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빵은 없나요?… 이천쌀·도자기로 ‘한상’ 이진상회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9)]

신현정 2026. 7. 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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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할아버지가 잡화점 시작
도자기 제작·판매로 전국에 납품도
손자 이원문 대표, 베이커리 카페로
이천쌀로 도자기에 굽고 함께 팔아


한 지역에서 유명한 생산물을 두고 ‘특산물(特産物)’이라고 부릅니다. 부산의 기장 미역, 논산의 딸기, 광주의 무등산 수박처럼 지역마다 자신들만의 특산물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면, 경기도는 어떨까요. 서울, 인천과 함께 수도권으로 묶인 경기도는 도심 이미지가 강해 대표적인 특산물이 있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에는 판교처럼 에너지 넘치는 도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어촌이 모두 있습니다. 당연히 31개 시·군마다 그 지역 특성에 맞는 특산물이 있는데요. 쌀, 포도, 율무 등 지역 특색에 따라 종류도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그 ‘변신’이 눈길을 끕니다. 단순 1차 생산물에 그치지 않고 특산물을 활용해 특산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는 우리가 몰랐던 경기도 지역의 특산물을 알리고, 이를 새롭게 개발·판매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천 이진상회는 이천시 특산물인 쌀과 도자기를 활용한 ‘백반한상’을 팔고 있다./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한국인들은 ‘밥’으로 안부를 묻습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식사하셨나요’, ‘언제 한 번 밥 한 끼 하시죠’처럼 상대방의 끼니를 챙기며 인사를 건네곤 합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밥이란 단순 음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며 쌀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인이라면 갓지어 연기가 폴폴 나는 뜨끈한 쌀밥 앞에서 숟가락을 들지 않긴 힘들죠.

이천시에는 500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임금님표’ 쌀이 재배됩니다. 이천 쌀밥은 조선 성종실록에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 세종대왕의 영릉에서 성묘를 하고 돌아가던 성종이 이천에 들러 밥을 먹고 그 맛에 감탄해 수라상까지 오르게 됐다고 알려져 있죠. 이천시는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고 지하수를 이용해 쌀을 재배합니다. 특히 밥맛을 올리는 티아닌, 니아신 등이 상대적으로 많아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쌀 맛집입니다.

쌀이 유명하다 보니 이천에는 쌀밥과 각종 반찬, 보리굴비 등 메인 반찬까지 정갈하게 나오는 한정식집을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중 이천 도자기에 이천 쌀을 이용해 구운 빵으로 ‘백반 한상’을 차리는 곳이 있습니다. 1960년대 잡화점으로 시작해 베이커리 카페로 성장한 ‘이진상회(李鎭商會)’인데요. 오늘의 우리동네 스페셜리티를 찾아서는 이천 특산물로 빵을 굽는 이진상회 이원문 대표와 이순기 제빵사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천 도자기와 쌀의 달콤한 만남

이천 ‘이진상회’ 이순기 제빵사./김도윤PD lkjkdy02@kyeongin.com

1960년대 이진상회는 잡화점이었습니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매장이 자리잡기 전이었던 그 시절, 잡화점은 의류, 가구, 소비재 등을 구할 수 있는 곳이었죠. 그 당시 이진상회는 이원문 대표의 할아버지가 운영하셨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잡화점은 도자기 판매점으로, 지금은 베이커리 카페까지 확장을 하게 됩니다.

원래는 오랜 시간 이진상회 대신, ‘이진도예’, ‘이진도기’라는 이름의 도자기 판매점으로 운영했는데요. 직접 만드는 도자기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도자기를 수입해 전국에 유명한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에 판매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손자인 이원문 대표가 함께 일을 시작하며 이렇게 좋은 도자기에 우리도 빵과 커피를 담아 판매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2018년 작은 베이커리 카페 문을 연 게 시작이었습니다.

