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리센느가 깨뜨린 네 가지 편견

최보윤 기자 2026. 7. 1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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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느 원이의 개인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서 거제 출신 리더 원이(오른쪽)와 경주 출신 멤버 제나가 사투리의 매력을 듬뿍 보여주는 영상. 이들을 비롯해 메이는 고양, 리브는 수원 출신으로 최근 각각 지자체 홍보대사가 됐다./유튜브 캡쳐

국민들이 동남 방언에 이토록 열정을 쏟은 적이 있었나 싶다. 걸그룹 리센느의 거제 출신 리더 원이의 사투리 사용을 둘러싼 ‘사상 검증’ 논란 때문이다. 부산 태생이라는 이력을 무기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주장한 ‘사투리 감별법’을 시작으로, 언어학자들이 학문적 의견을 내고 현지 출신들이 ‘모국어’ 랜선 강의를 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의문문의 종류에 따라 어미 변화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감탄형 의문문에 별도의 용례가 있다는 사실이 자못 놀랍게 다가온다.

국립국어원의 연구를 인용하면, 동남 방언은 고대 신라어에서부터 중세국어의 자취를 비교적 온전히 이어받은 언어 유산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당사자들은 고통스러웠겠지만, 이런 해프닝이 사투리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새삼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리는 리센느의 성취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K팝의 세계화 속에 희미해진 한국적 정체성을 ‘지역색’이라는 독자적 방식으로 복원해낸 점이 돋보인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성장해온 서사는 낯설지 않다. 데뷔 후 2년간 공식 유튜브 채널에 1700여 영상을 올렸음에도 제대로 알고리즘 추천도 받지 못했던 현실은 그 고난에 깊이를 더한다. 그런데 지난 2월, 사투리를 전면에 내세운 원이 개인 채널 영상이 뜻밖의 입소문을 타면서 리센느는 폭발적 ‘역주행 신화’를 썼다.

사투리는 그동안 K팝 아이돌들이 감춰야 할 ‘치명적 결함’처럼 여겨졌다. 국적은 다양해도 되지만, 방언은 교정 대상이었다. 그사이 초국적성을 내세운 K팝 노래는 영어와 한국어가 뒤섞이며 어느 나라 노래인지 모호해졌고, 따라 부르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대중문화에서 ‘로컬’은 언제나 ‘촌스러움’의 다른 이름이었다. 지역 정서와 뿌리를 기반으로 한 트로트 가수가 자신들의 고장을 내세워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동안에도, 주류 트렌드세터로 완전한 인정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리센느의 ‘역주행 1위’는 언어와 지역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무력화하며 의외의 감동을 자아냈다.

조국 전 대표가 최근 SNS에 “리센느를 겨냥한 적 없다.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밝히며, 일본 멤버 미나미가 유행시킨 ‘리센느, 야호!’란 구호를 덧붙인 장면은 더 놀라웠다. ‘야호’는 일본어 ‘야호(ヤッホー)’에서 유래한 친근한 인사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NS에 ‘죽창가’를 올리며 반일 감정을 부추겼던 정치인이, 지금은 일본 젊은 세대의 인사법을 흥얼거리고 있으니, 세상은 요지경이다.

리센느가 깨뜨린 것은 ‘사투리에 대한 편견’만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성과 정체성이란 형태적 언어 현상을 넘어, 문화와 정치, 심지어 ‘국민 정서’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무의식적 경계와 편견까지 허무는 사건이자 질문이다. 이 한 걸음이 사회적 포용과 다양성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리센느 야호!"로 끝을 맺었다. /페이스북
리센느 원이의 개인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서 거제를 방문한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거제 야호!"를 외치는 장면. 원이와 미나미의 티격태격 호흡에 거제 배경까지 어우러지며 현재 10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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