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주식 팔고 美로 갈까" 버티던 슈퍼리치도 고민

추경아 기자(choo.kyoungah@mk.co.kr) 2026. 7. 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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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권사 PB센터 가보니
추가 매수·신규유입은 주춤
"주가 반등하면 매도하겠다"
방어주·ELS·美증시로 눈돌려
변동성 줄어야 투심 회복될 듯

"SK하이닉스가 230만원만 회복하면 미련 없이 전량 매도할 겁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약 30억원을 투자한 고액 자산가 A씨는 최근 담당 프라이빗뱅커(PB)에게 이렇게 말했다. 과거 같으면 주가 조정 때마다 추가 매수에 나섰겠지만 최근 이어진 급등락 장세에 지쳐 현금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이른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면서 고액 자산가들 역시 피로감과 혼란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PB센터에는 슈퍼리치들의 매도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다만 매도 시점을 타진할 뿐 실제 행동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었다.

현장 PB들은 고액 자산가들이 '관망 모드'에 돌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주요 증권사 PB센터 10여 곳을 취재한 결과, 신규 유입과 추가 매수 모두 얼어붙은 실정이었다. 최선이 미래에셋증권 평촌WM센터 팀장은 "추가 매수를 권유해도 꺼리는 분위기"라며 "오히려 주식을 팔겠다는 투자자들을 돌려보내느라 전 센터가 분주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가들의 자금 여력 축소도 한몫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주식 비중을 크게 늘린 상태라 '지금이 저점'이란 조언에도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의미다.

전례 없는 변동성 탓에 국내 주식을 저가 매수한 투자자는 극소수였다. 지난 6월부터 자산을 현금화해 실탄을 확보해 둔 일부 자산가에 한했다. 삼성전자가 35만원일 당시 1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던 B씨는 지난 14일 해당 자금 전액을 국내 우량주에 나눠 담았다. 삼성전자 역시 수억 원어치를 다시 사들였다. 이범 한국투자증권 잠실PB센터 팀장은 "7월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두고 차익 실현을 했기 때문에 재진입에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액 자산가들의 관망세에도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섰던 '늦깎이' 슈퍼리치들은 패닉셀(공포 매도) 행보를 보였다. 통상 고액 자산가들은 폭락장에도 섣불리 매도에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예금까지 정리해 가며 코스피 상승장에 뛰어든 자산가들은 예외였다. 이들 사이에서는 매도 심리가 우세하게 작용했다.

포모에 못 이겨 주식 시장에 뛰어든 자산가일수록 공포심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규범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3센터 이사는 "지난 4월 부동산을 정리하고 코스피 대형주를 수십억 원어치 사들인 한 자산가가 7월 초에 그중 절반 이상을 정리했다"며 "공포 매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국내 대형주 매수세가 둔화한 만큼 변동성 방어 수단을 향한 관심은 높아졌다. 삼전닉스에 쏠렸던 시선이 방어주·확정금리형 상품 등 안정적 투자처로 분산되는 추세다. 그간 소외됐던 주가연계증권(ELS)도 주목받고 있다. ELS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대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주와 국내 소비재 업종 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고액 자산가들의 관망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변동성이 줄어야만 투심이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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