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순자산 12.4조…개인 손실, 초단타 매매 세력이 챙긴다

배현정 2026. 7. 18.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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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참사였다. 반도체 열기가 뜨겁던 지난 5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되기 전부터 투자업계 안팎의 우려는 적지 않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반도체 랠리에 올라타려던 ‘포모(FOMO·상승장 소외 공포)’ 자금이 초고위험 상품으로 몰렸고,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인 리밸런싱 거래는 코스피 변동성을 키웠다. 그 충격은 이제 국내 증시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리스크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대만의 유명 경제평론가 셰진허 차이신미디어그룹 이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레버리지가 부러졌다”며 “2배 레버리지 상품의 살상력이 최근 폭락으로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알렉산더 알트만 글로벌 주식전술전략 총괄도 “한국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레버리지 노출은 밤잠을 설치게 한다”고 경고했다. ‘K-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출시 직후 투자자의 막대한 손실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무엇이 문제였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Q 왜 손실이 컸나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락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이 동시 상장했다. 상장 50일 만에 받아든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5일 기준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7종의 상장 이후 평균 누적수익률은 -30.66%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 등락률은 -9.28%였는데, 레버리지 ETF 투자자의 손실은 주가 하락 폭의 배를 넘었다. SK하이닉스도 비슷했다.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7종의 출시 이후 평균 수익률은 -34.06%였는데,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 등락 폭은 -14.32%에 불과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이 같은 현상의 핵심 원인은 레버리지 ETF 특유의 ‘음의 복리효과(변동성 잠식)’다. 레버리지 ETF는 투자 기간 전체의 수익률을 2배로 만드는 상품이 아니라 매일 하루 수익률의 2배를 맞추도록 리밸런싱한다. 이에 따라 주가가 방향성 없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 기준 가격이 매일 새로 계산되면서 손실이 누적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한 뒤 주가가 나흘 동안 -20%→+20%→-15%→+15%의 등락을 반복하면, 일반 투자자는 938만4000원(-6.16%)이 남고, 2배 레버리지 투자자는 764만4000원(-23.56%)으로 손실이 훨씬 커진다. 첫날 손실이 나서 원금이 줄어들면, 다음 날 같은 폭으로 반등해도 원금 자체가 작아져 이전 손실을 모두 만회하지 못한다.

인버스(주가 하락에 베팅) 상품도 구조는 비슷하다. 주가가 하락세일 때 인버스 ETF는 수익을 내야 하지만, 상장 후 지난 15일까지 SK하이닉스 인버스 ETF는 누적수익률 -44.15%, 삼성전자 인버스 ETF도 -15.83%를 기록했다. 역시 오르고 내리는 과정에서 ‘음의 복리 효과’가 누적됐고, 인버스는 특히 거래량이 적고 주식 선물 비중이 높아 괴리율과 추적 오차가 커진 탓이다.

Q 미국·홍콩도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논란일까
차이는 시장 구조다. 미국에서는 2022년 도입 이후 400개가 넘는 상품이 거래된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집중돼 있다. 이들 종목은 코스피200 시가총액의 약 65%, 코스피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큰 엔비디아조차 레버리지 출시 당시 S&P500 내 비중이 2~3%에 불과했고, 현재도 8% 수준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수 비중이 높은 코스피 특성상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시장 영향력이 해외보다 크다”며 “단일 종목의 변동성이 커지면 지수 전체에 미치는 충격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의 높은 개인투자자 비중과 고위험 상품 선호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5일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자산은 12조4268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개인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Q 누구를 위한 상품인가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하루에도 가격이 수십%씩 움직일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전문가는 기관투자가의 위험 헤지와 차익거래 수단으로 본다. 증권사와 외국인은 선물 등을 활용해 위험을 줄이거나 하루에도 여러 차례 사고팔며 당일 포지션을 정리한다. 반면 국내 개인 투자자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계속 보유하거나 추가 매수하는 경우가 많아 변동성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타가 아니라 ‘초단타’를 쳐야 하는 상품”이라며 “외국인은 하루 회전율이 200%에 달할 만큼 그날그날 청산하지만, 장 마감 뒤에도 보유하는 투자자의 80~90%는 개인”이라고 말했다. 하루만 보유해도 변동성이 ‘0’이 될 수 없어 ‘음의 복리 효과’를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개인의 손실이 초단타 매매 세력의 수익으로 이전되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리밸런싱 과정에서 예측 가능한 강제 매매 물량이 쏟아지면 헤지펀드와 일부 기관투자가의 알고리즘 매매가 이를 받아 차익을 얻는 반면, 개인은 리밸런싱 손실과 변동성 잠식 비용을 떠안는다는 것이다. 잦은 매매는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으로도 이어진다. 레버리지 상장 이후 일평균 회전율은 약 130%, 많게는 200%에 달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플레이어는 실익이 없고 장을 운영하는 시스템만 이익을 본다. 증권사만 배를 불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Q 규제 강화, 효과가 있을까
레버리지 후폭풍에 정부와 금융당국도 칼을 빼 들었다.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거래 최소 단위를 20주로 높이기로 했다. 투자 교육도 강화하고 신규 상장은 잠정 중단한다. “소액 투자자의 진입을 줄여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이미 들어온 12조원대 자금과 급락 때 쏟아지는 기계적 매도는 그대로다. 예탁금 상향 시행도 8월 이후로 예정됐다.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당장 시행해야 할 대책이 8월로 미뤄졌다”, “근본 처방 없이 문턱만 높인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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