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고점 아무도 못 맞히는 이유… 인간 탐욕이 무한대인 탓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이코노미스트 2026. 7. 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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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포모와 레버리지, ‘새 기준’의 등장은 위험 신호… 축제 한창일 때 걸어 나가야
유동성이 메마르면 광기 어린 낙관도 멈추며 파티가 끝난다. GETTYIMAGES
흔히 주식시장이 약세일 때 "1층 밑에 지하실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주가가 폭락한들 지하 10층까지 내려가기는 어렵다. "이쯤이면 바닥이겠지" 하고 매수하던 가치투자자마저 사라지고 공포가 시장을 지배할 때 역설적으로 그 자리가 저점이 된다. 정확한 숫자를 맞힐 수는 없어도 투자자의 심리와 행동이 바닥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증시 바닥 뚫고 하락해도 한계 있어

반면 고점은 아무도 모른다. 극단적 비관론자까지 항복하고 강세장에 동참하면 그때가 고점이라고 하지만, 거기서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는 알 수 없다. 인간의 광기에 가려져 천장이 보이지 않아서다. 오늘은 고점 예측이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 몇 가지 관점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저점을 잡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이유를 가치와 정책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 번째 이유는 밸류에이션 면에서 '단단한 바닥(Rock Bottom)' 역할을 하는 청산가치(예를 들어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등)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의 극단적 공포로 PBR이 0.8배를 하회하는 일도 종종 일어나지만 정상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 우량 기업이 모인 주가지수라면 이 바닥을 뚫고 끝없이 추락하기는 어렵다(그래프1 참조).

두 번째는 정책 개입 때문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위기가 오면 1990년대 일본의 자산가격 폭락으로 금융 시스템 전체가 흔들렸던 트라우마 탓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바닥을 만들어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QE)와 제로금리가 시장 바닥을 다졌으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동시에 폭발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금융기관을 통한 우회적인 통화량 조절에 그치지 않고 가계 계좌에 직접 현금을 '꽂아주며' 바닥을 강제로 지지했다.

반면 고점을 예측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의 문제다. 고점에는 가격을 지지해줄 물리적 한계선이 없다. 이론적으로 인간 탐욕의 한계는 무한대이기 때문이다. 사실 "탐욕의 끝은 모른다"는 문장 하나로 설명이 끝나지만 이를 세밀하게 분해해보면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레버리지, 새로운 기준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탐욕의 연료가 되는 포모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은 상대적 박탈감과 손실 기피 성향이 결합한 본능적 현상이다. 나의 자산과 소득은 그대로인데 나와 비슷한 처지였던 주변 사람들이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상대적 박탈감이 발동한다. 나는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마치 내 가치가 삭감된 것 같은 심리적 고통, 즉 '벼락거지'가 된 것 같은 무력감과 분노가 몰려온다. 결국 이 고통을 피하려고 이성이 마비된 채 산꼭대기에서 매수 버튼을 누르게 된다.

둘째는 레버리지 동원이다. 주식 가격이 끝없이 오를 것 같은데 돈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인다. 미국 나스닥100 지수와 신용융자(Margin Debt) 증가율의 관계를 보면 강력한 레버리지 증가가 출현한 이후 시장 상승세가 꺾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그래프2 참조).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하는 이들이 늘어날 때 가격은 상상 이상 수준으로 상승하며 '투자 위험'을 경고한 사람들은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다. 

셋째는 새로운 기준의 등장이다. 한마디로 "이번엔 다르다" 증후군이다. 포모와 레버리지 투자가 결합한 결과 기존 밸류에이션 지표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주가가 상승하면 새로운 잣대를 만들어내서라도 현 가격이 싸다고 정당화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에는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클릭 수'나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삼았고, 최근 기술주 붐 속에서는 'PDR'(Price to Dream Ratio: 주가 꿈 비율)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유동성이 공급되는 한,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내러티브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최고가 매도' 오만 버려야

시장은 항상 비관과 낙관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가지만 광기 어린 낙관을 확실하게 멈추게 하는 방법은 단 하나, '공급될 유동성이 메마르는 것'뿐이다. 그 전까지는 언제, 무엇 때문에 이 파티가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결국 현명한 투자자라면 고점을 예측해 최고가에 매도하겠다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비교적 신호가 확실한 저점에서는 용기 내 과감하게 정리하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고, 고점에서는 끝도 없이 쥐고 있다가 수익을 모두 반납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금융시장에서 끝까지 생존하는 자는 꼭대기에서 축제를 가장 오래 즐긴 사람이 아니다. 축제가 한창일 때 언제든 출구로 걸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이들이다. 바닥은 눈에 보이지만 꼭대기는 안갯속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균형 잡힌 투자와 리스크 관리의 첫걸음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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