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상주는 안 된다고 해 소개팅남을 대신 세웠다는데…

남정미 기자 2026. 7. 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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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배우 고아성도 겪었다는
장례식 여자 상주 논란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에서 외동딸인 주인공이 상주가 돼 조문객을 맞는 모습. /tvN

“아빠가 없고 세 자매인데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이제 난리가 난 거예요. 상주 자리가 없다(고). 남자가 없으니까.”

지난 6일 배우 고아성(34)이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토크쇼에서 한 사연을 듣고 털어놓은 이야기다. 공개된 사연은 이랬다. 한 여성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가족이 본인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남자 상주가 필요하다고 해, 해당 여성과 소개팅에서 만났던 남성을 상주로 세웠다. 함께 출연한 다른 진행자들이 이를 듣고 “말도 안 된다”고 하자, 고아성이 “나도 경험자”라며 자신의 경험을 밝힌 것이다. 고아성은 “‘장례식장에 남자를 상주로 세워야 한다’라는 주변 말씀 때문에 그래야 되는 줄 알고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삼촌을 앉혔다가 결국 세 자매가 (상주를) 했다”며 “뭔가 엄마랑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열받더라”고 말했다. 고아성은 2021년 7월 모친상을 당했다.

해당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 수 122만회를 기록하며, 우리 사회에 ‘여자 상주’란 화두를 던졌다. “요즘 시대에 정말 그러느냐”는 반응도 많았지만, “나도 겪었다”며 공감을 표하는 사람도 많았다.

배우 고아성이 모친상 당시 여자 상주로서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유튜브

서울에 사는 미혼 여성인 김모(38)씨도 지난해 부친상을 당했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외동딸인 김씨가 상주 역할을 하려 하자, 장례 지도사와 친척들이 “그래도 빈소에는 남자를 상주로 세우는 게 좋다”며 완곡하게 만류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결국 작은아버지가 상주 역할을 맡았다”면서 “지난 몇 년간 아버지와 특별한 교류가 없었던 작은아버지가 상주 완장을 차고 조문객을 맞는 모습을 보니 감사하고 죄송하면서도 ‘이게 정말 맞는 걸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상주는 ‘주(主)가 되는 상제’를 말한다. 빈소 준비부터 조문객 맞이, 발인 일정과 장지 이동까지 유족 입장을 대표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으로, 장례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 흐름을 챙기는 중심 역할을 한다. 사전에는 ‘대개 장자가 (상주가) 된다’는 설명이 함께 붙어 있다. 전통적으로는 장자가 집안을 대표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장남이 맡기 어려운 경우 장손이, 그마저 어려우면 차남이나 가까운 남자 친척 등이 상주를 맡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다. 상조 업계 관계자는 “시대가 변하면서 가족 구성원이 단출해지고, 가까운 친척이라도 왕래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이를 따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일각에서 여전히 ‘여자 상주’를 어색하게 보는 경우가 있어 장례 현장에선 일단 빈소에서만이라도 남성 상주를 구해 서 있도록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 2020년 11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장례 경험이 있는 20~50대 13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주 역할과 영정 및 위패 드는 역할 등 장례식장에서 주요 역할을 남성이 맡았다는 응답이 약 95%에 달했다. 6년이 지났지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직장인 A(42)씨는 “딸만 둘 있는 집인데 자매가 다 결혼도 하지 않고, 가까운 남자 친척도 없어 큰딸인 내가 상주를 맡았다”면서 “빈소에서 ‘여자만 있으니 보기 안 좋다’ ‘이래서 집안에 남자가 있어야 한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친척 어른도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관례에 얽매이다 보면 오히려 고인을 기리고 애도하는 장례식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이정선 교수는 “상주는 무엇보다 고인과 가장 친밀한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장례 절차를 진두지휘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면서 “전통적으로는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남자, 주로 큰아들이었기 때문에 ‘남자 상주’가 많았지만, 최근엔 가족 관계가 변하면서 이제는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여성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장례 문화는 지금까지 주관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집안의 남자 어른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시대착오적이며 잘못된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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