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파기환송심…‘별거 20년’ 공백, 재산분할 산정 새 기준 되나

미디어펜 2026. 7. 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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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 혼인 37년 vs 실질적 파탄 20년…‘혼인공동체’ 인정 범위가 분수령
재계·법조계 “파탄 이후 기업가치 상승분, 기여도 엄격히 따져야” 목소리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선고가 오는 24일 서울고법에서 내려지는 가운데, 법조계의 시선은 법률상 혼인 기간이 아닌 ‘실질적 혼인공동체’의 존속 기간으로 쏠리고 있다. 

대법원이 재산분할 범위를 다시 따지라며 사건을 돌려보낸 후 약 10개월간 이어진 이번 공방은 장기 별거 이후 발생한 재산 증식분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대한민국 가사 소송 법리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지난달 26일 변론을 종결하고 현재 판결문 작성 등 막바지 선고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 재판부는 수차례 조정과 변론을 통해 합의점을 모색했으나 양측의 견해차가 완강해 결국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혼인 기간의 단순 수치’가 아닌 ‘실질적인 혼인공동체의 존속 기간’을 꼽고 있다. 두 사람은 1988년 결혼해 서류상으로는 37년간 부부였지만, 실제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영위한 기간은 이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이미 2006년 무렵부터 사실상 혼인 관계가 파탄 났다고 했고, 노 관장 역시 과거 재판 과정에서 2011년부터 장기 별거에 들어간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이후 2015년 최 회장의 언론 공개 서신, 2017년 이혼조정 신청을 거쳐 소송이 10년 가까이 장기화됐다. 사실상 서로 남남으로 지내온 세월만 20년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법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혼인공동체가 사실상 해체된 이후 발생한 재산 가치 상승분까지 일률적으로 분할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재산분할 제도의 본질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부가 공동으로 가꾼 성과를 나누는 것이 제도의 취지인 만큼, 관계가 끝난 이후의 경제적 성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SK㈜ 등 그룹 주식 가치의 상당 부분이 두 사람의 실질적 혼인 관계가 끝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 이후에 급등했다는 점이 재판부의 고심을 깊게 만드는 대목이다. 최 회장 측은 반도체 산업의 대전환, 대규모 과감한 투자,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 등 경영상의 결단이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 관장 측은 가사와 자녀 양육 등 내조가 그룹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세 자녀가 학창 시절 대부분을 해외 유학으로 보냈다는 점에서 내조의 실질적 기여도를 두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산분할은 혼인 중 공동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지, 이혼 이후에 발생한 일방의 경제적 성과까지 자동으로 공유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실질적 혼인 성립 기간과 파탄 이후 발생한 재산 증가 원인을 개별적으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또 다른 가사 전문 변호사 역시 “장기간 별거로 공동체가 해체된 사안에서는 파탄 이후 크게 불어난 재산에 대한 상대 배우자의 기여도를 더욱 엄격하게 심리해야 법적 형평성에 맞는다”고 제언했다.

결국 이번 파기환송심은 법원이 혼인공동체의 실질적 종료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 그리고 그 이후 발생한 기업 성장을 누구의 몫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따라 재산분할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