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밖은 32도, 안은 영하 18도”… 폭염에 24시간 도는 얼음공장

밖은 찜통인데, 여기는 추워서 몸이 떨리죠?
지난 14일 오전 경기 부천시의 한 얼음 제조공장. 공장 대표 윤준일(56)씨가 두꺼운 냉동창고 문을 열자 섭씨 32도, 습도 75%의 후텁지근한 바깥 공기를 밀어내듯 매서운 냉기가 쏟아져 나왔다. 반소매 차림으로 창고 앞에 서 있던 취재진의 팔에는 금세 소름이 돋았다.
창고 안에는 사람 키만 한 대형 얼음 수백 개가 벽처럼 쌓여 있었다. 얼음 한 덩이의 무게는 145㎏. 천장 가까이까지 층층이 쌓인 얼음 사이로 하얀 냉기가 피어올랐다. 공장 밖에서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창고 내부는 영하 18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39년째 가업을 이어 공장을 운영하는 윤씨는 요즘 공장을 사실상 24시간 돌리고 있다. 평소보다 생산량을 20%가량 늘렸고, 주말에도 하루 종일 얼음을 실어 나른다. 윤씨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주문이 계속 들어와 공장을 멈출 수가 없다”며 “직원들도 밤낮없이 생산과 출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수산시장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의 얼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얼음 공장에는 여름철 대목이 찾아왔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냉동기를 쉴 새 없이 돌리면서 전기료와 인건비가 함께 뛰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까지 늘면서 판매량 증가가 수익 증가로 곧장 이어지지도 않는다.

◇“여름에는 얼음 3배”…수산시장도 폭염과 사투
부천 공장에서 생산된 얼음은 수도권 전통시장과 수산시장, 대형마트 등으로 향한다. 수산물 유통용 얼음은 활어와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인근 수산시장과 전국 산지에 공급된다.
서울 강서수산물시장에서 수산업을 하는 남모(68)씨는 “여름에는 겨울보다 얼음이 3배 이상 필요하다”며 “날씨가 더울수록 얼음이 빨리 녹아 하루에도 몇 번씩 새 얼음을 채워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내부 온도는 약 26도로 유지되지만 수조와 생선 매대는 이보다 훨씬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냉각기를 계속 가동해도 상인과 손님이 오가며 더운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얼음 사용량을 줄이기 어렵다.

남씨는 “냉각기 전기료와 얼음 구매 비용이 동시에 늘어나 여름철 부담이 크다”며 “생선이 상하면 상품을 모두 버려야 하기 때문에 얼음값이 비싸도 아낄 수 없다”고 했다.
폭염은 편의점 식용 얼음 판매도 끌어올렸다. 올해 5월 GS25의 컵얼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5% 증가했다. CU와 세븐일레븐에서도 각각 약 30% 늘었다. 아이스음료 소비가 증가한 데다 야외활동과 캠핑 수요까지 겹친 영향이다.
편의점 업체들은 얼음 생산과 배송을 확대하고 있다. CU는 협력업체의 야간 생산을 늘리고 기존 주 6일이던 얼음 배송을 주 7일 체제로 전환했다.
폭염이 절정에 달한 지난 11~12일 GS25에서 판매된 컵얼음은 이틀 동안 100만개를 넘었다. 같은 기간 CU의 봉지얼음과 컵얼음 매출은 3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1%, 80% 증가했다. 일부 점포는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대를 앞두고 컵얼음 발주량을 평소보다 늘리고 있다.
◇하루 150t 생산…폭염 오면 전기료도 ‘껑충’
얼음 공장에서는 갓 생산된 얼음을 냉동창고로 옮기는 작업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기계가 대형 얼음을 밀어내면 직원들이 지게차와 운반 장비를 이용해 얼음 덩이를 옮겼다. 바닥에는 녹은 얼음물이 흘렀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공장 안을 가득 채웠다.
이 공장은 하루 약 150t의 얼음을 생산한다. 얼음 한 덩이의 무게가 145㎏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 생산량은 1000개가 넘는다. 원료로는 수돗물을 정수해 사용한다.
생산된 얼음 대부분은 곧바로 출하된다. 현재 냉동창고에는 성수기에 대비해 약 200t의 얼음이 쌓여 있다. 공장 측은 폭염이 절정에 이르는 8월이면 비축 물량도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는 “본격적인 성수기에 들어가면 주문이 더 늘어 주말에도 쉬기 어렵다”며 “생산과 출하를 감당하기 위해 직원 4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얼음을 많이 만들수록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이다. 윤씨가 지난해 8월 한 달 동안 낸 전기요금은 약 1억원이었다. 냉동기를 온종일 가동해야 하는 데다 외부 기온이 높아질수록 냉각 효율이 떨어져 같은 양의 얼음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윤씨는 “겨울철 전기료를 100으로 보면 여름에는 150 가까이 든다”며 “폭염이 심할수록 주문은 늘지만 전기료도 그만큼 빠르게 올라간다”고 말했다.
냉동창고를 영하 18도로 유지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얼음을 출고할 때마다 창고 문이 열리면서 뜨거운 외부 공기가 내부로 밀려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고 문을 열자 출입구 부근 온도계는 영하 7도에서 영상 4.2도까지 빠르게 올랐다. 문이 닫히자 냉동기는 다시 굉음을 내며 내부 온도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매출은 줄고 인건비는 늘고…“많이 팔아도 남는 게 없다”
인건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생산과 출하가 밤낮없이 이어지면서 성수기에는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얼음 판매량이 늘어도 전기료와 인건비가 함께 증가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다.
업체 간 경쟁도 거세졌다. 폭염과 아이스음료 소비 확대로 전체 얼음 시장은 커졌지만 신규 공장과 생산업체가 늘면서 업체 한 곳이 가져가는 몫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게 윤씨의 설명이다.
윤씨는 “얼음 시장 전체만 보면 수요가 계속 늘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 업체도 많아졌다”며 “우리 공장도 최근 몇 년 동안 매출이 매년 5%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공장 안에서는 이날도 대형 얼음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직원들이 얼음을 옮길 때마다 냉동창고 문이 열렸고, 차가운 공기가 더운 공장 안으로 흘러나왔다. 냉동기는 떨어진 온도를 되돌리기 위해 다시 거세게 돌아갔다.
윤씨는 냉동창고 문을 닫으며 말했다.
날씨가 더우면 얼음이 많이 팔리니 좋을 것 같지만, 전기료와 인건비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공장은 하루 종일 돌아가는데 정작 남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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