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장벽’으로 출렁이는 코스피 잡을 수 있을까[경제뭔데]
투자자 “효과 없다” “투기수요 줄 것” 갑론을박
변동성 본질은 AI·반도체 업황이라는 지적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에 자금의 최대 2배를 투자할 수 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두 달도 안 돼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지난 16일, 금융당국이 투자 요건을 강화하면서입니다. 일단 ‘삼전닉스’ 이외의 종목을 기반으로 한 ETF의 신규 출시는 중단됩니다. 증권사에 넣어야 하는 예탁증거금도 주식을 포함한 현금 1000만원에서 오로지 현금 3000만원으로 오릅니다. 매매 최소 단위는 1주에서 20주로 확대됩니다. 증거금 상향은 오는 8월부터, 최소 주문단위 인상은 11월부터 시행됩니다.
왜냐구요? 레버리지 ETF가 우리 증시의 변동성, 그러니까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폭을 키우면서 시장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문턱을 높인 겁니다.
실제로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지난 5월 27일 이후 말도 안되는 변동성에 현기증을 느끼신 개인 투자자들이 많을 겁니다. 이 사이 총 36거래일 동안의 평균 일중 변동률은 5.46%을 기록했습니다. 하루 평균 5% 이상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했다는 겁니다. 이 기간 코스피에 발동된 사이드카만 총 19회(매수 9회·매도 10회) 인데요, 올해 전체 사이드카 횟수(37회)의 절반 이상이 이 짧은 기간에 몰렸습니다.
정부가 부랴부랴 보완책을 낸 것도 이해는 갑니다. 그러면 정말 효과가 있어야 할텐데요.
이번주 [경제뭔데]에서는 레버리지 투자의 문턱을 높인 이번 대책이 얼마나 한국 증시의 ‘출렁임’을 억제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변동성 축소 힘들 것 vs 투기 수요 줄어든다
“효과가 있을까? 최소 20주씩 매수하도록 유도하는거랑 뭐가 다름?”
“생각보다 3000만원 없는 애들 많다. 효과 있을 듯.”
대책이 나오자마자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주식투자 게시판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갔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따르면 지난 한달간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종에 총 7조3364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는데요, 이 가운데 상당수 자금이 개미(개인투자자) 주머니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보완책이 개미들의 투심을 억누를 수 있을지, 전망은 엇갈립니다.
이번 대책이 효과가 없을 거라고 보는 쪽에서는 “뜨거운 투심을 이 정도로는 막을 수 없다!”는 논리를 폅니다. 한 게시판 이용자는 “그렇다고 개인이 레버리지를 안 하겠냐? 오히려 대출을 더 받지. 되도 않는 궁여지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긍정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한 게시판 이용자는 “3000만원을 (증거금으로) 들고 (그 중)1000만원으로 2배 레버리지 투자를 할 바에, 그 2000만원으로 본주를 사는게 안정적임. 수급은 확실히 줄어들 것 같음”이라고 썼습니다. 최소 예탁금이 1000만원에서 3000만원로 상향되면서, 3000만원의 2배인 6000만원 이하 금액대에서는 레버리지를 사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비슷하게 나뉩니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1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돈 많은 사람들이 욕심을 가지고 하는 곳”이라며 “높아진 허들이 돈 가진 사람을 본질적으로 막는 레벨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로서는 나름 할 수 있는 조치로 최선을 다했지만 이것만으로 변동성이 축소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투기적 거래 수요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 주가연계워런트(ELW)나 선물·옵션 증거금을 상향했을 때도 효과가 컸다는 선례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또 “3000만원 미만 계좌가 거의 대부분이라 문턱 효과가 클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는 매매 단위를 20주로 확대한 조치가 ‘오히려 과잉 투자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 역시 “단주(1주) 거래가 많을수록 투기적 거래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규제를 ‘시장 안정’보다 ‘투자 기회 제한’라는 불만도 내놨습니다. 크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막고 있다는 ‘사다리 걷어차기’ 주장입니다. 블라인드 주식투자 게시판에는 “내가 사겠다는데 국가가 나서서 틀어막느냐” “(정부가)걷어찰 수 있는 사다리는 다 걷어차는 듯” 이라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어디까지나 ‘부차적’
잠깐, 레버리지 ETF가 어떻게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걸까요?
레버리지 ETF 상품 구조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매일 종가 기준으로 목표 배율(2배)을 다시 맞춥니다. 예를 들어 순자산(AUM) 100억원짜리 2배 레버리지 ETF가 있다면, 실제로 사들인 주식은 그 2배인 200억원어치입니다.
이날 기초자산이 10% 오르면, 들고 있는 주식 규모는 200억원에서 220억원으로 늘어나고, AUM도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늘어납니다. 다음 날에도 ‘AUM의 2배만큼 주식을 들고 있다’는 원칙을 지키려면, 주식 보유 규모는 AUM(120억원)의 2배인 240억원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220억원이 돼 있으니, 그 차이인 20억원어치를 추가로 더 사들여야 하는 겁니다.
반대로 기초자산이 떨어지면 같은 논리로 주식을 추가로 팔아야 합니다. 결국 오르는 날은 더 사고, 내리는 날은 더 팔게 되면서 원래 있던 상승·하락 흐름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의 이런 메커니즘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일 뿐, 최근 코스피의 극단적인 변동성을 설명하는 주된 요인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증권사 고위 임원은 “미국에는 테슬라 3배 ETF도 있지만, 테슬라가 전체 나스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반도체 주가를 향한 의구심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시가총액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커진 상황에서 반도체 종목에서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핵심이라는 거죠.
이효섭 선임연구위원도 “반도체 글로벌 쏠림, 외국인 순매도, 금리 인상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 큰 변수”라고 말했습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레버리지 ETF가 “기존 추세를 증폭시키는 구조이지, 장중 추세를 반전시키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은 장 마감 시간의 ‘종가’ 맞춰 이뤄지지만, 최근 코스피 변동성은 오후보다 오전에 더욱 크게 증가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염 연구원은 “최근 변동성 확대는 오히려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 역시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날 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4.3% 급락했고, 샌디스크는 12.6% 떨어졌습니다. SK하이닉스 ADR도 전날 9.0% 하락한 데 이어 이날 13.69% 추가로 밀렸습니다.
정부가 코스피 지수의 ‘증폭기’ 역할을 한 국내 레버리지 ETF에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증시를 흔드는 본질인 글로벌 반도체 수요와 가격까지 통제할 수는 없겠죠.
17일은 공휴일이라 국내 증시는 쉬어갑니다. 정부의 레버리지 ETF 대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글로벌 반도체 투자심리가 국내 증시를 어디로 끌고 갈지는 20일 월요일 장에서 확인될 전망입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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