그가 봉인해 뒀던 전설의 카메라를 발굴하는 시점부터 백승기 감독스러운 분위기와 유머가 화면 곳곳에 퍼진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일주일 만에 저예산으로 모든 프로덕션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극한의 미션 앞에 인물들은 지인을 비롯해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끌어와 영화를 만들어 나간다.
이번 작품에서도 B급과 C급 어딘가를 질주하는 백승기 유니버스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다. '롱테이크 원테이크 미스테이크'는 일반적인 상업 영화에서는 용인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 때로는 황당한 설정을 우직하게 밀어붙인다. 데뷔작 '숫호구'부터 백승기 감독과 함께했던 손이용은 리얼리티와 C급 코미디세계의 밸런스를 조율하며 극의 마이너한 감성을 안정적으로 구축했다. 새로운 기술의 활용도 돋보인다. 호랑이와 사자 등의 맹수를 구현한 신, 영화 속의 영화를 구현한 시퀀스에서 AI가 활용됐다. 이는 키치한 분위기를 강화하고, 볼거리를 풍성하게 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런 장점에도 영화가 헐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아쉽다. 백승기 유니버스가 익숙한 마니아층은 장면마다 웃을 요소가 있지만, 냉정히 '롱테이크 원테이크 미스테이크'는 일반 관객들이 접하는 영화와 비교해 서사와 비주얼의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말하기 어렵다. 뻔뻔함이 매력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득할 수 없는 지점이 다수 존재한다. '롱테이크 원테이크 미스테이크'는 백승기 유니버스의 색채가 여전하다는 장점과 프로덕션 과정에서 어떤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를 명확히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백승기 감독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B급 정서로 소화하며 여섯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간 부천영화제에서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대중과의 접점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적은 예산에서 비롯된 열악한 환경이 백승기 유니버스의 확장을 어렵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롱테이크 원테이크 미스테이크'에서 적용된 AI 기술은 백승기 감독의 영화 세계를 넓혀줄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백승기 감독의 다음 스텝은 어떤 모습일까. 부천에 이어 대중의 열광을 이끌어낼 그의 다음 테이크가 기대된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 '롱테이크 원테이크 미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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