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냐 경찰이냐… 보완수사권, 그 질문부터 잘못됐다

장윤기(23)가 이채원(17) 학생을 살해한 사건을 수사한 광주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박아무개 경감이 장윤기에게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법정형이 무거운 강간살인죄(사형 또는 무기징역)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경찰이 2026년 7월15일 공표했다. 박 경감은 증거은닉,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이날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구성한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특수단)이 밝힌 박 경감의 피의사실은 아래와 같다.
먼저, 장윤기의 주거지와 차에서 발견된 리얼돌(여성의 외형을 본뜬 성인용품)과 케이블타이를 팀원들에게 압수하지 말라고 했다. 가슴과 목 부분이 훼손된 리얼돌과 결박 도구인 케이블타이는 장윤기의 살인 범행 동기가 강간 등 성폭력이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물로 평가된다. 박 경감은 나아가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장윤기 집 비밀번호와 자동차 열쇠를 전달하라고 팀원에게 지시했다.
수사 서류도 감췄다. 박 경감은 장윤기 살인 범행에 성적 동기 개입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긴 광주경찰청 과학수사계의 장윤기 면담 결과 보고서를 전달받고도 사건기록에 편철하지 않았다. 또 에스비에스(SBS)가 ‘장윤기 아버지가 리얼돌을 폐기했다'고 처음 보도한 다음날인 7월2일 광주경찰청이 ‘장윤기 사건을 5월14일 검찰에 송치할 때 누락된 서류를 모두 검찰에 추송하라’고 광산서에 지시했는데, 박 경감은 케이블타이가 채증물로 적시된 현장감식결과 보고서를 추송 서류에서 제외하라고 팀원에게 지시했다.
박 경감은 압수되지 않은 증거들에 대해 ‘살인의 주요 증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특수단은 장윤기 사건 발생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광산서장 김아무개 경무관과 광산서 형사과장 박아무개 경정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해 이들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보완수사권 논쟁 다시 불붙인 ‘장윤기 사건’
특수단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내용은 경찰 스스로 포착한 사실이 아니다. 광산서로부터 장윤기 사건을 송치받은 광주지방검찰청이 보완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정황들이다. 광주지검은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의 살인 범행 관련 죄명을 강간살인죄로 변경해 장윤기를 6월2일 구속기소했다.
이처럼 검사의 보완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법률은 두 가지다. 하나는 2026년 10월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서 함께 폐지될 예정인 검찰청법이다. 2022년 5월 일부 개정된 검찰청법은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등으로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제한했다. 다른 하나는 현행 형사소송법(형소법)이다.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법령 위반, 인권침해 등의 시정 요구를 사법경찰관이 이행하지 않는 경우 등 형소법이 정한 조건에 따라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해당 사건과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가 가능하다.
검사의 보완수사는 경찰 수사에서 미진했던 점, 또는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경찰의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일부 의원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의 형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일명 ‘검수완박’(검사의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장해온 민주당과 혁신당 의원들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거나 해결할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분이 커지자 일부 민주당 의원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형소법 개정안을 따로 발의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주도로 2026년 3월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폐지와 존치 의견이 팽팽한 사안이었다. 공소청법은 검사의 직무에서 ‘범죄 수사’와 ‘수사 개시’ 권한을 모두 뺐다. 검찰청법은 곧 폐지된다. 이제 검수완박을 원하는 쪽에서 추가로 하려는 일이 현재 검사의 보완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형소법 조항의 삭제다. 그러나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했을 때 발생할 부작용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최근 경찰의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 정황이 드러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검찰개혁추진단이 2026년 3~5월에 주최한 8차례의 토론회와 공청회에서 제시된 주요 의견을 바탕으로 양쪽 입장을 정리했다.

보완수사권 뒤에 남는 검찰권 남용
최호진 단국대 교수(법학)는 3월27일 토론회에서 보완수사 절차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형사소송 사건은 처음부터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제한된 시간과 인력이라는 제약 속에서 만들어진 유동적인 가설이다. 사건 개념의 가변성, 역동성을 고려하면 형사사법 제도 설계상 재검토와 보완 절차는 필요하다. 초기에는 에이(A)라는 사실로 보였던 것이 새로운 증거가 나타남에 따라 비(B)라는 사실로, 다시 시(C)라는 사실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형사사법 절차의 본질이다. 따라서 특정 시점의 수사 결과가 실체적 진실과 다르다고 하여 그걸 무조건 틀린 오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토론회 참석자 가운데 보완수사 절차의 필요성을 부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쟁점은 ‘누가 보완수사를 할 것인가’이다.
강동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3월16일 토론회에서 수사권 남용을 우려하며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검사는 경찰이 (어떤 피의자에게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서) 송치한 사건뿐만 아니라 불송치 결정을 했으나 사건관계인의 이의신청으로 송치된 사건 등을 단서로 삼아서 얼마든지 새롭게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검사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독점적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갖고 있다”며 “검사의 수사권은 영장청구권, 기소권과 결합해 무소불위의 권력 작용을 한다. 그래서 피의자가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으면 마치 영장을 청구할 것처럼 피의자를 압박해서 특정 진술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년 10월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무죄 판결을 하며 검찰의 수사 방식을 지적했다. 당시 재판부는 “본건(김범수 사건)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피의자나 관련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다른 사건을 이용해 피의자나 사건 관계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사’를 검사 출신 임수빈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평산)는 ‘타건 압박 수사’라고 정의하기도 했다.(책 ‘검사님 지금 잘못하고 계신 겁니다’, 스리체어스 펴냄, 2017)

