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만 원이면 기업 비판기사 내려주고 홍보까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언론사가 비판보도 대상이 된 기업과 홍보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체결 당일 비판기사가 내려갔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홍보대행 계약서에 따르면 NBN은 홍보계약을 체결한 기업의 보도자료·대표이사 인터뷰·칼럼 및 기고문·기업탐방 등을 기사화하고 이를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송출하겠다고 밝혔다.
엔지켐 관계자는 "우리가 NBN이라는 언론사의 IR클럽을 어떻게 알았겠는가"라며 "NBN에서 먼저 홍보계약을 제안했고, 홍보계약이 체결되면 기존 기사 노출이 중단될 수 있다고 해 이에 따르게 된 것이다. 단순히 NBN 이름으로 기사를 내겠다고 한 달에 500만 원이 투입되는 계약을 체결할 리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계약 체결 당일 NBN은 <엔지켐생명과학, 차세대 모달리티 'PROTAC' 기술 확보 항암 파이프라인 확장 본격화>이라는 홍보성 기사를 작성해 포털에 일반 기사로 송출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엔지켐 비판보도 쓴 NBN, 홍보대행 계약 체결하자 기사 노출 중단
NBN-엔지켐 계약 체결 후 갈등, NBN 돈 안 받고 계약 해지 통보
계약 파기되자 다시 등장한 비판보도… "덫에서 빠져나온게 잘못인가"
엔지켐, 네이버 제평위에 신고… "덫? 의도 있었다면 다른 방법 썼을 것"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언론사가 비판보도 대상이 된 기업과 홍보대행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 체결 당일 비판기사가 내려갔다면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달 15일, 코스닥 상장사인 엔지켐생명과학(이하 엔지켐)은 온라인 매체 NBN TV(이하 NBN)를 공갈죄로 고소하고, 네이버 제휴평가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기업이 언론사에 법적 대응을 하는 일반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내막에는 비판보도를 무마하려던 기업과 홍보 계약을 따낸 언론사의 갈등이 있다.
언론이 비판 대상 된 기업과 홍보대행 계약 체결… 기사는 노출 중단
사건의 시작은 NBN의 비판 보도다. NBN은 지난 4월30일 <엔지켐 손기영 회장, 자사주 78억 자금 세탁해 차명주식 매집 혐의 피소… 회사는 감사 의견거절로 '벼랑끝' 상폐 위기> 보도를 냈다. 코스닥 상장사 엔지켐에서 경영진 배임·횡령 의혹이 제기됐다는 내용이다. 고발장과 내부 제보에 근거한 기사로, NBN은 이 기사에서 고발장을 인용하며 “경영진의 대담한 범행”·“모럴해저드 의혹” 등 표현을 사용했다.
언론이 기업을 비판하는 건 할 수 있는 일지만, 문제는 기사가 나간 뒤 NBN과 엔지켐 사이 금전적 대가를 조건으로 하는 계약이 체결됐고, 기사가 내려갔다는 점이다. 이 아무개 NBN 국장과 엔지켐은 기사 출고 일주일 뒤인 지난 5월6일 미팅을 진행했다. 이 국장은 NBN 대표를 겸하고 있다. 미팅은 서울 강남구 중국집과 고급 술집에서 이뤄졌고, 미팅 다음날 오전 11시경 엔지켐은 NBN이 운영하는 'IR(Investor Relations, 기업 홍보)클럽'에 가입하기로 했다. 계약은 IR클럽 운영사인 주식회사 답청과 체결됐다. 체결 당일 비판 기사가 내려갔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홍보대행 계약서에 따르면 NBN은 홍보계약을 체결한 기업의 보도자료·대표이사 인터뷰·칼럼 및 기고문·기업탐방 등을 기사화하고 이를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송출하겠다고 밝혔다. 비용은 계약금 1000만 원과 홍보비 매월 500만 원이다.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의무 위반이나 업무 해태가 없다면 3년 동안 자동 연장된다.
엔지켐은 기존 기사 노출을 중단하는 대가로 홍보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엔지켐 관계자는 “우리가 NBN이라는 언론사의 IR클럽을 어떻게 알았겠는가”라며 “NBN에서 먼저 홍보계약을 제안했고, 홍보계약이 체결되면 기존 기사 노출이 중단될 수 있다고 해 이에 따르게 된 것이다. 단순히 NBN 이름으로 기사를 내겠다고 한 달에 500만 원이 투입되는 계약을 체결할 리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반면 이 국장은 홍보계약과 기사가 내려간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국장은 “기사 노출을 중단한 게 아니라 반론을 받기 위해 반려한 것”이라면서 “엔지켐에서 '홍보가 약하니 부탁한다'고 해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계약을 체결하고 한 것도 없다. 다음날 미팅하자고 해서 만난 게 전부”라고 했다. 이 국장은 “직장으로 돌아왔는데 회사 내부에서 '기사를 왜 반려시켰냐'는 논의가 나와 계약을 파기했다”고 했다.

