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불씨 살린 홈플러스…더 어려운 싸움 남은 이유는 [투자360]
9월 회생계획안 인가까지 구조조정·매각이 관건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금융) 지원에 합의하면서 멈춰 섰던 홈플러스의 회생 시계가 다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이 ‘회생 절차 폐지’라는 초강수를 둔 후에야 이해관계자들이 가까스로 타협안을 내놨다. 하지만 합의는 홈플러스가 당장 파산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응급 처방’에 불과하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회생계획안 인가 법정 기한인 9월까지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메리츠금융그룹 등 이해관계자들이 채무조정과 추가 자금 투입, 사업 구조조정을 포함한 ‘실현 가능한’ 회생계획안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17일 홈플러스와 메리츠금융그룹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3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보증을 조건으로 2000억원 지원을 최종 승인했다.
홈플러스는 이를 토대로 오는 20일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폐지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제기할 예정이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법원이 요구한 2000억원을 조달하면서 폐지 결정의 핵심 사유는 일단 해소된 셈이다.
즉시항고의 인용이나 기각 여부는 상급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이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서울회생법원이 즉시항고를 접수한 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넘기기 전에 기존 결정을 다시 검토해 취소할 수도 있다. 법원이 자신의 결정을 재검토해 변경하는 절차를 ‘재도의 고안’이라고 부른다.

법조계에서는 홈플러스가 법원이 요구한 자금 조달 조건을 충족한 만큼 서울회생법원이 재도의 고안을 통해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절차를 계속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기존 결정을 취소하지 않으면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간다. 서울고등법원이 즉시항고를 인용하면 회생절차는 다시 이어지고, 기각하면 폐지 결정이 유지된다. 서울고등법원이 기각할 경우 홈플러스는 대법원에 재항고할 수 있다. 다만 재항고는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 위반 등 제한적인 사유를 중심으로 판단된다.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이유로 즉시항고가 기각될 경우 대법원 단계에서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폐지 결정이 확정된 뒤 홈플러스가 다시 회생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거나 대규모 추가 자금이 확보되는 등 유의미한 사정 변경이 없다면 법원이 재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법원이 폐지 결정을 취소하더라도 홈플러스가 회생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는 법정 기한인 오는 9월 4일까지 결정돼야 한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제공하는 2000억원은 홈플러스의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기존 채무를 대규모로 상환하기 위한 투자금이 아니다. 업계에서는 2000억원이 영업 중단 점포 정상화, 납품대금 및 임직원 임금 지급 등에 사용되고 나면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홈플러스의 회생 여부는 자금 투입 자체보다 제한된 시간 안에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새로운 인수자가 감당할 수 있는 회사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2000억원은 영업이 중단된 매장을 재개하고 기존 점포를 운영하는 데 사용하고 나면 상당 부분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시적으로 자금 순환이 정상화되더라도 이를 안정적인 매출 창출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2000억원은 회생의 시작이 아니라 회생 ‘가능성’을 재검토할 시간을 확보하는 효과만 가진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의 기존 회생계획안은 회사의 덩치를 줄여 새로운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매각을 전제로 한 회생계획은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실행 가능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결국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 메리츠금융그룹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각자 손실을 분담해야 회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가 매각되려면 잠재 인수자의 부담을 낮추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채권자들의 채무조정과 이자 감면, 점포 정리, 인력과 조직 효율화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대주주로서 추가 자금을 부담하고, 메리츠금융그룹은 이자와 채권 조건을 조정하며, 홈플러스도 비용과 인원 구성을 재편하는 등 각자가 일정 부분을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유통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서 구조조정만으로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오프라인 중심 대형마트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투자자가 나서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유통산업의 패러다임이 이미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어 홈플러스가 사업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점포와 인력을 줄이는 방어적인 구조조정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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