직접 보완수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그러나 체포, 구속,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 권한이 보완수사의 실효성을 담보한다는 반론도 있다.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체포 가능성이 있는 강제수사가 있기 때문에 임의수사(강제력 없이 수사 대상의 동의 또는 승낙을 받아 행하는 수사)가 실효성이 있는 것이고, 압수수색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나마 (피의자나 사건 관계인이) 허위 진술을 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3월16일 토론회)
이에 검사의 보완수사권 남용 가능성 통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홍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월27일 토론회에서 “결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수사기록이 갖추어진 상황에서 검사가 기록을 통해서만 증거 사이의 논리적 간극을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후속 판단자가 대안적 가설을 고려해서 독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으려면 대안적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반증을 스스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수단이 바로 보완수사권이 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홍 교수는 이어 법관이 수사기록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원진술자(조서 등 수사기관이 생성한 기록에 진술을 남긴 사람)를 직접 조사해 신선하고 정확한 심증을 형성하도록 하는 공판 단계의 직접심리주의에 빗대 ‘검사도 기록된 진술의 정확성에 의심이 있으면 관계자를 직접 대면해 그 신빙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기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호진 교수는 검사의 수사 개시를 금지하고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체제를 원칙으로 하되, 보완수사 요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법적 비상 상황”에 한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공소시효가 임박한 경우, 사이버범죄나 기술유출 사건에서 디지털 증거가 불가역적으로 휘발될 우려가 현저한 경우, (보완수사 요구에 대한) 수사기관의 반복적 불이행, (검사가) 중대한 인권침해 및 위법수사 정황을 포착한 경우 등 형사사법적 비상 상황에서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는 수사기관의 수사권을 침해하는 도구가 아니라, 보완수사 요구라는 통상적인 절차로는 도저히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가동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홍진영 교수는 “적어도 ‘보완수사 요구가 부당한 사건 지연을 초래할 경우’가 예외에 추가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의 불이행이 있고 그 불이행 취지에 비추어 재요구의 이행도 기대하기 어렵다면 곧바로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복 불이행까지 기다리도록 하는 것은 절차 관계인(피의자, 피해자 등)에게 절차 지연으로 인한 고통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검찰 칼 빼앗아 중수청에?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곧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권 독점으로 이어진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쪽에선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권 남용 문제는 공소청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기소 여부 결정권으로 통제가 가능하고, 사법경찰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직무배제 또는 징계 요구 등 현행 형소법상의 통제 장치를 활용하면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규현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평산)는 그것이 실효성 있는 통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과거 ‘정치 검찰’로 불린 검찰의 직접 수사권 오남용 사건들에서도 법원이 영장 청구를 기각하거나 무죄·공소기각 판결로 검찰의 과잉수사를 통제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중수청이나 경찰이 과잉수사를 벌였을 때 검사가 (그들이 신청한) 영장을 기각하거나 불기소할 수 있을까? 못할 거라고 본다. 검사나 법관이 사악해서 그런 게 아니다. 수사기관이 자신들한테 유리하게 수사기록을 가공하려는 유인을 가지는 그 한계 때문에 그렇다.”(3월27일 토론회)
일례로 지금의 중수청법은 검사의 수사권 남용 우려의 근거로 지적돼온 검찰청법의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조항을 사실상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중수청은 중수청법에서 정한 ‘중대범죄’뿐만 아니라 공소청·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원 소속 공무원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가목’), 국가기관이 중수청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도록 규정한 범죄(‘나목’), 그리고 중대범죄 및 가목·나목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수사가 가능하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표적 수사나 별건 수사(본래 의도했던 사건 수사를 위해 다른 사건을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정작 중수청이 ‘직접 관련성 범죄 수사’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다.
김규현 변호사는 “검사가 ‘왜 보완수사 요구 이행 안 하세요? 징계할 겁니다’라고 해도 수사관(경찰·중수청) 입장에서는 ‘나는 검사님하고 견해가 다르다. 보완수사 요구 이행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라고 하면 의견 차이다. 견해 차이로는 징계할 수가 없다”며 “우여곡절 끝에 징계한다고 해도 (경찰과 중수청의 소극 수사, 사건 암장으로) 도망갔던 범인이 잡히고 없어졌던 증거가 살아나지 않는다. 원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고통이 계속 가중된다”고 짚었다.

수사권보다 먼저 물어야 할 시민의 권리
지금의 형소법 개정 논의가 정치권이 집착하는 권력기관의 권한 배분 관점에서 벗어나 국민의 사법적 편의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토론회에서 꾸준히 나왔다. 다음은 이은의 변호사(이은의 법률사무소)가 4월8일 토론회에서 ‘2011년 고교 유도부 코치 손아무개씨가 신아무개 선수를 성폭행한 사건’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나중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뒤에 검찰에서 네 번, 다섯 번을 불러 조사하면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났다. 이런 사건들이 지금 한둘이 아니다. 피해자들이 나를 만나면 이렇게 묻는다. ‘변호사님, 판사 복이 중요하다던데 어떡하죠?’ ‘어떤 경찰관이나 검사를 만나느냐(사건 배당)가 중요하다는데, 우리가 정할 수 있나요?’ 오늘날 많은 국민이 공유하는 가장 큰 걱정과 두려움은 정치적 이슈나 탄압의 문제이기보다, 나와 내 가족이 범죄 피해자나 범죄 피의자가 될 때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하고 법리와 형평성에 맞게 판단할 것이냐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경찰과 검찰은 모두 이런 기대와 비판을 동시에 받아왔다. 국민이 갖는 공포와 배신감이 정부나 사법부만이 아니라 입법부에도 향하고 있듯이, 수사기관을 향한 국민의 공포와 배신감은 검찰만이 아니라 경찰에도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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