보도자료도 포털에 기사화… 회사에서 IR강의까지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단체 대화방을 보면 NBN은 엔지켐 홍보기사를 작성해 포털에 노출하고, 홍보 대응 전략을 알려주는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계약 체결 당일 NBN은 <엔지켐생명과학, 차세대 모달리티 'PROTAC' 기술 확보… 항암 파이프라인 확장 본격화>이라는 홍보성 기사를 작성해 포털에 일반 기사로 송출했다. 이는 엔지켐 요청에 따른 것으로, 단체 대화방에서 엔지켐이 보도자료를 송부하자 NBN은 기사를 작성하고 기사 링크를 공유했다. 또 이 국장은 “회사에 들어가 IR강의를 하려고 한다”고 했으며, 강의 후 엔지켐에 “내가 알려준 언론 매뉴얼을 정리해서 올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국장은 엔지켐에 △언중위에 반론을 요구한다 △정상적인 기자라면 공식 메일로 질문을 보내니 대응을 하라 △악재기사는 장전된 호재기사로 덮어라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홍보대행 계약을 조건으로 기사를 내렸는지 여부를 떠나, 홍보대행 계약 자체는 언론윤리는 물론 네이버 제휴평가위 규정에도 어긋난다. 언론사가 돈을 받고 기업 홍보 기사를 포털에 송출하는 것은 네이버 제휴평가위가 규정한 '부정 평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제휴평가위는 언론사가 유가 기사(유료 기사)를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 전송할 경우 벌점 1.5점을 부과하며, 2년 이내 부정평가 점수가 10점 이상 누적된 언론사와의 제휴 계약 해지를 권고한다. 또 신문법에 따르면 언론사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이 국장은 “(유가 기사를 포털에 송출해준다는 건) 일반적인 홍보대행사의 계약 조항일 뿐”이라며 “실무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그런 조항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홍보대행 계약 취소하자 다시 올라온 비판 보도
홍보대행 계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른 언론사의 부정적 기사가 이어지자 엔지켐 관계자는 NBN에 대응방안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언쟁이 불거지자 이 국장은 “난 방송국 보도국장이지 엔지켐 내부 직원이 아니다”라며 대화방에서 나갔다. 그리고 지난 5월22일 NBN은 엔지켐에 홍보계약 파기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5월26일 세금계산서 취소를 완료했다. 계약이 중도에 종료되면서 NBN은 엔지켐으로부터 계약금과 홍보비를 받지 않았다.
NBN은 계약 해지 이틀 뒤인 5월28일 노출 중단한 비판기사를 다시 노출시켰다. 그리고 기사 하단에 “본 기사는 기업 반론을 좀 더 자세히 반영하고자 반려 후 재송출된 기사”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 국장은 “홍보계약을 이유로 갑질을 해서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또 엔지켐에 부조리한 측면이 너무 많아 계약을 파기하게 됐다. 계약 해지되고 나서 반론을 줬기에 기사를 올렸을 뿐”이라며 기사와 홍보계약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엔지켐 관계자는 “홍보대행 계약이 취소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비판기사가 다시 올라왔는데, 어떻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이후 NBN은 엔지켐 비판기사를 이어가고 있다. NBN은 지난달 5일부터 지난 3일까지 약 한달 동안 엔지켐 비판기사 7건을 작성했다.
이에 엔지켐은 이 국장을 공갈죄 혐의로 고소했다. 엔지켐은 고소장에서 “기사를 게재해 압박하고, 돈을 받으면 기사를 내리고, 관계가 틀어지면 새 취재 없이 기존 기사를 다시 올리는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엔지켐은 네이버 제휴평가위에 NBN을 신고한 상황이다. 네이버 측은 미디어오늘에 “신고가 접수됐고, 양측 주장을 확인한 후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 국장은 엔지켐의 함정에 빠진 것일 뿐, 문제될 행위를 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국장은 “철저하게 설계된 덫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온 것이다. 그게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 국장은 “언론사가 비판기사를 쓴 기업과 홍보계약을 체결하는 게 일반적이진 않다”는 지적에 “대형 언론사는 이런 경우가 없을 것 같은가. 단지 제보가 접수됐는지 아닌지 차이일 뿐”이라고 했다. NBN은 지난달 18일 보도에서 엔지켐이 제휴평가위에 신고를 하는 등 언론사를 협박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엔지켐 측이 대표이사의 비위 의혹 기사를 은폐하기 위해 네이버의 제재 규정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기획 투서'이자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엔지켐 측은 “기업 홍보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 정지된 뒤 처음 나온 보도였고, 절실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함정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 함정을 파려고 했다면 몰래 현금을 주는 등 더 다양한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왜 공식계약을 체결했겠는가”라고 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당 최고위, 오태규 방문진 이사 임명보류 관련 “보고사항 없어…조만간 밝히겠다” - 미디
- 주진우, ‘김여사 손털기’ 민주당 고발에 “악수는 상대방이 느끼는 게 중요” - 미디어오늘
- 연합뉴스TV 노조 “사추위 무산되면 존립 뒤흔드는 중징계 우려” - 미디어오늘
- 조경태 “윤석열 내란이 성공했다면 제대로 된 언론 존재할 수 없어” - 미디어오늘
- 기탁금 높인 민주당에 경향 “그런 식이니 ‘꼰대 정당’ 듣는 것” - 미디어오늘
- 이 대통령, 국힘 향해 “그런 역량으론 국정 감당 어렵다” 왜? - 미디어오늘
- 이 대통령 “세계유산, 국경과 세대 초월해 인류 묶어주는 상징” - 미디어오늘
- 이 대통령이 팔로우한 민주당 대표 후보 김보미, 왜 주목받나 - 미디어오늘
- “무리한 이벤트 못 참는다” 스타벅스에 노동조합 생겼다 - 미디어오늘
- “트럼프 부정선거론, 오죽하면 美주요 방송사들마저 외면했겠나”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