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뇌도 공격…우울증·불안까지 키우는 더위의 경고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온열질환과 사망자가 늘면서 더위가 신체뿐 아니라 뇌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25년 9월 10일 국제학술지 ‘랜싯 정신의학(The Lancet Psychiatry)’에 공개된 기후변화와 정신건강 관련 논평은 고온과 폭염을 비롯한 기후변화가 우울증과 불안 등 정신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폭염은 몸뿐 아니라 뇌에도 부담을 준다
폭염은 탈수와 열사병 같은 신체 질환뿐 아니라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온 환경에서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액이 피부로 몰리면서 뇌 혈류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탈수까지 겹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으며 피로감도 쉽게 커진다.
특히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폭염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더울수록 우울·불안 위험도 높아진다
폭염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은 2022년 2월 23일 국제학술지 ‘JAMA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발표한 연구에서 기온이 높아질수록 정신건강 관련 응급실 방문이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고온이 신체적 스트레스를 높이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짜증과 공격성이 증가하거나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치매 환자는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
폭염은 치매 환자에게 더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치매 환자는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더위를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탈수와 열사병 위험이 높다. 인지기능 저하로 적절한 수분 섭취나 냉방기기 사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은 폭염 기간에는 보호자의 관심과 충분한 수분 공급, 실내 온도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뇌 건강 지키려면 '체온 관리'가 우선
전문가들은 폭염 속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체온 상승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낮 시간대 야외활동은 가능한 한 줄이고 충분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냉방기를 적절히 사용해 실내 온도를 유지하고 어지럽거나 두통, 의식 저하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 만성질환자, 치매 환자는 폭염에 더 취약한 만큼 주변 사람들의 세심한 관찰과 도움이 필요하다.

● 폭염은 '건강'을 넘어 '뇌'의 문제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더위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3년 7월 국제학술지 ‘랜싯 플래닛 헬스(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은 고온과 폭염이 정신질환 관련 병원 방문과 입원, 자살 행동, 전반적인 정신건강 악화와 연관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폭염 시대에는 체온 관리와 함께 정신건강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에디터 hjn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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