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최고령 환경기사 "도전엔 나이 없죠"
'환경기사 3종세트' 취득한 백병두 씨
40년 넘게 옥외 광고 영업
69세 공부 시작…6년 만에 합격
고향 폐기물 처리시설 운영 목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용기 됐으면"

“70세면 은퇴할 나이인데 환경기사를 딴다니까 다들 미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백병두 씨(75·사진)는 17일 인터뷰에서 6년간의 수험생활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만 69세에 공부를 시작해 6년 만인 올해 4월 ‘환경기사 3종 세트’로 불리는 수질환경기사·대기환경기사·폐기물처리기사 자격증을 모두 취득했다. ‘공대생조차 쉽게 따지 못해 포기하는 시험인데 문과 출신이 어떻게 합격하냐?’는 주변 만류에도 최고령 합격자가 됐다. 그는 “100세 어머니와 가정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컸다”며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해내 행복하다”고 말했다.
◇전교 꼴찌에서 7수 끝에 서울대 합격
백씨는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어렸을 적 만화책방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낼 정도로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중학교 졸업 후 재수로 서울고에 입학했지만, 문과 183명 가운데 181등으로 꼴찌를 면치 못했다. 담임교사에게 “갈 대학이 없다”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문턱도 밟지 못한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서울대 법대에 진학해 판·검사가 되는 것을 평생의 꿈으로 여겼다고 한다. 백씨는 “대학 입시에 일곱 번 도전한 끝에 1977년 기적적으로 서울대 사회계열에 합격했다”며 “입학 후 법학이 적성과 맞지 않아 결국 경영학과를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서울대 졸업 후 탄탄대로를 걸을 거라 상상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7수로 대학에 간 탓에 1951년생인 그는 당시 1953년생까지 지원할 수 있었던 한국은행과 금융권 입사에 잇달아 실패했다.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1986년 고교 동창이 임원으로 있는 중소 광고대행사에 합류하며 광고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995년엔 대학 과 선배가 운영하는 대형 옥외광고회사로 자리를 옮겨 광고 영업을 했다. 광고주와 옥외광고 매체를 연결해주는 일이 주된 업무였다.
◇환경기사 3관왕, 70대에 ‘인생 2막’
30여 년간 광고 영업맨으로 일한 백씨는 6년 전 은퇴를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남은 인생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고향인 충남 서천군 장항읍의 부족한 폐기물 처리시설을 직접 운영해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는 “시설을 운영하려면 환경기사 자격증이 필수라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곧바로 수험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낮엔 옥외광고 영업을, 밤부터 새벽까지는 시험공부를 병행하며 회사와 독서실을 오갔다. 수많은 공식이 안 외워질 때마다 100세 어머니와 아내, 두 아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했다. 졸리면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책상에 앉는 생활을 6년간 반복한 끝에 자격증 세 개를 모두 땄다.
1차 목표인 관련 자격증을 모두 취득한 그의 최종 목표는 고향에 폐기물 처리시설을 짓는 것이다. 그는“고향에도 일자리가 생겨야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며 “폐기물 처리시설을 유치해 고용을 늘리고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롤모델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다. 백씨는 “정 회장의 ‘해봤어?’라는 말이 제 삶을 이끌어준 한마디였다”고 했다. 이어 “없던 길도 누군가 먼저 걸어가면 길이 된다”며 “제 이야기가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작은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진영 기자 real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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