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결과는 정상인데 왜 아프지?"… 근전도로 못 잡는 '소섬유신경병증' 어떻게 진단할까 ⑥ [손끝에서 발끝까지]

이새별 기자 2026. 7. 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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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전도·신경전도검사는 굵은 신경섬유의 손상을 확인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가늘고 작은 신경섬유의 이상은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손발이 저리거나 통증이 나타나 말초신경질환이 의심되면 병원에서는 감별진단을 위해 근전도검사(EMG) 및 신경전도검사(NCS)를 시행한다. 그런데 분명히 증상은 느껴지는데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환자들은 "신경에는 문제가 없다"라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지만, 통증은 여전히 계속된다.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는 근전도·신경전도검사가 모든 신경 질환을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검사는 굵은 신경섬유의 손상을 확인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통증 및 온도 감각을 전달하는 가늘고 작은 신경섬유가 손상된 경우에는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소섬유신경병증(small fiber neuropathy)'이다. 

이에 검사 결과와 증상이 일치하지 않을 때 어떤 질환을 의심해야 하는지, 말초신경질환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 진단 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신경외과 손성 교수(가천대학교 길병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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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전도·신경전도검사, 무엇을 보는 검사인가
말초신경질환이 의심될 때 시행하는 근전도검사와 신경전도검사는 흔히 하나로 묶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측정하는 대상이 다른 별개의 검사다. 신경전도검사는 팔다리의 신경을 피부 위에서 전기로 자극한 뒤 신호가 신경을 따라 얼마나 빠르고 크게 전달되는지를 측정하고, 근전도검사는 가는 바늘 전극을 근육에 직접 삽입해 그 근육이 신경의 명령을 제대로 받아 움직이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손성 교수는 "신경전도검사는 전선(신경)이 끊어지지 않고 전기가 잘 흐르는지를, 근전도검사는 전선이 이어진 콘센트에 꽂힌 기계(근육)가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를 보는 검사"라며 "두 검사는 대개 같은 날 함께 시행되며 서로 보완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MRI나 신경초음파 같은 영상검사도 말초신경 질환 진단에 함께 활용된다. 근전도·신경전도검사가 신경의 '기능'을 보는 검사라면, 영상검사는 신경의 '구조와 모양'을 눈으로 확인하는 검사다. 기능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됐지만 원인이 불명확하거나, 기능검사가 정상인데도 증상이 뚜렷할 때 영상검사를 추가로 시행해 구조적 원인을 찾는다.

검사는 정상인데 증상은 그대로… 소섬유신경병증을 놓치는 이유
근전도·신경전도검사는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압박성 신경병증, 척추 기원성 신경근병증, 길랑-바레증후군 같은 탈수초성 질환, 루게릭병 등 운동·근육 관련 질환에서는 진단 정확도가 높다. 반면 통증·온도·자율신경 기능을 담당하는 가는 신경섬유(Aδ섬유, C섬유)가 선택적으로 손상되는 소섬유신경병증은 통증이나 이상 감각 등 증상은 뚜렷한데 근전도·신경전도검사에서는 정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다른 질환이 배제된 후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섬유신경병증은 당뇨병·만성 알코올·특정 약물·자가면역질환·아밀로이드증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발병하면 운동을 담당하는 굵은 신경은 비교적 온전하기 때문에 근력 저하나 반사 소실 같은 객관적 소견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환자는 화끈거리는 느낌·찌르는 듯한 통증·이질통·감각 저하 등을 호소한다. 통증은 주로 발끝에서 시작해 서서히 위로 올라오는 양말·장갑 모양의 분포를 보이며, 땀 분비 이상이나 기립 시 어지럼증 같은 자율신경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손성 교수는 "근전도·신경전도검사는 굵고 말이집(myelin)이 잘 형성된 신경섬유의 전기 신호를 측정하는 방식인데, 소섬유는 매우 가늘고 말이집이 거의 없어 이 신호를 표준 검사 장비로는 이 신호를 잡아낼 수 없다"라며 "환자는 분명히 저리고 아픈데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성 교수 | 출처: 가천대학교 길병원

'저리다' 한마디보다 구체적으로… 증상 기록이 진단을 바꾼다
근전도·신경전도검사가 정상인데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소섬유 기능을 직접 평가하는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가장 표준적인 방법은 피부 생검을 통한 표피내신경섬유밀도 검사다. 발목이나 허벅지 피부를 3mm 정도 국소마취 후 채취해 표피 내 신경섬유 밀도를 현미경으로 직접 측정하는 방법으로, 소섬유신경병증 진단의 표준검사로 인정받고 있다. 이외에도 온도·통증 역치를 측정하는 정량적 감각 검사, 자율신경 기능을 평가하는 정량적 발한 축삭 반사 검사 등이 보조적으로 활용된다.

다만 이런 검사들은 모든 병원에서 시행되지는 않는다. 손성 교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이런 정밀 검사보다 증상의 양상, 발끝에서 시작해 위로 진행하는 분포, 자율신경 증상 동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소섬유신경병증을 의심하고, 원인 질환 검사를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그 양상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순히 '저리다'는 표현보다 '발끝이 화끈거리면서 양말을 신은 것 같은 느낌이 발목까지 올라온다'처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검사 결과만 믿다간 치료 시기 놓친다… 증상 있다면 적절한 치료 시작해야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말은 '신경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 검사로는 문제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뜻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 결과와 관계없이, 증상이 지속된다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된다. 첫째는 원인 질환 치료다. 예를 들어, 당뇨병성인 경우 혈당 조절이 중요하며, 원인 질환을 교정하는 것만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많다. 둘째는 증상 조절로, 신경병증성 통증 약이나 항우울제 계열 약물 등이 사용된다. 초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면 상당수 환자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는 수준까지 호전될 수 있다.

손성 교수는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꾀병인가, 신경성인가'라는 생각에 위축되는 환자들을 진료실에서 자주 만난다"라며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서 통증이 실재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근전도·신경전도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더라도 진단이 끝난 것이 아닌 만큼, 필요하다면 추가 검사나 타 분야 전문가와의 협진을 적극 고려해야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이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새별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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