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합치면 강군 되나…한국군이 먼저 바꿔야 할 것 [박수찬의 軍]
미군은 학교 대신 합동제도부터 바꿨다
자퇴·조기전역 늘어나는데…해법은 처우 개선
국방부가 16일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에 대한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합동성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이 더 급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사관학교 통합을 놓고 논란이 증폭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군대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사관학교 통합을 지지하는 측은 합동성 증진을 위해선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동성 근간은 국군이라는 정체성”이라며 “국군 정체성을 갖고 공통교육을 받은 뒤 각 군에 맞는 교육, 임관 후 병과교육, 소·중령 시기의 합동 교육으로 완성해나간다. 처음에 국군이라는 뿌리를 같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군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기 군을 깊이 알면서 다른 군의 강·약점 등을 알아야 한다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이는 오케스트라의 원리와 같다.
오케스트라는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이 음악인의 정체성을 지닌 채, 각자의 악기 연주법을 완벽하게 익히고 나서 서로 하모니를 맞춘다. 이를 통해 복잡한 교향곡·협주곡을 연주한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각 군의 전문성을 확립하고 나서, 그 전문성들이 조율·결합되어 합동성의 원리를 구현할 때 진정한 시너지가 나온다.
이를 위해선 구성원의 경험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영국의 석학 찰스 제닝스 등이 제시한 ‘70:20:10 인재육성 모델’에 따르면, 구성원의 학습과 성장은 임무를 수행(70%)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20%)이 대부분이다. 교육의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이때 상급자 멘토링과 동료의 조언, 임무 수행 과정에서의 경험 등을 통해 전문성을 쌓고, 도전적인 임무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이는 중견 간부 시기 합동군사대학교에서 타 군 장교들과 만나 합동성을 학습하는 토대가 된다.
이후 장성급이 되면 국방대학교에서 한 차원 높은 합동성을 배우면서 합동부대 지휘관 역량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의 계획은 사관학교 통합에 의한 교육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인재 개발 모델에서 비중이 작은 교육을 앞세웠고, 그나마 학군·학사·3사관학교 등을 수용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으로 분류됐다. 이는 우수 장교 육성의 효과가 반감된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통합 필요성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강조해왔다.
안규백 장관은 지난 1일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1년 중 각 군이 합동훈련을 위해 얼마의 시간을 할당하고 있나. 그것을 개인 기준으로 하면 얼마의 시간인가”라고 말했다.

안 장관과 국방부 관계자가 남긴 말은 한국군이 직면한 문제가 사관학교에 있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훈련과 전력 소요 및 기획 등의 분야가 문제의 원인인 것이다.
합동훈련 및 인사관리, 합동 전력 소요 기획·집행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을 임관 전 생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군사관학교가 해결할 수는 없다. 합동성과 관련된 제도를 정비·개선해야 이같은 문제를 뜯어고칠 수 있다.
미군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군은 베트남전쟁과 1980년 이란 인질 구출 작전 등에서 각 군 간의 알력 다툼과 지휘권 혼선으로 작전 실패를 경험했다.
그 결과 1986년 탄생한 것이 골드워터-니콜스법이다.
미군의 합동성 강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골드워터-니콜스법을 토대로 미군은 합동참모체계와 합동교리·교육·근무·지휘체계를 제도화했다. 합동직위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는 장교는 장군이 되기 어렵도록 했다.
합동소요검토위원회(JROC)는 각군이 함께 작전을 수행할 때 필요한 장비들을 구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를 통해 전력증강체계의 효율화를 꾀했다.

합동 관련 제도를 철저하게 집행하면서 미군 합동전문군사교육(JPME)과 유사한 단계별 합동학습이 더해지면, 장교는 자신이 속한 군종의 전략·전술·기술을 철저하게 습득·응용하는 능력을 갖추면서 다른 군종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 한국군 합동성 증진을 위해 시급히 해야할 일은 국군사관학교 창설이 아니다.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의 당위성으로 육·해·공군 사관학교 입학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입학 생도 자퇴율이 15%를 상회하고, 임관 후 5년차 전역률도 15∼20%”라며 “특단의 대책 없이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대학교나 카이스트(KAIST)처럼 지방에 있는 고등교육기관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는 모양새다.

장교는 어떨까. 계급·나이 정년으로 인해 민간 회사보다 이른 시기에 조직을 떠나야 한다. 재취업도 쉽지 않다. 1∼2년마다 임지가 바뀌면서 이사가 잦다. 격오지 근무 시 자녀 양육과 교육, 문화 생활 등에 어려움이 있다.

이를 통해 장교를 한국 사회에서 선호하는 직업으로 변모시켜야 사관학교의 근간을 유지할 수 있다. 조직 통합보다 장교에 대한 대국민 인식과 처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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