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230만 복구하면 탈출”…슈퍼리치들도 국장에 학뗐다

추경아 기자(choo.kyoungah@mk.co.kr) 2026. 7. 1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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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권사 PB센터 가보니
추가 때수·신규유입은 주춤
방어주·ELS·美증시로 눈돌려
변동성 줄어야 투심 회복될 듯
고액자산가 전문 PB센터에서 고객이 전담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SK하이닉스가 230만원만 회복하면 미련 없이 전량 매도할 겁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약 30억원을 투자한 고액 자산가 A씨는 최근 담당 프라이빗뱅커(PB)에게 이렇게 말했다. 과거 같으면 주가 조정 때마다 추가 매수에 나섰겠지만 최근 이어진 급등락 장세에 지쳐 현금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5만원대부터 삼성전자를 꾸준히 사 모으던 B씨는 지난주 PB센터를 찾아 “하루에도 수차례 출렁이는 주가 차트를 지켜볼 바에야 차라리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민 끝에 국내 주식 10억원어치를 정리했다. 하지만 B씨가 삼성전자를 매도한 다음 날부터 주가가 상승 전환해 이틀 새 9% 넘게 뛰었다. 불안감에 못 이겨 1억원에 달하는 추가 수익 기회를 놓친 셈이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하루 동안에도 지수가 요동치는 이른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고액 자산가들 역시 피로감과 혼란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지난 15일 6.24% 급등하며 7200선을 회복했던 코스피는 16일 하루 만에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는 등 5~6%를 넘나드는 극단적인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PB센터에는 슈퍼리치들의 매도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삼전닉스’에 수십억 원씩 쏟아붓던 자산가들조차 “국장에 정이 떨어졌다”는 한탄을 쏟아냈다. 다만 매도 시점을 타진할 뿐 실제 행동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었다.

현장 PB들은 고액 자산가들이 ‘관망 모드’에 돌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주요 증권사 PB센터 10여 곳을 취재한 결과, 신규 유입과 추가 매수 모두 얼어붙은 실정이었다. 최선이 미래에셋증권 평촌WM센터 팀장은 “추가 매수를 권유해도 꺼리는 분위기”라며 “오히려 주식을 팔겠다는 투자자들을 돌려보내느라 전 센터가 분주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가들의 자금 여력 축소도 한몫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린 상태라 ‘지금이 저점’이란 조언에도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의미다.

전례 없는 변동성 탓에 국내 주식을 저가 매수한 투자자는 극소수였다. 지난 6월부터 자산을 현금화해 실탄을 확보해 둔 일부 자산가에 한했다. 삼성전자가 35만원일 당시 1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던 C씨는 지난 14일 해당 자금 전액을 국내 우량주에 나눠 담았다. 삼성전자 역시 수억 원어치를 다시 사들였다. 이범 한국투자증권 잠실PB센터 팀장은 “7월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두고 차익 실현을 했기 때문에 재진입에 성공한 것”이라며 “다만 신규 매수 금액의 규모 자체는 감소세”라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들의 관망세에도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섰던 ‘늦깎이’ 슈퍼리치들은 패닉셀(공포 매도) 행보를 보였다. 통상 고액 자산가들은 폭락장에도 섣불리 매도에 나서지 않는다. 일반 개인들의 매도율이 치솟는 것과 대조적이다. 자산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장세에서 부동산·예금까지 정리해 가며 코스피 상승장에 뛰어든 자산가들은 예외였다. 이들 사이에서는 매도 심리가 우세하게 작용했다.

포모에 못 이겨 주식 시장에 뛰어든 자산가일수록 공포심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PB는 “지난 4월 부동산을 정리하고 코스피 대형주를 수십억 원어치 사들인 한 자산가가 7월 초에 그중 절반 이상을 정리했다”며 “공포 매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국내 대형주 매수세가 둔화한 만큼 변동성 방어 수단을 향한 관심은 높아졌다. 삼전닉스에 쏠렸던 시선이 방어주·확정금리형 상품 등 안정적 투자처로 분산되는 추세다. 그간 소외됐던 주가연계증권(ELS)도 주목받고 있다. ELS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주와 국내 소비재 업종 등도 거론된다. 실제 국내 주식에만 30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는 한 투자자는 “이번 조정장에서 한진칼이 계좌 수익률을 방어해줬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고액 자산가들의 관망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우창 NH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부장은 “6월 이후 국내 주식 시장의 움직임은 지난 이란전쟁 당시와는 다르다”며 “고액 자산가들도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투자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변동성이 줄어야만 투심이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SK하이닉스 주가가 250만원까지 반등하는 시점에 슈퍼리치들이 대거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당 주가에 고액 자산가들의 추가 매수세가 쏠렸던 만큼, 본전 매도 심리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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