이천 이진상회 외부모습./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이순기 제빵사, 이천지역 특성 살려
고민끝 시그니처 제품 ‘백반 한상’ 개발
입소문 타며 인기… 다양한 쌀빵 판매

“도자기를 워낙 오랜 시간 판매해서 전국에 유명한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거의 다 알고 있어요. 좋은 도자기를 좋은 곳에 판매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도자기에 우리가 만든 걸 넣어서 팔면 어떨까. 도자기 사업과 베이커리 사업을 접목해 발전시켜보자는 생각으로 (카페를) 시작했죠”

이원문 대표는 가정집 옆에 작은 카페를 열며 할아버지 때부터 사용하던 이진상회라는 명칭도 다시 꺼냈습니다. 여기에 대전 성심당 등을 거치며 제빵을 배운 이순기 제빵사가 힘을 합쳤습니다. 이순기 제빵사는 이진상회 문을 함께 열며 이진상회만의 시그니처 제품을 고민했는데요. 이진상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색 있는 빵은 무엇일까 고민했죠. 그때 이천하면 유명한 것, 하이닉스와 도자기 그리고 쌀이 떠올랐고 이진도예에서 만드는 도자기에 빵을 구워보기로 했습니다.

이천 이진상회는 도자기 매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이진상회 옆에 위치한 도자기 매장 내부 모습./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빵을 다 먹고 나면 도자기를 가져갈 수 있는 ‘백반 한상’입니다. 이름처럼 쌀과 된장찌개 그리고 계란 후라이가 메뉴인데요. 겉은 수북한 쌀밥, 된장찌개, 노른자가 올라간 계란 후라이 같지만 안에는 달콤한 빵이 들어있습니다. 3가지 제품은 모두 이천 쌀을 이용합니다. 쌀밥처럼 보이는 빵 속은 연유가 들어가 촉촉하고 계란 후라이 안에는 부드러운 빵과 산딸기크림, 그리고 망고로 노른자를 표현했습니다. 된장찌개는 구수한 이름과 달리, 속에는 크림치즈를 베이스로 한 빵이 들어갑니다.

처음 출시할 때는 쌀밥, 된장찌개, 계란 후라이에 이어 꽃을 얹은 화분까지 있었는데 백반 한상의 3가지 제품을 많은 사람이 찾으면서 화분은 이제 팔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천 이진상회는 이천시 특산물인 쌀과 도자기를 활용한 ‘백반한상’을 팔고 있다./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저의 좌우명이 ‘생각하면 실천하라’인데,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천에 유명한 도자기와 쌀을 접목해보자 생각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었죠. 2018년에 카페 열고 2019년에 (백반 한상을) 출시했는데 처음에는 반응이 없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많이 팔렸어요. 또 다 먹고 나면 도자기도 가져갈 수 있으니까 (손님들이) 좋아하죠”

이순기 제빵사는 가정집 옆에서 작게 시작한 이진상회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9년째 함께 일하고 있는데요. 백반 한상 외에도 이천 쌀을 이용해 다양한 쌀빵을 만듭니다. 특히 쌀을 이용해 빵을 만들어 소화가 잘되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식감도 좋다는 게 이진상회 빵의 매력으로 꼽았습니다.

“백반 한상말고도 쌀 카스테라로 홍차, 쌀, 쑥 이렇게 3가지가 있는데 손님들이 많이 찾아요. 매번 손님들 반응을 보면서 어떤 빵을 좋아하는지 보고 우리만 만들 수 있는 특색 있는 빵, 새로운 빵을 매일 고민하죠”

이천 이진상회 외부모습./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지금의 이진상회는 단순 베이커리 카페는 아니었습니다. 5천평 규모에는 빵집과 도자기 판매점, 밥집 등이 있고 각 건물 주변에는 해외에서 수입한 다양한 소품이 전시되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이순기 제빵사는 물론, 이원문 대표의 꿈은 하나였습니다. 대전의 성심당처럼, 이천의 빵집 하면 이진상회를 떠올 수 있게끔 알리고 싶다고 합니다.

“이진상회는 저한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에요. 그전까지는 잘 안풀렸는데 이진상회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빵도 많이 만들어보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곳이거든요. 전국에서 이천하면 이진상회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게 작은 소망이죠”

이천 이진상회 내부모습./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이원문 대표 역시, 베이커리 카페가 많이 생기는 시장 속에서 이진상회가 살아남을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곳이고 1960년대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이름까지 가져와 카페를 열었으니 더 많이 알리고 키워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천에도 워낙 경쟁력 있는 카페들이 많아요. 그래서 매일 빵 품질이나 맛에 신경을 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오던 것이니까 애착도 있고 이천은 물론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한테 이진상회를 많이 알리고 싶어요”

/신현정 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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