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 혈세 92억 삼킨 부천 동춘서커스장 “20여년 째 공사만…” [영상]

한왕희 2026. 7. 1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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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부천시 상동의 영상문화산업단지 내 동춘서커스장.

공연장의 모습을 갖추기도 못하고 20여 년째 멈춰선 공사 현장은 잡초와 덩굴에 뒤덮여 있었다. 유랑극단의 명맥을 잇겠다며 추진된 사업 현장은 적막만이 감돈다.

서커스장 부지 둘레에는 높이 3~4m의 펜스가 둘러쳐져 있다. 펜스 안에는 녹슨 철재와 건축 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고, 마감되지 않은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깨진 유리창과 바닥에 흩어진 유리 파편은 오랜 방치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춘서커스장 건립 사업은 2004년 부천시가 동춘서커스단과 건립 협약을 체결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총사업비는 109억 원, 이 가운데 동춘서커스단이 79억 원을, 부천시가 30억 원을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

같은해 11월 서커스장은 약 2천여 평 부지에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로 착공했지만, 서커스단 측이 경영난을 이유로 투자를 철회하면서 사업은 차질을 빚었다.
 
지난 17일 오전 20여년 동안 방치돼 정글처럼 변해버린 동춘서커스장의 모습. 배상일 기자

결국 시가 공사비를 전액 부담하며 사업을 이어갔고, 서커스장 완공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시비 82억 원과 도비 10억 원을 포함해 총 92억 원에 달했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2008년, 시는 서커스장 활용 방안을 모색했지만 서커스 공연에 특화된 내부 구조 탓에 대안을 찾지 못했고 결국 공사는 공정률 약 80%에서 중단됐다.

이렇게 방치되던 동춘서커스장에도 한때 변화의 기대는 있었다. 2016년 부천시가 한 건설사와 이 일대 부지를 복합 개발해 쇼핑몰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하며 철거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인근 상인들의 반발 속에 끝내 무산됐다.

지금은 철거도 쉽지 않다는게 시의 설명이다. 시가 직접 철거에 나설 경우 약 3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춘서커스장은 이렇게 20여 년 넘게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서커스장 바로 옆 한옥체험마을도 비슷한 처지다.

시는 2008년 전통공예를 전승·발전시킨다는 목적으로 26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 이 부지에 한옥 9채와 무형문화재 전시관 등을 조성했다. 하지만 개장 초기부터 이용객이 저조해 결국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부천 동춘서커스장 외벽의 깨진 유리창들과 콘크리트 골조는 을씨년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배상일 기자

서커스장과 한옥체험마을에 투입된 시민들의 혈세는 총 130억 원, 시민들은 전형적인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현장 인근을 지나던 한 주민은 "우리 동네에 서커스장이 공사 중인 줄도 몰랐다"며 "막대한 세금이 들어갔는데 지금처럼 흉물로 방치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천시 관계자는 "시에서 직접 철거할 경우 추가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과거부터 개발 사업에 따른 철거를 추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새로운 사업자와 사업 추진을 준비하고 있고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8년쯤 착공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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