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나면 오른다더니, 고점 찍고 주르륵”…金값 반등도 쉽지 않다는데 [원자재로 살아남기]

홍순빈 기자(hong.soonbin@mk.co.kr) 2026. 7. 1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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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전세계 모든 자산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진행되며 투자자들이 뭉칫돈을 싸들고 앞다퉈 금을 사들였다. 최고의 안전자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대규모 매수세가 붙었고, 올해 초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중동 전쟁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는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오히려 금값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금=안전자산’이란 공식을 믿었던 투자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향후 금값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금 선물가격 추이[사진 출처=인베스팅닷컴]
1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보다 0.15% 하락한 온스당 4063.4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올해 고점인 지난 1월29일(5354.8달러) 보다 약 24% 하락한 수치다.

금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 채권, 달러 등 전통자산의 변동성을 방어하기 위한 대체자산이자 인플레이션 대피처로 꼽힌다. 전체 원자재 시장에서 거래량과 규모가 압도적으로 커 주요국 중앙은행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금을 하나의 투자자산군으로 분류해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도 한다.

미국과 이란 전쟁 발발 전 골디락스 장세에선 모든 자산들이 매력적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로 금은 전통자산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때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치도 높아지는 편이다.

특히 금 가격은 금리 흐름과 관련성을 보이면서 움직였다. 금을 보유하면 배당이나 이자소득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을 보유했던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고 금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올라간다. 반대로 금리가 높은 국면에선 채권의 가격이 더 싸지니 금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금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다. 즉, 금 가격은 금리와 반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TIPS) 추이[사진 출처=FRED]
이번 금값 하락도 금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매파적인 인물이라 평가받는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신임 의장으로 거론되면서 시장에선 금리 인상에 대한 불씨가 지펴졌다. 또한 유가 급등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며 미국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TIPS 금리라고 불리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해 3월부터 가파르게 올랐다. TIPS 금리는 1.7%대에서 현재 2.2%대로 상승했다. 금리 지표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채권 수요가 올라가고, 금 수요는 떨어지게 됐다. 지난해 에브리싱 랠리를 탄 광풍이 금리 상승과 함께 소멸된 것이다.

금값 하락을 부추긴 건 금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 상승도 금값을 누르는 요인이 됐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화 가치가 높을 때 금을 사면 시세보다 프리미엄을 더 얹어서 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가 강해지는 국면에선 금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달러 인덱스는 올초 90선이었으나 현재 100선으로 올라와 있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했음에도 여전히 달러 인덱스가 오르는 등 달러 패권에 대한 전세계적인 신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달러 인덱스 추이[사진 출처=네이버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그간 금 수요를 뒷받침해주던 각국의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세도 잠시 멈췄었다. 세계 금 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앙은행들은 총합 121톤의 금을 순매도했다. 다시 4월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대규모 순매도 영향 때문에 당시 금값이 급락한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유례없는 금값 상승 뒤 하락 국면을 맞이했지만 전문가들은 금값이 쉽게 반등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금값이 다시 이전 전고점까지 올라가기 어렵다고 봤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은 화폐 가치가 모종의 이류로 훼손될 때 헷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인데 과거처럼 방만한 통화량 확대가 부재하면 금의 헷지 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금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향후 금값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연말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5400달러에서 4900달러로 대폭 낮췄다. 금리 인하 시기가 미뤄지며 금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도이치방크도 오는 4분기 금값 전망치를 기존보다 17% 하향 조정했다. 다만 여기서 금 가격이 더 하락하면 중앙은행들의 금 매집 수요가 다시 강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 금 협회는 금 가격이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각국의 중앙은행과 장기 투자자들의 저가 매집 수요가 하락세를 제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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