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아웃' 내건 기호 5번의 반란… "돌 대신 응원이 돌아왔다"

조아름 2026. 7. 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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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박진숙(박)="여성의 삶을 바꾸기 위해선 과감하고 도전적인 캠페인이 필요했다. 어떤 정당도, 어떤 남성 후보들도 절대 입에 올리지 못할 '디테일' 살린 공약을 내걸어야 뿌리 깊은 성착취 문제를 꼬집을 수 있고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거 유세 기간 기성 정치의 성평등 감수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모두 확인했다. 어린이에게 '오빠' 소리를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룸살롱 없는 서울'을 강조하면서 주거권, 건강 등 여성 의제와 관련된 나머지 9대 공약이 눈길을 못 끈 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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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살롱]
서울시장 선거서 4위 득표 성과
룸살롱 女억압 대표 성착취 산업
유세 현장서 젊은 남성들도 응원
과격한 공약이, 외연 확장 발목?
여성 삶 바꾸려면 누군가 나서야
편집자주
한국일보 기자들이 직접 여러 사회 문제와 주변의 이야기를 젠더적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젠더, 공간, 권력' 등을 쓴 안숙영 계명대 여성학과 교수의 글도 기고로 함께 합니다.
유지혜 여성의당 대변인과 10일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 '룸살롱 없는 서울' 공약을 내걸고 약 4만4,000표를 받았다. 윤기훈 인턴기자

선거 벽보에서 '룸살롱'이란 단어를 본 적 있는가. '룸살롱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벽보에 속 시원했을 사람도, 거북했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넥타이를 매고 쇼트커트한 낯선 얼굴의 기호 5번 유지혜(29). 이 선명하고 과격한 메시지를 1호 공약으로 내걸어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4만3,967표를 얻은 그를 최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선거를 함께 치른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이 나왔다. 바로 물었다.

-왜 하필 '룸살롱 아웃'이었나.

유지혜(유)="여성의당이 계속 해 왔던 얘기다. 룸살롱은 유흥업소란 이름의 대표적인 성착취 산업이다. 성매매 종사자 같은 취약 계층의 여성만 억압하는 게 아니다. 일반 직장에서도 룸살롱 가는 걸 '접대 문화' '비즈니스 관행'으로 포장해 오지 않았나. 이 과정에서 같은 회사, 같은 조직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배제해 왔다. 이 사회 모든 여성을 억압할 수 있는 도구다. 룸살롱부터 유사성매매, 도우미 간판 등 성착취 산업이 서울에 너무 많다. 바꿔야 한다."

박진숙(박)="여성의 삶을 바꾸기 위해선 과감하고 도전적인 캠페인이 필요했다. 어떤 정당도, 어떤 남성 후보들도 절대 입에 올리지 못할 '디테일' 살린 공약을 내걸어야 뿌리 깊은 성착취 문제를 꼬집을 수 있고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거 유세 기간 기성 정치의 성평등 감수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모두 확인했다. 어린이에게 '오빠' 소리를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룸살롱 없는 서울'을 강조하면서 주거권, 건강 등 여성 의제와 관련된 나머지 9대 공약이 눈길을 못 끈 건 아쉽다."

-4만3,967표. 득표수 4위. 원내 정당인 개혁신당 후보(4만3,321표)를 제쳐 화제였다.

유="솔직히 놀랐다. 여성들이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문제를 정치의 중심으로 가져온 결과라고 평가한다. 적어도 여성들은 이제 정당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폭력과 차별에 지친 여성들은 내 삶을 바꿔줄 정치를 원하고 있고, 그 요구가 약 4만4,000표로 이어졌다."

박="다른 정당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적은 당원 수(1만2,000명)와 선거 비용(3,532만 원)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까운 성과다. 서울 시내에 내건 여성의당 현수막이 20장이 채 안 된다. 유지혜를 들어본 사람도 거의 없었을 거다. 진보, 보수 상관없이 진짜 여성 의제를 말하는 여성 정치인에게 서울 시민들이 표를 준 거다. 그만큼 여성들이 간절했다는 의미다."

-유세 현장에서 반응은 어땠나. 무관심부터 혐오까지 그 어느 후보보다 다양한 반응이 있었을 것 같은데.

유="따가운 시선, 당연히 있었고 익숙하다. 서울 강남역, 수유역 유흥업소가 밀집한 거리에서 '성매매 없는 서울' 팻말을 들고 선거 운동을 했다. 팻말 보고 인상 찌푸리고, 담배 피우며 노려보고. 불편하다는 표정들이 분명 많았다. 하지만 좋은 반응이 훨씬 컸다. 젊은 남성 유권자들의 응원도 받아봤다. 응원하러 일부러 찾아왔다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도 있었다."

박="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 선거 유세 현장에서 한 시민이 돌을 던져 경찰까지 출동했다. '페미들(페미니스트) 왔다'며 대놓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분위기가 험악했던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응원전'이 장난 아니었다. 투표권 없는 10대 학생들까지 유세 현장에 놀러 왔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환영받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웃음)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

6월 서울시장 선거 당시 여성의당 유지혜 후보 벽보.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여성의당은 현재 재정난 등으로 비대위 체제다. 내년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 윤기훈 인턴기자

-거대 양당의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내건 여성 공약을 어떻게 평가했나.

유="두 후보의 여성 정책은 임신·출산·육아 지원에 쏠려 있다. 여성을 독립적 시민이 아닌 출산 주체나 돌봄 제공자로만 바라본 결과다. 여성이 두려워하는 폭력, 피부로 느끼는 주거, 차별,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모습에 실망한 여성들이 적지 않다. 여성들은 더 이상 정당만 보고 선택하지 않는다. 일각에선 선거 전후로 젊은 여성들이 보수화됐다는 평가도 내놓는데 보수화가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외연 확장이 숙제 아닌가. 지금도 비대위 체제다. 공약과 정책을 '톤다운' 하자는 내부 목소리는 없나?

박="외연 확장, 당연히 절실하다. 우리가 거칠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연하고 부드러운 정책'만 할 거였다면 여성의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애초에 여성 의제가 곧 정치라는 걸 인정받기 위해 만든 정당이다. 아무한테도 욕 안 먹는 정책을 앞세워 쉽게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정치는 이미 다른 정당에서 하고 있다. 10년 전 내가 20살 때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후로 여성의 삶은 바뀐 게 없다. 누군가는 타협하지 않고 전면에 나서 여성 정치를 해야 뭐라도 바뀐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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